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깃든 소년 구하려는 수녀들 이야기…악몽에 시달리는 등 촬영 내내 후유증도 겪어
2025년 1월 24일 개봉하는 영화 ‘검은 수녀들’은 악령이 깃든 소년을 구하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수녀들의 이야기다.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장르의 영화. 2015년 김윤석과 강동원이 주연한 ‘검은 사제들’을 이어가는 일종의 후속편이다. 악령에 씐 소녀를 구하는 두 사제의 이야기로 544만 관객에 성공한 ‘검은 사제들’은 한국영화에 오컬트 열풍을 일으킨 결정적인 작품이다. 그 이야기가 이번에는 ‘검은 수녀들’로 이어진다. 송혜교는 극을 이끄는 유니아 수녀 역이다. 실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송혜교는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힌 악령을 쫓고자 구마 의식을 실행한다. 이를 통해 관객에 낯설지만 새로운 세계를 선사한다.
#송혜교 ‘더 글로리’ 성공 이후 출연작 고민
송혜교의 영화 출연은 2014년 강동원과 주연한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꼭 10년 만이다. 그동안 영화 출연을 꾸준히 모색했지만 관심을 가진 작품들의 기획이 변경되는 상황 등으로 기회가 닿지 않았다. 대신 송혜교는 최근까지 드라마 출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2022년과 2023년 연이어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성공적인 행보를 걸었다.
‘더 글로리’는 송혜교와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함께했던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다. 고교 시절 잔혹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남긴 가해자들을 향해 오랜 기간 철저하게 준비한 복수를 치밀하게 이뤄가는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다. 송혜교는 주인공 문동은 역을 맡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폭력의 피해자에서 복수에 나서는 드라마틱한 인물을 표현해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더 글로리’의 성공은 송혜교를 배우로 주목받게 했지만, 한편으론 다음 출연작을 선택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전까지 해왔던 로맨스와 멜로드라마를 택할 것인지, 새로운 장르물에 도전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던 송혜교의 선택은 ‘검은 수녀들’이다.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송혜교는 “‘더 글로리’ 이후 작품을 선택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면서도 “장르물에 재미를 느껴 이후 시나리오를 볼 때도 장르물을 많이 보게 됐다”고 말했다. ‘검은 수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유다.
‘검은 수녀들’이 송혜교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영화사의 작품이라는 점도 그의 출연 결심에 작용했다. 영화사집은 이번 ‘검은 수녀들’뿐 아니라 송혜교가 주연한 ‘두근두근 내 인생’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검은 사제들’ 역시 영화사집의 기획과 제작으로 세상에 나왔다. 송혜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오컬트 장르에 갖는 호기심으로 도전에 나서는 과정에서 든든한 제작진의 존재도 연기 변신에 영향을 미쳤다.
#“다른 나를 보일 수 있는 기회”
송혜교가 연기하는 유니아 수녀는 강력한 악령이 깃든 소년을 구하기 위해 모두가 말리는 위험한 의식을 시작한다. 거친 언사를 구사한다. 남들 눈에는 조금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자신만의 투철한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앞서 ‘검은 사제들’의 김신부(김윤석 분) 역시 모두가 이상하게 바라보는 인물이지만 악령으로 고통 받는 생명을 반드시 살리겠다는 강한 믿음을 지닌 인물이다. 그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던 최부제(강동원 분)는 결국 김신부의 뜻에 동의해 함께 악령에 맞선다.
송혜교는 ‘검은 사제들’에서 김윤석이 그렇듯, 금지된 의식을 주도하면서 소년을 구하고 악령에 맞선다. 그를 돕기 위해 나타난 미카엘라 수녀는 배우 전여빈이 연기했다. 유니아 수녀의 행동에 의문을 품지만, 점차 진심을 알아가면서 힘을 합친다. 정통 오컬트 장르인 만큼 영화에는 구마 의식을 표현하는 장면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송혜교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도전에 나섰고, “감정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가장 힘든 연기가 구마 의식의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송혜교는 이번 작품을 통해 “다른 나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각오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했다. 비현실적인 설정의 이야기로 관객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지는 그에게 큰 숙제로 남았다. 송혜교는 이를 위해 연습을 반복했다. 구마 의식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기도문을 외우고 악령에 맞서는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촬영 내내 연습을 계속했다는 그는 “감정이나 대사를 놓치면 안 됐기에 눈을 뜨면 기도문의 대사를 읊었다”며 “샤워를 할 때도 설거지를 하다가도 계속 읊었다”고 돌이켰다.
아무리 연기이지만 악령에 맞서는 역할인 만큼 촬영 내내 후유증도 겪었다. 자주 악몽에 시달리고 악령에 맞서면서 경직된 상태로 연기하다 보니 손발이 굳는 경험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송혜교를 자극했다. “연기는 늘 어렵고 도전의 연속”이면서 ‘검은 수녀들’에 갖는 각별한 각오를 드러냈다.
송혜교는 드라마에서는 늘 시청률을 책임지는 톱스타로 인정받았다. K-콘텐츠라는 단어가 없을 때부터 KBS 2TV ‘풀하우스’와 SBS ‘올인’ 등 작품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지금도 한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스타이기도 하다. 최근 ‘더 글로리’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돼 성공을 거뒀다. 승승장구했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로 작품성 짙은 영화에 출연하거나 해외 영화에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주연한 영화는 중국 오우삼 감독의 ‘태평륜’ 시리즈와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 등이다. 이정향 감독의 ‘오늘’ 등을 통해 연기 도전을 꾸준히 해왔지만 스크린에서의 성과는 드라마에 비해 저조한 게 사실이다. 이번 ‘검은 수녀들’을 통한 송혜교의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권혁재 감독은 송혜교의 활약이 녹아든 이번 영화에 기대와 자신감을 보였다. 권 감독은 “수녀들은 구마 의식을 진행하는 게 금지돼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수녀들이 금지된 의식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며 “선택되거나 허락된 자들이 아닌 금지된 자들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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