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전환·사물 인식 힘든 탓에 길 잃기 쉬워…느린 걸음·작은 보폭·팔 흔들지 않는 것도 눈여겨봐야
무언가를 깜빡할 때면 습관처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기억력 감퇴는 치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증상 가운데 하나다. 가령 지갑을 잃어버리거나, 약속을 까맣게 잊거나, 또는 길을 잃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밖에 치매의 초기 징후를 알아차릴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걷는 자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걷는 속도나 보폭 등에 점점 변화가 나타난다면 어쩌면 이는 치매의 초기 단계일 수 있다. 방향 감각이 점점 나빠지거나, 자주 잘못된 방향으로 걷는다면 이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질 리빙스턴 정신과 교수는 ‘더선헬스’ 인터뷰에서 “걷는 동작은 많은 사고 과정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걸을 때 그냥 걷지 않는다. 장애물을 피하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특정 방향으로 걷는다”면서 “하지만 치매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정확하게 수행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치매의 네 가지 초기 경고 신호들이다.
#방향 감각을 잃는다
물론 누구나 가끔 길을 잃는다. 특히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어쩌면 치매의 초기 징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UCL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방향 전환을 할 때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왔던 길을 되돌아갈 때 더 그렇다. 이는 기억력 감퇴 때문만이 아니라 주변을 인식하는 능력을 잃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질 교수는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은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때문에 2차원적인 물체를 3차원으로 인식하거나, 3차원을 2차원으로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왜곡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물체를 피하려다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걷게 되거나, 아니면 평평하다고 생각했던 물체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이전에 본 사물들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래 장소로 되돌아가는 것조차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걸음 속도가 느려진다
물론 사람마다 걷는 속도는 다르다. 원래 천천히 걷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해마다 걷는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진다면 이는 치매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질 교수는 “인지 능력이 저하되면 생각하는 속도 역시 느려진다”라고 말하면서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장애물은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몸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등을 생각하는 데 더 오래 걸리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걷는 속도 역시 느려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65세 이상 성인 1만 7000명의 보행 속도를 조사한 호주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매년 걷는 속도가 5% 이상 느려진 사람들은 보행 속도가 변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폭이 작아진다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보폭이 작을 가능성이 높다. 2016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양발을 비정상적으로 넓게 벌린 채 짧은 보폭으로 걷는 경우 이는 치매의 징후일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러한 보행 패턴이 치매 환자들 사이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질 교수는 “치매 환자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면서 “그래서 미끄러운 표면에서 걷는 것처럼 보폭을 작게 해서 걷게 된다”라고 추측했다.
#팔을 거의 흔들지 않는다
걷는 동안 팔을 앞뒤로 흔드는 모습에서도 치매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걷는 동안 팔을 덜 움직인다면 이는 치매의 초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이는 치매 환자들이 걷는 동안 균형을 유지하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질 교수는 “치매 환자들은 똑바로 서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팔을 많이 움직이려고 하지만 팔을 몸에 더 가깝게 붙인 채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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