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캡 절반 이하 지출 두고 ‘셀링 구단’ 지적…“구단도 프로다운 모습 보여야”
키움이 미래를 위한 준비를 내세우며 전격 트레이드를 단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BO가 2020년 4월 이사회에서 지명권도 트레이드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이후 모두 8차례 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키움은 2021년 1월 FA 김상수를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에 내주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SK의 4라운드 지명권을 확보했다. 2022년 4월 박동원을 KIA로 보내고 김태진과 2라운드 지명권도 받았다. 키움은 같은 해 11월 KIA와 포수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이번에는 2라운드 지명권만 받고 포수 주효상을 KIA에 넘겼다.
2023년은 본격적인 지명권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삼성에 투수 김태훈을 보내고 내야수 이원석과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그해 7월에는 LG에 최원태를 보내고 외야수 이주형, 투수 김동규와 1라운드 지명권을 확보했다. 이게 KBO리그 최초 1라운드 지명권 트레이드였다.
키움은 2024년 1월 SSG에 포수 이지영을 사인 앤 트레이드로 보내고 3라운드 지명권을 가져왔다. 5월에는 김휘집을 NC에 보내는 대신 1라운드와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여기에 조상우까지 두 장의 지명권을 받고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이로써 키움은 3시즌 연속 1라운드 지명권을 두 장이나 확보하게 됐다.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전준표와 김윤하를 지명했고,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 정현우에 이어 7순위 김서준을 뽑았다. 202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조상우 트레이드로 1라운드에 2명을 뽑을 수 있게 됐다.
키움을 향해 야구계에서는 ‘셀링 구단’이라고 지적한다. 몇 년 동안 주축 선수를 내보내고 유망주 수집에 집중하는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키움 팬들은 ‘미래’를 앞세워 스타급 선수들을 판매하는 구단의 방향성에 강한 실망감을 드러내지만 구단은 팬들의 반응을 인지하면서도 ‘실리’를 앞세운다.
트레이드뿐만이 아니다. 키움은 내년 시즌 외국인 투수를 투수 2명 타자 1명이 아닌 투수 1명 타자 2명으로 결정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명분은 있다. 팀의 간판 타자인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타선 보강을 위해 외국인 투수보다는 타자가 더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 연속 꼴찌를 한 팀의 이런 행보는 리빌딩이 아닌 탱킹(더 좋은 유망주를 뽑기 위해 고의로 패하거나 전력을 약화하는 운영 방식)에 가깝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키움은 강력한 원투펀치로 둘이 합해 23승을 거둔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아리엘 후라도와의 재계약 대신 결별을 선택했다. 대신 키움은 좌완 케니 로젠버그를 선택했는데 로젠버그의 몸값은 외국인투수 19명 중 가장 낮은 80만 달러(약 11억 원)다. 올 시즌 헤이수스는 100만 달러를, 키움에서 2시즌을 보낸 후라도는 130만 달러를 받고 뛰었다. 재계약을 하게 되면 연봉 인상이 불가피한 터라 두 선수의 보류권을 풀어줬고, 헤이수스는 KT, 후라도는 삼성과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키움은 외부 FA에 눈을 돌리지 않고, 타 구단에서 방출된 베테랑 선수들을 연달아 영입했다. 31세의 1루수 강진성, 34세의 외야수 김동엽, 36세의 투수 장필준, 그리고 35세의 내야수 오선진을 4000만 원에 계약하기에 이르렀다.
12월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이 발표한 2024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을 살펴보면 LG 트윈스가 138억 5616만 원으로 샐러리캡(경쟁균형세)의 24억 2989만 원을 초과했고, 10개 구단 중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이 100억 원을 넘지 못한 건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 둘뿐이었다. 그래도 NC는 94억 7275만 원으로 100억 원에 근접했지만 키움은 56억 7876만 원으로 크게 모자랐다. 샐러리캡 114억 2638만 원의 절반도 못 채운 셈이다.
키움은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긴축 구단 운영이 이해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강정호를 시작으로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까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보내며 무려 4220만 2015달러(약 597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어 김혜성도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하면 적잖은 포스팅비 수익을 챙길 예정이다.
조상우의 트레이드가 발표된 날 한 해설위원은 키움의 행보에 다음과 같은 불편한 메시지를 전했다.
“모든 구단들이 똑같은 비용을 들여 팀을 운영하기 어렵지만 샐러리캡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구단 운영을 하면서 팀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로 넘기고 지명권을 받는 형식의 키움 행보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프로야구는 팬들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인데 지금의 키움은 팬심을 외면하는 구단 운영을 하고 있다. 겉으로는 신인 유망주들을 성장시키고 안우진, 김재웅 등이 합류할 때까지 리빌딩을 외치고 있지만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프로가 왜 프로여야 하나. 선수한테만 프로 마인드를 외칠 게 아니라 구단도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키움의 행보는 전혀 프로답지 않다.”
키움은 최근 히어로즈 창단 당시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 투자금을 둘러싼 분쟁으로 소송이 이어졌는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홍성은 회장이 히어로즈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75억 원 규모의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물론 키움이 항소할 경우 2심이 진행되겠지만 홍성은 회장 측은 이후 재판에도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터라 향후 히어로즈의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키움의 불안한 상황을 빗대 “키움이 재정 확보를 위해 긴축 재정을 하고 돈을 끌어모으는 방식의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구단 환경이 선수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히 우려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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