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수석-불명예전역-점술가 활동 ‘기행’…김용현-문상호 ‘연결고리’ 역할하며 핵심 부상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경북 문경 출생으로 대전고를 졸업했다. 1981년 육군사관학교 41기 생도로 입학할 때부터 화려한 수식어를 달았다. ‘육사 수석 입학’이라는 타이틀이었다. 보병 소위로 임관한 노 전 사령관은 소령 시절 병과를 정보로 바꿨다. 병과를 바꿀 즈음 노 전 사령관은 노용래라는 이름을 노상원으로 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준장으로 진급하며 별을 단 노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 경호실에서 군사관리관직을 수행했다. 소장 진급 이후 노 전 사령관은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등 요직을 거쳤다. 정보사령관을 지낸 뒤 육군정보학교장으로 보직을 옮긴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국군의날에 교육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불명예 전역했다.
군복을 벗은 뒤 노 전 사령관 행보는 기인에 가까울 정도다. 우선 경기도 안산에서 점술가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술인들과 동업을 했는지, 단순히 보좌 역할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가 보양식 일종인 ‘뱀닭’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뱀닭은 죽은 뱀에서 나온 구더기를 먹인 닭이다.
이 와중에도 노 전 사령관은 군에서 맺었던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했다. 그는 육사 세 기수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육사 38기)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대위 시절 수도방위사령부 제55경비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이때 작전과장이 소령 계급장을 달고 있던 김용현 전 장관이었다. 노 전 사령관이 대령 시절 육군참모총장 비서실 정책과장 보직을 맡았을 때 육군참모총장 비서실장은 준장 계급장을 단 김 전 장관이었다.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을 신임했다는 증언도 곳곳에서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도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홉 기수 차이 선후배인 노 전 사령관과 문 전 사령관의 ‘공통분모’가 조명받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과 문 전 사령관은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노 전 사령관은 대전고, 문 전 사령관은 보문고를 졸업했다. 7사단 수색대대장, 정보사령관 등 보직을 거친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문 전 사령관이 ‘리틀 노상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당시 직접적인 인연이 닿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대통령 경호실 군사관리관으로 재직할 당시 문 전 사령관이 대통령 경호실에 파견근무를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과 문 전 사령관이 가깝게 지내게 된 데엔 같은 시기에 대통령 경호실 근무를 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경우엔 정보병과 출신 예비역 장성들 사이에서도 ‘아웃사이더’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 밖의 접점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병과는 베테랑의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는 업무 특성을 지녔다”면서 “장성급 관계자부터 영관급 관계자까지 전역 이후에도 서로 교류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히 소통한다”고 했다. 그는 “예비역 장성급 커뮤니티로는 대표적으로 두 곳이 꼽히는데, 노 전 사령관은 이 두 곳 중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았다”면서 “보병 장군들과 교류가 더 활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군 관계자는 “계엄 지휘자로 꼽히는 김용현 전 장관과 계엄 실무에서 적잖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비밀 부대’인 정보사를 계엄에 끌어들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김용현 전 장관은 계엄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열쇠’가 필요했고, 문 전 사령관은 군 최고위 관계자와 연줄이 필요했다”면서 “노 전 사령관이 서로의 필요충분조건을 메워주는 ‘인맥 브로커’ 역할을 하며 계엄 기획 핵심 인물로 부상하게 된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정보사의 경우엔 특전사나 일반 육군 부대보다 훨씬 거칠고, 상명하복 체계가 훨씬 강력한 특성이 있다”면서 “김용현 전 장관에게 필요했던 ‘계엄 별동대’로는 최적의 조건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12월 1일 경기도 안산 소재 롯데리아에서 성사된 ‘햄버거 회동’은 노 전 사령관 ‘햄버거 인맥 활용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 정보사 대령 두 명을 대동해 노 전 사령관과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 중심에 있다.
전직 정보사 관계자는 “문 전 사령관 입장에선 군 최고위 라인과 줄이 닿아 있는 노 전 사령관과의 회동이 기회로 느껴졌을 것”이라면서 “충암파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박종선 777사령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국방정보본부장(중장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까닭”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충암고 라인이라는 학맥만큼이나 적지 않은 영향력을 노 전 사령관이 갖고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햄버거 회동’은 성사될 수 없다”면서 “노 전 사령관의 ‘육사 수석 입학’ 타이틀과 김용현 전 장관과의 친분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이 사람은 끗발이 있다’는 판단이 섰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그는 “문상호 전 사령관과 함께 롯데리아로 갔던 ‘필드 커맨더(현장 지휘관)’ 격 대령들도 노 전 사령관의 배경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직 정보사 관계자는 “정치는 장성급들의 몫인데, 대령급 인사가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에 안타까움이 있다”면서 “노 전 사령관의 교묘한 용인술에 문 전 사령관이 합세하면서 어떤 상황이든 보안과 비밀을 철통같이 유지해야 하는 정보사가 그야말로 ‘동네 북’이 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날마다 정보사가 뉴스 토픽이 된 것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대북 첩보라는 정보사 본연의 임무는 온 데 간 데 없고, 핵심 정보기관이 정치적 풍파에 휩싸이는 상황이 상당히 개탄스럽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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