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3명 전원과 재계약 한 팀도 없어…두산 ‘뉴페이스 3총사’ 키움 ‘돌아온 푸이그’
눈에 띄는 건 우승팀 KIA 타이거즈부터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까지, 외국인 선수 3명 전원과 재계약한 구단이 한 팀도 없다는 점이다. 두산 베어스는 아예 세 자리를 모두 KBO리그 경험이 없는 새 얼굴로 채웠고, 키움은 KBO리그로 복귀하는 선수 둘을 포함해 외국인 선수 셋을 모두 교체했다. 8개 구단이 최소 한 명 이상의 신규 선수를 영입한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만 KBO리그 '경력자' 3인으로 외국인 명단을 완성했다.
#네일 잡은 KIA
올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한 KIA는 부동의 에이스 제임스 네일과 총액 180만 달러에 계약했다. 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12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가 포함된 금액이다. 네일은 KBO리그 첫 시즌인 올해 70만 달러(옵션 15만 달러 포함)를 받았다. 1년 사이 보장 금액이 55만 달러에서 160만 달러로 2.9배 올랐다.
그럴 만하다. 네일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으로 활약해 KIA의 정규시즌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8월 24일 경기 중 타구에 맞아 턱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팬들의 응원 속에 무사히 부상을 이겨내고 한국시리즈 2경기 마운드에 올라 평균자책점 2.53으로 호투했다. 네일은 올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MLB)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KIA는 네일과의 재계약을 끌어내며 전력 누수를 막았다. 네일은 계약 후 "긴 시간 재활하는 동안 구단의 지원과 팬들의 성원으로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KIA와 동행하게 돼 기쁘다. 비시즌 기간 몸을 잘 만들어서 내년에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네일과 원투펀치를 이룰 새 얼굴은 오른손 투수 애덤 올러다. 올해 MLB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8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액인 100만 달러에 사인했다. KIA는 또 MLB에서 3년 연속 20홈런을 넘긴 거포 1루수 패트릭 위즈덤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메디컬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 대로 영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2022년부터 3년간 뛴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와는 결별이 사실상 확정됐다.
#후라도까지 데려온 삼성
올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삼성은 '가을 영웅'으로 활약한 투수 데니 레예스와 내야수 르윈 디아즈를 모두 붙잡았다. 레예스는 총액 120만 달러(계약금 20만·연봉 70만·옵션 30만 달러), 디아즈는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10만·연봉 50만·옵션 20만 달러)에 각각 사인했다.
레예스는 KBO리그 데뷔 시즌인 올해 11승 4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정규시즌에는 코너 시볼드에 이어 2선발을 맡았지만, 코너가 부상으로 이탈한 포스트시즌에 완벽한 '가을 에이스' 역할을 해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레예스의 올해 포스트시즌 3경기 평균자책점은 0.45(20⅔이닝 1자책점)다. 특히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66을 기록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데이비드 맥키넌, 루벤 카데나스에 이어 올해 삼성의 세 번째 외국인 타자였던 디아즈 역시 포스트시즌에 보여준 장타력을 발판 삼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레예스와 호흡을 맞출 또 다른 외국인 투수는 지난 2년간 키움에서 뛴 아리엘 후라도로 결정됐다. 후라도는 2년 연속 가장 많은 투구 이닝과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이닝이터로 이름을 알렸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21승 16패, 평균자책점 3.01. 무엇보다 홈런이 잘 나오는 삼성의 홈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도 평균자책점 2.91(5경기)로 잘 던졌다.
#오스틴과 3년 동행하는 LG
LG는 포스트시즌에 '투혼의 아이콘'으로 활약한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구단 사상 최초의 타점왕에 오른 내야수 오스틴 딘과 나란히 재계약에 성공했다. 에르난데스는 총액 130만 달러, 딘은 170만 달러를 각각 받는다.
올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주전 1루수 오스틴은 3년째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는 2시즌 동안 27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6, 홈런 55개, 227타점을 올렸다. 올 시즌에는 132타점으로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세우면서 타점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8월 LG에 합류해 정규시즌 11경기(선발 9경기·구원 2경기)에 나섰다. 그의 진가는 가을에 드러났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해 5경기 7⅓이닝 5피안타 무실점 10탈삼진으로 역투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1경기에 나서 3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5탈삼진으로 위력적인 피칭을 했다. LG 구단이 에르난데스를 붙잡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
LG에 남은 외국인 한 자리는 오른손 투수 요니 치리노스가 차지했다. 신규 외국인 상한액인 100만 달러를 꽉 채워 받는 그는 MLB 통산 75경기에서 356⅓이닝을 던지면서 20승 17패, 평균자책점 4.22를 올린 투수다.
