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지속돼온 ‘아워홈’ 지분 확보 난항 예상…8600억 원 달하는 인수자금 마련도 부담
2020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식자재 유통·단체급식(FC) 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면서 급식사업을 접었다. 아워홈을 인수해 한화가 다시 단체급식 사업에 진출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김동선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독립경영을 시작하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회사 한화푸드테크에 급식사업본부를 신설한 점에서 해답을 찾는 시선도 있다.
인수 작업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아워홈 오너가의 ‘남매의 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속적으로 순손실로 인한 결손금이 쌓여 있고 유동자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인수에 걸림돌 중 하나로 거론된다.
IB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100% 인수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아워홈 창업주 고 구자학 전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회장이 보유한 아워홈 지분 약 57.84%를 주당 6만 5000원에 매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자금은 약 8600억 원이 예상되며,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1조 5000억 원 수준이다.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하면 4년 넘게 중단했던 급식사업을 재개하게 된다. 한화는 1995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식자재유통 및 급식사업부를 출범시켜 25년 가까이 운영하다 2020년 VIG파트너스에 분할 매각했다. 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한화가 운영하던 당시에는 실적이 좋지 못했고 사조에 인수된 이후 회복했던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김동선 부사장이 전면에 나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이끌고 있으니 다르지 않겠나. 푸드테크 기술에도 힘을 주고 있으니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그룹의 호텔‧외식산업을 도맡아 오며 ‘푸드테크’를 새 먹거리로 삼고 있다. 2017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식음사업부(F&B)를 물적 분할해 ‘더테이스터블’을 설립했고, 올 초엔 ‘한화푸드테크’로 사명을 변경해 ‘푸드테크’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난 2월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하고 4월에는 자동화 조리기를 도입한 파스타 전문점 ‘파스타X'를 오픈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유통·F&B 업종과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식품산업”이라며 “식품산업은 R&D, 판매채널, 판매망 이 세 가지를 갖춰야 성공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한화의 아워홈 인수는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도 “한화갤러리아 백화점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화가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식품산업 전망이 좋은 데다 아워홈은 업계 2위의 알짜회사”라며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은 대형화‧복합화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한화 리조트, 유통, 식품까지 푸드테크를 접목해 대규모 복합단지를 만들려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을 인수해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워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약 1조 98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8% 늘었다. 영업이익은 75% 증가한 943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급식시장에서 1위 삼성웰스토리에 이어 2위 사업자로 거론되며, 급식사업 외에도 식자재 유통 및 위탁 운영 사업을 하고 있다. 범LG가인 아워홈을 인수하면 LG계열의 사업장 운영 계약권 등을 인계받을 수 있고 한화그룹 내부 우주항공, 방산, 에너지 등 사업장 단체 급식 운영도 가능하다.
다만 최종 인수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우선 아워홈은 2016년부터 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어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의문이다. 지난 5월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이 구지은 전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퇴출시켰다. 구 전 부회장은 20.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의 지분을 확보하면 한화가 경영권은 확보할 수 있으나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전 이사가 현재 매각에 반대하고 있어 추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불씨가 남아 있다. 구 전 부회장과 구 전 이사가 보유한 지분 약 40%에 대해 지분매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거나 세 자매가 맺었던 ‘의결권 공동행사에 관한 주주간계약’을 근거로 법적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인수자금도 상당한 부담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한화호텔앤리조트의 자본총계는 1조 160억 원이며 유동자산은 2355억 원이다. 인수자금은 약 8600억 원 이상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화갤러리아가 보유한 부동산 매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다양한 부문의 사업을 검토 중이기는 하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
업계 2위 넘볼 기회인데…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 파열음
온라인 기사 ( 2024.12.20 17:38 )
-
트럼프와의 만남 주목…정용진의 이마트 미국 사업 확장 가능성은?
온라인 기사 ( 2024.12.24 15:24 )
-
[단독] 농심 3세 신승열, 메가마트·언양농림개발 이사회 합류…보폭 넓히는 배경
온라인 기사 ( 2024.12.24 1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