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적합한 2000톤급 9척 건조해 209·214급 대체…잠항시간 크게 늘리는 전고체배터리 장착 가능성 커
#한국형 잠수함의 시발점 장보고함
1993년 6월, 해군에 취역한 장보고함은 한국형 잠수함 사업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잠수함인 독일의 209급을 기반으로 해군의 작전요구사항을 더해 한국화된 209급 잠수함이 바로 장보고함이다. 총 9척 가운데 선도함인 장보고함을 제외하고는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이 건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해군에 나가파사급 잠수함(DSME 1400) 3척을 수출해 우리나라는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국이 됐다. 총 9척의 장보고-I 잠수함이 어느새 운용된 지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성능개량과 창정비로 잠수함 수명을 연장해왔다. 하지만 2030년대 초쯤에는 신형 잠수함으로의 교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향후 장보고급 잠수함에 대한 창정비 계획은 없다”며 “남은 수명을 채우면 순차적으로 퇴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해 및 연근해 작전 위해서는 작은 잠수함 필요
우리나라는 장보고-Ⅲ로 3000톤급 국산 잠수함 시대를 열었다. 이 때문에 장보고-IV는 이보다 크거나 혹은 핵추진 잠수함으로 예상됐다. 실체를 드러낸 장보고-IV는 예상과 달리 장보고-Ⅲ보다 작은 2000톤급 잠수함으로 확정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반도의 독특한 수중 작전환경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해의 경우 평균 수심이 44m로 남해의 100m, 동해의 1500m에 비해 매우 얕다. 3000톤급 이상의 잠수함이 작전을 펼치는 데 제약이 많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서해와 연근해 작전 필요성에 의해 장보고-Ⅲ보다는 작은 잠수함이 필요한 것. 비록 톤수는 줄어들 예정이지만 장보고-IV는 최신 잠수함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전고체 전지 장착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최신 재래식 잠수함은 내연기관과 축전지 즉 배터리(Battery)와 공기불요추진체계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배터리다.
#장보고-IV 전고체 배터리 장착하나
국내 기술로 만든 잠수함 중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장보고-III 배치II는 세계 2번째로 리튬이온전지를 탑재해 수중 작전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리튬이온전지는 납축전지보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잠항거리는 160%, 최대속도 잠항시간은 300% 연장되고 수명도 2배로 늘어난다. 여기에 연료전지와 결합된 공기불요추진체계와 디젤엔진이 더해진다. 동력과 잠항시간 및 거리 등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장보고-IV는 리튬이온전지 대신 전고체 전지를 장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전고체 전지는 전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충전하는 데 몇 시간씩 걸리는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전고체 전지는 불과 5분이면 80%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주행거리도 리튬이온전지의 2배 이상에 달한다. 또한 리튬이온전지 대비 탁월한 안전성을 자랑한다.
#차세대 공기불요추진체계 적용 가능성도
전고체 배터리 외에 차세대 공기불요추진체계도 적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기불요추진체계란 수중에서 외부 공기의 흡입 없이 잠수함에서 전기를 발생시켜 추진하는 체계로 함 내에 저장된 산소 및 연료를 사용하여 수중에서 축전지 충전 및 추진에 필요한 전원 공급이 가능한 특별한 장비다. 특히, 연료전지를 활용한 공기불요추진체계는 2주 이상의 잠항을 가능하게 하며 다른 기술에 비해 효율성이 높고 소음과 진동이 작다. 지난 12월 20일,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주관하는 '수출형 3000톤급 KSS-Ⅲ 차세대 질소혼합형 장수명 PEMFC 모듈 탑재 연료전지체계 개조개발' 과제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PEMFC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성하는 방식의 고분자 전해질 막 연료전지로 신속한 시작 시간, 낮은 작동 온도, 높은 전력 밀도, 환경 친화성 등이 장점이다. 이번 과제는 한화오션이 주관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8년까지 수출 잠수함용 연료전지체계의 핵심 구성 요소를 확보할 예정이다.
#2000톤급 잠수함 수출 시장 선호도 높아
전고체 배터리와 차세대 공기불요추진체계를 장보고-IV에 적용할 경우 경쟁 잠수함 대비 잠항시간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세계 재래식 잠수함 시장에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더욱이 2000톤급 잠수함은 최근 세계시장에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독일의 차세대 잠수함인 212CD와 싱가포르 해군의 218SG 그리고 프랑스의 주력 수출 잠수함인 스코르펜급도 모두 2000톤급이다. 중소국 해군의 경우 과거 예산문제로 1000톤급 잠수함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배타적 경제수역(EEZ) 즉 경제적인 주권이 미치는 수역이 중요해지면서 큰 잠수함이 필요해진 것이다. 반면 선진국 해군의 경우 3000톤급 이상의 잠수함을 선호한다. 국내 특수선 즉 군함 사업을 대표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수출형 모델로 2000톤급 잠수함을 내놓은 상황. HD현대중공업은 ‘HDS-2300’이라는 2000톤급 잠수함을 해외에 제안중이며, 한화오션도 ‘오션 2000’이라는 이름으로 역시 2000톤급 잠수함을 선보인바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사의 모델 중 하나가 향후 장보고-IV로 채택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해군 잠수함 운용대수 향후 20여 척에서 18척으로 줄어
현재 우리 해군은 장보고-I/II/III를 포함 총 20여척의 잠수함을 운용 중이다. 하지만 해군의 잠수함 운용 척수는 18척으로 묶여있는 상황. 지금은 과도기적 상황으로, 향후 18척 체제를 맞추기 위해 장보고-I/II 18척을 장보고-IV 9척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 해상자위대의 경우 2010년 이후 중국의 해양진출을 염두에 두고 일본이 보유한 잠수함을 16척에서 22척으로 증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그 결과 22척 체제를 완성했다. 이 때문에 해군 일각에서는 해양안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잠수함 척수가 줄 경우 자칫 안보 불안이 올 수 있다며. 우리도 일본처럼 22척 체제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군 잠수함 승조원 이탈과 지원율 저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20여 척 체제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의 ‘고슴도치’ 전력인 잠수함 운용 인원에 대한 실질적이고 대대적인 처우개선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군 안팎의 의견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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