#'진짜' 새 얼굴로 채운 두산
올 시즌 외국인 투수들의 줄부상으로 고생한 두산은 유일하게 'KBO리그 무경력자' 세 명으로 리스트를 채웠다. 가장 주목할 선수는 총액 100만 달러를 보장 받은 왼손 투수 콜 어빈이다. 어빈은 MLB 통산 134경기(선발 93경기)에 출전해 28승 40패,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2021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풀 타임 선발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2022년에도 30경기에서 181이닝을 소화하며 9승13패, 평균자책점 3.98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어빈은 올 시즌에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서 뛰었다. 성적은 6승 6패, 평균자책점 5.11이다. 9이닝당 볼넷 수가 2.16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적인 제구력이 강점이다. 타 구단이 "저 선수를 어떻게 데려왔느냐"고 놀랄 정도로 '역대급' 기량을 보유했다는 후문이다. 외국인 타자로 영입한 좌투좌타 외야수 제이크 베이크도 100만 달러를 투자한 '거물급'이다. 베이크는 올해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빅리그 12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1, 홈런 7개, 37타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퍼즐은 왼손 투수 잭 로그가 맞췄다. 두산은 지난달 새 외국인 투수 토머스 해치와 보장 금액 100만 달러에 사인했지만, 최근 미국에서 진행한 메디컬 테스트 결과 어깨 상태가 기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호 합의 아래 계약을 파기했다. 대신 MLB 통산 19경기에 등판한 로그와 총액 80만 달러에 사인했다.
#터줏대감들 잔류한 KT
KT는 '터줏대감'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 150만 달러,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와 180만 달러에 재계약해 안정적인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쿠동원(쿠에바스+최동원)'이라는 별명을 얻은 쿠에바스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KT에서 131경기에 등판해 52승 35패, 평균자책점 3.74의 성적을 냈다. KT와는 7년 연속 동행하면서 여전히 에이스 역할을 이어가게 됐다. 로하스도 6시즌(2017~2020년, 2024~2025년)째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는 2020년 타격 4관왕에 오르면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2019년과 2020년에는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다 돌아온 올 시즌에도 대부분의 타격지표 상위권에 안착하는 전방위 활약을 펼치면서 다시 외야수 부문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KT는 남은 한 자리에 키움이 재계약을 포기한 왼손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전액 보장 금액이다. 헤이수스는 올해 30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와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178개로 2위였다.
#에레디아 잔류시킨 SSG
SSG 랜더스도 투타의 기둥 두 명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우완 드루 앤더슨에게 120만 달러,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180만 달러를 각각 주기로 했다. 2023년부터 SSG에서 뛴 에레디아는 올 시즌 136경기에 출장해 타율 0.360으로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안타(195개)는 2위, 타점(118점)은 3위였다. 이와 함께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와 타점 기록을 작성하고 구단 최초로 타격왕에 오르는 등 여러 부문에서 이름을 남겼다. 또 10개 구단 체제 이후 최초로 전 구단 상대 3할 타율이라는 진기록도 곁들여 상대 팀에 관계 없이 고르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앤더슨은 지난 5월 대체선수로 SSG에 합류한 뒤 24경기에 등판해 11승 3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했다. 규정 이닝(144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1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9이닝당 탈삼진 1위(12.29개)에 이름을 올렸다. 또 65이닝 만에 100탈삼진을 채워 KBO리그 역대 최소 이닝(종전 구대성의 68⅓이닝) 신기록도 세웠다.
SSG에 합류한 새 얼굴은 한국계 투수 미치 화이트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그는 다른 MLB 구단의 제의를 뿌리치고 "어머니의 나라에서 던져보고 싶다"는 의지로 한국행을 선택했다. 신규 외국인 상한액인 100만 달러를 보장 받았다.
#레이예스·반즈 남은 롯데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KBO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202개)을 세운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와 내년에도 동행한다. 올해 95만 달러(보장 70만·옵션 25만 달러)를 옵션까지 모두 수령한 레이예스는 보장 금액을 30만 달러 늘려 125만 달러에 사인했다. 그는 올 시즌 팀이 치른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2, 111타점, 홈런 15개를 기록했다. 특히 정규시즌 최종전인 10월 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안타 2개를 추가해 2014년 서건창이 남긴 종전 한 시즌 최다 기록을 10년 만에 뛰어 넘었다. KBO리그 역사에서 한 시즌 200안타를 친 선수는 단 두 명뿐이다.
