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감지 등 시스템으로 인명 피해 수차례 막아…대상자 선정 까다롭고 장비 A/S 불편하다는 불만도
12월 4일 새벽 시간 80대 할머니가 혼자 살던 집에 불이 나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으나 자동 신고 시스템이 작동해 참사를 막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3분쯤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유케어 시스템(U-care system)’을 통해 119에 접수됐다. 유케어 시스템의 정식 명칭은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로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가구 등에 화재·가스 감지기 등을 설치해 화재나 위급 상황 발생 시 119에 자동 신고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화재 당시 80대 A 씨는 집에 홀로 있었는데, 인근에 야산도 있어 신고가 지연될 시 자칫 대형 산불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화재 감지기가 작동해 화재 발생 소식이 소방 당국에 자동 신고됐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25대, 인력 80여 명을 투입해 주택의 불과 인접 야산으로 옮겨 붙은 산불을 초기 진화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신고시간 기준 약 1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6시 44분 완진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경보기를 듣고 대피한 A 씨는 연기를 흡입해 강릉의 한 대형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로 인해 A 씨가 살던 컨테이너 주택 1동과 시초류(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와 풀) 1.17㏊(헥타르·1㏊는 1만㎡) 등이 손실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콘센트 플러그에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2021년 12월에도 응급안전 안심서비스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021년 12월 12일 저녁 8시 17분쯤 태안군 남면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충남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로 접수됐다. 주택 뒤편에서 시작된 불은 지붕을 타고 집 안으로 확대되고 있었지만 당시 80대 B 씨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장에 설치돼 있던 화재경보기가 요란한 경보를 울려 B 씨는 잠에서 깨어났고, B 씨 대신 집 안에 설치돼있던 게이트웨이가 자동으로 119에 신고했고, 소방이 출동해 약 30분 만에 진화했다.
2008년 8월 당시 보건복지가족부가 경기 성남시, 충남 부여군, 전북 순창군 등 3개 기초단체의 독거노인 5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케어 시스템 시범사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유케어 시스템은 2009년부터 대상 기초단체를 넓혀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관련 사업은 보완과 정비를 거쳐 2020년 보건복지부에 의해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라는 이름의 정책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정원걸의 논문 ‘소방서 상황실의 선제적 대응에 관한 연구 : 재난종합지휘센터 운영을 중심으로 (경기대학교 행정·사회복지대학원, 2019)’에 따르면 응급안전 림서비스는 홀로 노인 분들의 집안에 119와 지역 센터를 핫라인으로 연결해주는 비상전화기(게이트웨이)를 설치해 화재, 가스, 구급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소방서 상황실로 자동 신고돼 선제적으로 대처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원자로 선정되면 관련 장비를 무상으로 설치해준다.
응급안전 알림서비스의 대상자는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동거자 유무, 소득과 관계없이 실제로 혼자 살고 있는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이면서 독거 또는 취약가구에 해당하는 장애인이다. 단, 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생활 여건을 고려해 상시 보호가 필요하다고 기초지자체장이 인정하는 장애인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돌봄이 필요한 노인 부부 등 노인 2인 가구 및 조손 가구로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
응급안전 알림서비스의 운영은 각 지역 응급안전지역센터가 주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국 214개소의 지역센터가 있으며, 지역센터별로 서비스의 종류가 달라 보건복지부 자료집을 참고하거나 각 지역센터에 전화로 문의할 수 있다.
경기 지역 독거노인·장애인 응급안전지역센터 관계자는 “거주하고 있는 시군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 노인복지관 등에 문의하면 응급안전 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 “장애인과 독거노인의 장비가 따로 관리되기 때문에 독거노인이면서 장애가 있다면 ‘장애인’으로, 거동에 불편함이 없는 독거노인은 ‘독거노인’으로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장애를 가진 부모를 위해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밝힌 김 아무개 씨는 “나이 드신 부모님이 멀리 사셔서 걱정이 됐는데,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를 이용하면) 가스, 문열림, 행동 감지기가 있어 벨을 누르면 119가 출동하는 구조라 비교적 안심되는 편”이라면서 “직접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말벗’ 기능도 있다고 해 노부모를 모시는 다른 지인에게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발행한 ‘응급안전 안심서비스 개선 방향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로 집안 방문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데, 이는 연간 약 50억 61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의 집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는 빈도가 줄면서 이에 따른 비용이 절감됐기 때문이다.
또한 2020년 서비스 시행 이후 2022년 말까지 화재신고가 총 6265건 발생했는데,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로 인한 예방편익은 최대 1조 587억 85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응급안전 안심서비스를 통한 화재 예방으로 신체손상 및 사망 등을 예방한 인원은 약 1151명으로 추산된다. 2023년 4월까지 설치된 응급안전 안심서비스 댁내 장비는 총 17만 5740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대상자를 노인과 거동불편 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있어 대상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모든 모집과정을 지역센터 담당자에 일임하고 있어 관련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외에도 사업자와 응급관리요원과의 불분명한 업무분장, 일관되지 못한 사업자가 선정으로 인한 장비 A/S의 어려움, 1만 원 수준의 낮은 장비 사용료로 인한 사업자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고독사의 경우 단순히 독거노인뿐 아니라 장년층 발생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이들에 대한 사업 확대도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라면서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AI.IOT(인공지능·사물 인터넷) 기기를 활용한 건강 모니터링 사업이 진행 중인데 두 사업을 연계해 노인의 생활 및 건강정보를 상호 공유함으로써 대상자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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