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부문 고전…내부적으로는 미국 고압용기 시장 성장 기대
#'미래 산업의 쌀' 기대 컸지만…
HS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탄소섬유 부진이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는 2025년 하반기까지 탄소섬유 부문의 실적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실 2024년 초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예상하지 못했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4년 1월 4일 “올해(2024년)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생산능력은 총 14만 6000톤(t)으로 전년(2023년) 대비 75% 늘어날 전망”이라며 “연간 탄소섬유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0.2% 증가한 910억 원으로, 회사 내 이익 비중도 38%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2023년 9월 “효성첨단소재의 주력 제품인 T700급 이상 탄소섬유는 높은 제조 기술 난이도로 인해 과잉 증설 가능성은 낮다”며 “향후 우주·항공 분야에 적용되는 T1000급 탄소섬유 진출도 계획 중이기에 중·장기 20% 이상의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는 데 무리 없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2024년 초 HS효성첨단소재의 목표주가를 61만~64만 원으로 설정했다. HS효성첨단소재의 현재 주가가 10만 원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당시의 뜨거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효성그룹은 2013년 국내 최초로 고성능 탄소섬유 ‘탄섬’ 상업화에 성공했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강철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 높다. 탄소섬유는 고압용기나 자동차, 풍력, 항공우주, 스포츠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활용 영역이 넓어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다. 효성그룹은 2028년까지 탄소섬유 생산능력 2만 4000t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탄소섬유는 중국의 공세를 비껴가지 못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11월 말 기준 중국산 탄소섬유 가격은 kg당 9.7~11.1달러(약 1만 4000~1만 6100원)다. 한국의 탄소섬유 수출단가는 4분기 누적 평균 kg당 18.4달러(약 2만 6700원)다. 중국산 가격이 한국산 가격의 50~60% 수준인 셈이다. 중국의 탄소섬유 생산량도 엄청나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2024년 1~10월 탄소섬유 수출량은 1721t이다. 이는 2023년 1~10월 대비 158% 증가한 수치다.
다만 HS효성첨단소재가 조만간 경쟁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탄소섬유는 고압용기향 수요는 견조하지만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로 단기 수익성이 부진한 상황”이라면서도 “2025년에는 중국 증설 둔화가 예상되고, HS효성첨단소재는 7500t 규모의 베트남 3개 공장 신규 설비가 순차적으로 가동된다. 이에 따라 2025년 하반기부터는 수익성이 회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증권사 연구원들이 언급하는 ‘중국 증설 둔화’가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롯데케미칼의 경우 다수의 증권사가 2023년 말 “에틸렌 대규모 증설 사이클이 올해 종료됐다. 2024년에는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증설은 이어졌고, 롯데케미칼도 2024년 1~3분기 6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 증권가는 중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산업에 대해서는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결국 HS효성첨단소재의 기술력이 중국 업체들보다 압도적으로 낫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형만 한 아우 없다지만…
(주)효성은 2024년 6월 임시주주총회에서 82 대 18의 비율로 분할됐다. 조현준 회장이 전체 82%의 자산을 가져간 것이다. 조현상 부회장 몫은 18%에 불과했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 격차는 최근 더 커졌다. 2024년 12월 23일 기준으로 (주)효성의 시가총액은 8487억 원, HS효성의 시가총액은 1144억 원이다. 분할 당시 HS효성의 기업가치는 (주)효성의 22%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3%에 그치는 셈이다.
(주)효성은 지난 7월 26일 분할 이후 첫 거래 당시 주가가 5만 500원이었다. (주)효성은 현재도 5만 원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HS효성은 지난 7월 26일 11만 원에서 거래 시작했지만 현재는 3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다만 HS효성은 시가총액이 1000억 원대에 불과해 코스피200에 편입될 수 없어 수급상 불리한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HS효성이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을 인수할 수 있다는 추측도 타격을 입혔다. 효성화학은 부채 부담 때문에 알짜 사업인 특수가스 사업을 팔아야만 했다. 이를 놓고 증권가에서 HS효성의 특수가스 인수설이 나온 것이다. 조현상 부회장은 한때 효성그룹 화학퍼포먼스그룹(PG)장을 맡아 HS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을 경영한 적이 있었다. HS효성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 인수설이 나오자 주가가 급락했다. 특수가스 사업 인수를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서면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었다. HS효성 주가는 2024년 11월 21일 3만 6000원대에서 12월 9일 2만 7000원대로 추락했다. 결과적으로는 (주)효성 자회사인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을 인수했다.
HS효성은 부채 부담도 적지 않다. HS효성첨단소재의 부채비율은 2024년 9월 말 기준 313.01%다. 게다가 HS효성은 숨겨진 우발채무가 있다. 우발채무는 당장은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채무보증을 해줘 나중에 부채로 돌변할 수 있는 항목이다. HS효성은 해외 자회사들에 지원해 준 채무보증 금액이 1조 6819억 원에 달한다.
HS효성첨단소재 내부적으로는 2025년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HS효성첨단소재 제품의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2024년 9월 “미국의 고압용기 시장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재생 천연가스 보급, 대형 트럭 CNG(압축천연가스)엔진 출시로 CNG차량 및 운송용 고압용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고압용기용 탄소섬유 시장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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