2022년 롯데에 입단해 매 시즌 에이스로 활약한 왼손 찰리 반즈도 총액 150만 달러에 계약해 4년 연속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롯데는 나머지 한 자리만 새로운 얼굴인 왼손 터커 데이비슨(95만 달러)으로 채웠다. 데이비슨은 올해 볼티모어 소속으로 빅리그 1경기에 등판했다.
#와이스만 남은 한화
새 시즌을 새 구장에서 맞이하는 한화 이글스는 지난 6월 대체 선수로 KBO리그에 왔던 오른손 투수 라이언 와이스(95만 달러)와 내년에도 함께한다. 그러나 다른 두 명은 새 얼굴로 영입했다. 와키 198㎝의 장신 오른손 투수 코디 폰세가 총액 100만 달러, 우투좌타 외야수 에스테반 플로리얼과 최대 85만 달러에 각각 계약했다. 강속구 투수인 폰세는 지난 3년간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어 아시아 야구 이해도가 높다. 플로리얼은 빅리그 통산 84경기에 출전했고, 올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서 36경기를 뛰었다. 최근 3년 연속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20도루 이상을 성공했을 정도로 주력이 장점이다.
#데이비슨 남고 하트 떠난 NC
NC는 외국인 에이스를 타의로 떠나보냈다. 올해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카일 하트(13승 3패, 평균자책점 2.69)가 MLB 재도전 의지를 밝혀 결별 수순을 밟았다. 드류 루친스키, 에릭 페디에 이어 하트까지 3년 연속 에이스의 기량이 너무 뛰어나 미국으로 '역수출'해야 하는 아쉬움을 겪었다. 하트의 빈자리를 채울 새 에이스는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한 왼손 투수 로건 앨런(등록명 로건)이다. MLB에선 45경기(선발 15경기)에 나와 5승 11패, 평균 자책점 5.79를 기록했다. NC의 또 다른 외국인 원투펀치는 최고 시속 159㎞의 광속구를 던지는 '신입' 오른손 투수 라일리 톰슨(90만 달러)이다. 마이너리그에서 365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 353개를 잡을 정도로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투수로 알려져 있다. 투수는 둘 다 바뀌었지만, 타자는 그대로다. 올해 홈런 46개를 떄려낸 홈런왕 맷 데이비슨이 150만 달러에 잔류했다.
#푸이그 돌아오는 키움
키움은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 2명과 외국인 투수 1명을 쓰는 팀이다. 외국인 선수 등록이 3명으로 늘어난 2014년 이후 타자를 2명으로 구성해 시즌 개막을 맞는 팀도 내년의 키움이 첫 사례다. 공격력 보강과 선발 투수 육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포석이다. 후라도와 헤이수스라는 리그 최강급 선발 듀오를 모두 다른 팀으로 풀어준 것도 같은 이유다. 키움은 검증된 '외국인 10승 선발' 두 명 대신 KBO리그 경험이 없는 왼손 케니 로젠버그(80만 달러)에게 선발 한 자리를 맡겨 내년 시즌을 꾸린다. 로젠버그는 최근까지 에인절스 40인 로스터에 포함될 만큼 기량을 인정받았다.
대신 타자 두 명은 한국 야구팬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2022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강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3년 만에 돌아온다. 과거 MLB를 풍미했던 그는 2022년 키움 입단 당시 큰 화제를 모았지만, 2023시즌을 앞두고 불법 도박 사건에 연루돼 키움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베네수엘라와 도미니카 윈터리그, 멕시칸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총액 100만 달러 전액 보장 조건으로 키움과 계약했다. LA 다저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류현진(한화)과 푸이그가 한국에서 투타 맞대결을 벌이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다른 한 명은 지난 7월 삼성의 대체 선수로 KBO리그에 데뷔했던 루벤 카디나스(60만 달러)다. 삼성에서의 등록명은 '카데나스'였지만, 키움은 실제 발음과 가까운 '카디네스'를 새 이름으로 택했다. 카디네스는 삼성에서 2경기 만에 비거리 140m짜리 대형 홈런을 터트리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옆구리 부상으로 고작 7경기(타율 0.333, 홈런 2개, 5타점)만 출전하고 팀을 떠나 '태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키움 구단은 "부상이 완전히 회복했고,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성실성·책임감 등도 문제가 없는 점을 확인했다"고 자신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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