#피해자는 모두 어린 소녀들뿐
두 건의 장기 미해결 사건이 급전개를 맞이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가쓰타 용의자는 2004년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에서 초등학교 3학년 여아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가쓰타가 또 다른 사건에도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2006년 다쓰노시에서 초등학교 4학년 여아가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은 사건과 2007년 가코가와시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여아가 살해된 사건이다.
가쓰타가 저질러온 범행은 매우 악질적이었다. 2000년에는 10세 전후의 여아를 잇달아 폭행한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2009년에도 초등학교 1학년 여아의 배를 때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더욱이 2015년에는 여중생의 가슴과 배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2004년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실이 발각돼 2023년 9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주목되는 것은 모두 어린 여학생을 상대로 한 범행이었다는 점이다.
가쓰타 용의자는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일본 언론에 의하면 “가쓰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자위대에 입대했지만, 4개월 만에 그만뒀다”고 한다. 골프장, 호텔 등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으나 어느 곳에서도 오래 있지는 못했다. 어릴 적 그를 아는 여성은 “가쓰타의 아버지가 ‘아들이 이지메(집단괴롭힘) 때문에 변해 버렸다’고 가끔 푸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가쓰타가 이지메로 인한 스트레스로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자해 행위를 일삼았다”라는 증언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도 드러났다. 효고현 경찰에 의하면 “가쓰타는 미소녀 애니메이션에 강한 흥미를 가졌고, 이후 성적인 관심이 어린 여자아이에게로 향했다”고 한다. 가쓰타는 “힘이 약해 저항하지 못할 테니 현실에서 여자애를 찌르고 싶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용의자가 연루된 사건을 보면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2009년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의 배를 때린 혐의로 기소됐을 당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우연히 눈에 띈 아동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2015년 여중생 살해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다. 범행 동기에 대해 검찰 측은 “성적 흥분을 위해 아동의 몸에 상처를 내는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재판부 역시 “소녀의 복부를 찔러 셔츠가 피로 물드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특이한 성적 취향’에 의한 범행”이라고 질타했다.
#자백에서 돌연 묵비권 행사로
효고현 경찰청에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미제사건이 두 건이 있었다. ‘다쓰노시 여아 자상사건(2006년)’과 ‘가코가와시의 여아 살해사건(2007년)’이다. 특히 후자는 5만 40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했으나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 주민이 적은 지역이다 보니 목격 정보나 물증이 부족해 수사가 난항을 겪은 것이다.
용의자 검거는 뜻하지 않게 이뤄졌다. 여중생 살해미수 혐의로 가쓰타를 수사하던 경찰은 “가쓰타가 2004년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에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미해결로 남아 있던 두 건의 사건들과 수법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처음에 부인하던 가쓰타는 곧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쓰타는 사건 관여를 순순히 인정했으며, 저항이 별로 없을 만한 체구가 작은 여자아이를 범행대상으로 찾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사건의 수법이 닮았고, 17년 전 방범 카메라에 찍힌 인물의 특징도 가쓰타와 다르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상처, 현장 상황에 비춰 종합한 결과 ‘범행을 저질렀다’라는 가쓰타의 진술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찰은 11월 27일 살인 혐의로 가쓰타를 재체포했다. 체포 당시만 해도 가쓰타는 17년 전 사건의 피해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체포 후에는 “묵비한다”고 돌연 태도를 바꿨다. 이에 대해 경찰은 “묵비는 권리이므로 우리로서는 필요한 수사를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7년 전 미해결 사건의 전모는 과연 밝혀질 수 있을까. 간사이TV는 “법률상 자백만으로는 유죄 판결을 할 수 없다”며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있는지, 또한 자백 내용이 진범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의 폭로’인지가 향후 수사의 핵심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거세·무기징역 등 ‘중형’…세계의 아동 성범죄 근절 대책
이번 사건을 통해 일본에서는 “아동 대상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대응이 필요하다”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은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출소 후 경찰서 등을 찾아 근황을 신고하도록 하는 ‘보호관찰제도’와 성범죄자의 교정치료인 ‘처우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2024년 6월 ‘아동 관련 기관에 근무할 경우 성범죄 이력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성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은 최대 20년간 미성년자와 관련된 직종에 채용될 수 없다.
미국은 훨씬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주마다 다르지만 ‘성범죄자 신상 공개(메건법)’ ‘삼진아웃제 등 가중처벌’ ‘위치추적장치인 GPS를 활용한 감시’ ‘거세(물리적·화학적)’ ‘치료시설 수용’ 등 강력한 처벌을 내린다. 영국에서는 13세 이하의 아동에 대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무기징역에 처하며, 스위스도 아동 성폭행범에게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