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법인 외형 성장세, 독자 브랜드 론칭은 아직…이마트 “명확히 나온 건 없어, 기존 사업 진행중”
지난 12월 22일 귀국한 정용진 회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사업 확장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사업적인 이야기라서 여기서 말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미국 사업 확장을 부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정 회장은 ‘민간 가교 역할론’과 관련해서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마트는 2018년 7월 미국 현지 법인 PK리테일홀딩스를 설립했다. PK리테일홀딩스는 2018년 12월 미국 굿푸드홀딩스를 3074억 원에 인수했다. 굿푸드홀딩스는 당시 ‘브리스톨팜스’ ‘메트로폴리탄마켓’ ‘레이지에이커스’ 등 3개의 유통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굿푸드홀딩스는 이후 ‘뉴시즌스마켓’과 ‘뉴리프커뮤니티마켓’ 브랜드를 추가로 인수했다. 이로써 굿푸드홀딩스는 현재 5개 유통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의 미국 사업의 외형은 확대되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PK리테일홀딩스의 매출은 2023년 1~3분기 1조 4428억 원에서 2024년 1~3분기 1조 6059억 원으로 11.30% 증가했다. 다만 PK리테일홀딩스는 2023년 1~3분기 185억 원, 2024년 1~3분기 104억 원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해 수익성 개선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이 밖에 이마트는 미국에서 대체식품 판매 회사 ‘베러푸드(Better Foods)’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 셰이퍼빈야드도 운영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그 규모가 크지 않다.
이마트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유통 사업은 모두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뤄졌다. 이마트는 과거 미국에 독자 브랜드를 출범을 계획한 바 있다. 이마트는 2019년 미국에 ‘PK마켓’을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PK마켓에 한식을 포함한 각종 아시아 식품을 판매할 예정이었다. 식재료 판매 업체와 음식점 역할을 동시에 하는 매장을 선보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록 PK마켓 오픈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사실 증권가에서는 이전부터 이마트가 미국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018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는) 굿푸드홀딩스 인수 후 매장 확장보다는 내부 콘텐츠 경쟁력 증가에 집중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지 소싱 및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아직까지 부족하고, 과거 중국시장 실패 사례를 봤을 때 유통망 확대를 위한 공격적 투자에 대한 부담이 상존하며 현 시장에 대한 분석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용진 회장이 본인 주도의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만큼 이마트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마트는 최근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L&B는 지난 9월 제주소주를 OB맥주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스무디킹은 2025년 10월 운영을 종료한다. 이마트 재무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자회사 신세계건설은 2025년 2월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정 회장은 그간 논란이 있었던 소셜미디어(SNS) 활동도 2024년 들어 대폭 축소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의 해외 진출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수 시장만으로는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마트가 미국 시장을 확장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추가 M&A에 나서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굿푸드홀딩스 산하 브랜드의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굿푸드홀딩스 산하 브랜드는 현재 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세 번째로는 이마트 자체적인 브랜드를 미국 시장에 론칭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마트가 당초 계획했던 PK마켓을 오픈하거나 아예 이마트 브랜드로 미국에 진출할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국 사업 확장과 관련해 “아직 명확히 나온 것은 없고, 기존에 하던 사업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마트 브랜드는 그간 해외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오픈하며 중국에 진출했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결국 이마트는 2017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마트는 2015년 베트남에도 진출했다. 그런데 이마트는 2021년 베트남 법인 지분 전량을 현지 기업인 타코에 매각했다. 베트남 당국의 규제와 인허가의 어려움 때문에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베트남 내 이마트 점포는 타코가 운영 중이다. 타코가 이마트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구조다.
또 다른 문제는 해외 진출에 필요한 투자비용이다. 이마트는 2023년 4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2024년 1~3분기에는 124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향후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마트의 부채비율은 2023년 9월 말 150.45%, 2024년 9월 말 156.21%로 1년 새 5.76%포인트(p) 늘었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마트는) 유통업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부담과 부동산 개발관련 자금소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출점을 재개하고 핵심 영업자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전환함에 따라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 마련도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자산유동화, 자회사 지분 매각, 외부자본 유치 등으로 투자부담을 일부 충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경기침체로 인한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자금조달 규모 축소 및 지연 가능성, 재무구조 가변성 등이 내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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