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 “명태균 보면 난 10%밖에 안 돼” 억울함 토로…안민석 “은닉 재산 조사 안 한 윤석열 총장 직무유기”
최 씨는 억울하다는 입장도 최근 내비쳤다. 최 씨는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안민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판에 2024년 12월 5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전 의원은 최 씨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로 자금을 빼돌린 의혹 제기하는 등 최 씨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최 씨는 이날 증인석에 서자마자 “말씀드릴 게 있다”며 재판부에 발언권을 요구했다. 결국 발언권을 얻어 이날 공판 말미에 미리 적어 온 진술서를 읽어 내려갔다. 최 씨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비극적인 결말이 났다”며 “그 이후 모두 사면·복권됐지만 유일하게 저만 청주교도소에서 아직도 수감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짜 뉴스와 거짓 의혹 제기로 온 나라를 뒤집어놓고 사법 체계를 무력화시킨 안민석 씨 거짓말을 낱낱이 밝히고자 증인석에 섰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처벌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은 윤석열 정부 들어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시절 엄벌을 요구했던 인물들을 사면·복권한 꼴이 됐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2024년 5월 대통령실 시민사회3비서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2021년 12월 31일 풀려났다. 특별사면으로 박 전 대통령은 벌금 180억 원 중 내지 않은 150억 원도 면제 받았다.
최 씨는 국정농단 사태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최 씨는 이날 재판 도중 “내가 (박근혜 정부) 서열 1위였으면 비서실장 정도는 했어야지 왜 뒤에 숨었겠냐”며 “안민석처럼 국회의원이라도 해서 면책특권을 가졌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는 또 “지금 명태균 씨 나오는 거 보면 저는 10%밖에 안 된다”며 “내가 박근혜 대통령한테 뭘 했다는 거냐”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 씨는 “거짓말을 낱낱이 밝히겠다”던 포부가 무색하게 증인 신문 과정에서 대다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모르겠다” “답변을 안 하겠다” “다른 의혹 제기를 하지 말라” 등 답변을 피하는 태도였다. 때로는 “돌아가신 아버지는 거론하고 싶지 않다” “가족 관련된 건 묻지 말라” “제가 여기서 쓰러지는 거 보고 싶냐”며 언성을 높였다. 최 씨는 안 전 의원 변호인에게 “어이없는 질문을 한다”며 “안민석한테 돈을 너무 많이 받으셨네”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재판 직후 일요신문과 만나 “최 씨는 국정농단을 부정하는 입장이니까 저를 거짓말쟁이 프레임에 집어넣는 것”이라며 “최 씨가 ‘모른다’ ‘기억을 못 한다’는 말은 거짓말로 생각한다. 발뺌하는 작전으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의원은 또 “국정농단의 진실은 반의 반도 안 알려졌다”며 “아까 최 씨가 특검과 검찰에서 은닉 재산 관련한 조사를 한 번도 안 받았다고 했다. 이게 오늘 가장 중요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최 씨는 이날 재판에서 “2017년 검찰, 국세청, 관세청으로 구성된 최순실 재산 추적 TF팀 조사를 받은 적이 있냐”는 안 전 의원 변호인 질문에 “솔직히 조사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최 씨는 현재 가진 재산에 대해선 “하나도 없다. 안민석 때문에 다 뺏겼다”고 화를 냈다. 최 씨는 해외 재산이 있는지에 관해선 “찾아 달라. 내가 좀 쓰게”라고 비아냥거렸다. 최 씨는 아버지 최태민에게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선 “상속 받은 돈이 없다. 별로”라며 “그걸 왜 밝혀야 하냐”고 되물었다.
최 씨는 자신이 소유했던 비덱스포츠와 더블루케이와 관련한 질문들에 “명예훼손 사건이랑 상관없다”며 “대답 안 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독일 검찰이 최 씨 모녀의 자금세탁을 수사하고 있다는 2016년 현지 언론 기사 내용에 대해선 “찌라시”라며 “독일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없고 수사받은 사실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아울러 “독일도 찌라시 신문이 많다”며 “한국에서 시키면 광고 실어주는 곳이 많다”고 주장했다.
안 전 의원은 재판 다음 날인 2024년 12월 6일 페이스북에 “최 씨는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이 거짓과 모르쇠 답변 일색이었다”며 “판사의 수차례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거칠고 무성의한 태도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안 전 의원은 이어 “최 씨의 답변 중 놀라운 사실은 은닉 재산 관련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점”이라며 “그렇다면 특검 시절부터 은닉 재산을 의심하고 있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유기를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은 그러면서 2019년 8월 8일 언론 기사 링크를 첨부했다.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최 씨 은닉 재산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재산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미스터리가 있다”며 “국세청은 세무조사 차원에서 좀 더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국세청과 공조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앞서 안 전 의원은 대선 국면이었던 2022년 3월에도 최 씨 은닉 재산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왜 단 한 푼도 회수하지 않았는지 공개적으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므로 즉시 형사고발하겠다”고 반발했다.
최 씨는 2016년 말~2017년 초 특검 조사에서도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관해 대부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최 씨 소유로 확인된 비덱스포츠와 더블루케이에 대해서만 “설립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비덱스포츠는 독일 체류 자격을 구비하기 위해 지분을 취득했다. 더블루케이는 독일에서 계속 체류하려면 뭔가 해야 해서 사업을 해보려고 설립했다가 사업이 쉽지 않아서 폐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2016년 11월 1일 특검 조사에서 밝혔다.
한편 최 씨는 2021년 5월 안 전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안 전 의원이 최 씨 일가의 해외 은닉 재산이 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2022년 5월 2심은 최 씨 청구를 기각했다. 최 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2심 법원은 최 씨 일가 은닉 재산에 대한 안 전 의원 발언에 대해 “진실한 사실이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특검 조사기간이 은닉 재산을 추적하기에 단기간이어서 특검 조사 결과가 미흡한 것임을 지적하는 한편, 은닉 재산을 조사해 이를 몰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이므로 공익을 위한 것이라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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