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훈의 ‘반격’ 그린 시즌 2…프론트맨과의 맞대결부터 ‘현 시국’ 비쳐보인 OX 투표까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로써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새로운 시즌이 12월 26일 오후 5시, 장장 3년의 시간을 넘어 완전히 베일을 벗었다. 이미 한 차례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의 후속작으로써 또 어떤 놀라운 결과를 안겨줄 것인지에 전세계적인 기대감이 모이는 가운데 '오징어 게임2'가 선택한 변화와 작품 속 인물들이 던지는 화두,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이뤄내는 세계인들의 특별한 '공감대'에 먼저 눈길이 모이고 있다. (※기사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반격' 나선 성기훈…이정재의 짙은 그림자는 아쉬워
'오징어 게임2'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이뤄진 캐릭터는 주인공 456번, 성기훈(이정재 분)이다. 전편의 최종 생존자이자 우승자인 그는 게임의 설계자인 오일남(오영수 분)의 사망 후에도 게임이 이어지는 것을 본 뒤, 스스로 다시 그 '아비규환' 속으로 들어가 주최 측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우승 상금으로 받은 456억 원으로 또 다른 게임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딱지남'(공유 분)의 뒤를 쫓고, 게임의 주최 측에 대항하기 위해 온갖 무기를 모아 복수의 그날만을 기다린다.
이처럼 인생의 밑바닥을 기어다니던 '초심자'에서 '게임 경험자'로 주인공의 인물상이 바뀌면서 '오징어 게임2' 속 성기훈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각은 다소 갈릴 수 있어 보인다. 기존의 성기훈이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이전까지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완성형 인물'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실실거리며 노모의 쌈짓돈까지 몰래 빼돌려 경마에 탕진하고, 어린 딸이 훨씬 더 철 들어 보일 정도로 한심한 인물상이었던 것이 시즌 1의 성기훈이었다면, 시즌 2의 그는 성기훈으로서의 모습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정재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져 보인다.
특히 시즌 1에서 성기훈이 단순한 게임 참가자였던 반면, 시즌 2에서는 주최 측에 반기를 든 '투사'적인 면모가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전편에 익숙해 있는 시청자들에게 가장 먼저 느껴지는 허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럼에도 성기훈의 '성기훈 적인' 순간이 여전히 남아있어 캐릭터와 내외하려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컨대 그의 상징적인 대사 중 하나인 "X됐다…"도 여지없이 등장하며 팍팍한 서사 속 웃음을 안겨준다. 시즌 2에서 그와 함께 콤비를 이루는 경마 친구 정배(이서환)와의 투닥투닥 케미스트리도 성기훈을 성기훈으로 남게 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 게임을 없애려는 자 vs 게임을 받아들인 자
투사가 된 성기훈을 막아서는 새로운 벽으로서 활약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행적도 시즌 2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전편의 흑막을 대신해 게임을 이끄는 프론트맨은 성기훈과 완벽하게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화면 안팎에서 포커스가 흐려지는 때조차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앞서 시즌 1의 준우승자 조상우(박해수 분)가 성기훈과 '하나의 뿌리와 추억을 공유한 이란성쌍둥이'로 정의됐다면, 시즌 2의 프론트맨은 조상우를 넘어서는 성기훈의 완전한 안티테제로 볼 수 있다. 게임을 통해 공통된 경험을 가지게 된 이 두 캐릭터가 각자의 '정의'를 위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은 생사가 갈린 극 중 서바이벌 게임보다 더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앞서 시즌 1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믿음'을 이야기의 주된 주제로 삼았던 것처럼, 시즌 2에서는 게임을 없애려는 자와 게임을 받아들인 자가 외치는 각자의 정의와 믿음 중 당신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묻고 있다. 전작의 오일남이 후반부에서야 정체를 밝히며 이 같은 물음을 던졌던 것과 달리 프론트맨은 처음부터 끝까지 성기훈과 시청자를 동시에 흔든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 여성은 '엄마'와 '엄마가 아닌 사람' 뿐인가요?
시즌 1에 비해 여성 캐릭터들의 수가 늘었고, 이들이 가진 캐릭터성도 어느 정도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비중이 높은 여성 캐릭터들은 대부분이 '엄마'이거나, '엄마가 될 예정'이거나, '이전에 엄마였거나'로만 나눠진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박 중독자인 아들을 돕기 위해 몰래 게임에 참가했다가 정작 그 아들을 같은 참가자로 마주하게 된 금자(강애심 분),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돈도 모두 잃고 미혼모가 될 위기에 놓인 준희(조유리 분), 북한에 생사조차 모르는 어린 딸을 남겨두고 온 군인 출신의 탈북민 노을(박규영 분)까지 '모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한데 묶을 수 있는 캐릭터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박쥐부터 깍두기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전작의 한미녀(김주령 분), 또 다른 참가자와 생사를 건 우정을 나눴던 최후의 3인 중 하나 강새벽(정호연 분)에 대한 상대평가에 더 후한 점수가 주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와는 반대로 특전사 출신의 남성이지만 여성으로서의 성 확정 수술을 위해 게임에 참가하게 된 현주(박성훈 분)의 캐릭터성이 이들보다 좀 더 다채롭게 그려진다. 아직 여성과 남성 어느 쪽에도 '확실하게' 들어갈 수 없는 처지지만, 여성과 남성 양 측에서 모두 활약상을 펼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각자의 구체적인 서사가 종국을 향해갈 때쯤 온전하게 펼쳐진다 하더라도 여자들의 서사에서만 동일한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은 현재까지 '오징어 게임2'에서 그려진 인간군상 가운데 유일하게 아쉬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시국에 딱 들어맞는 'O'와 'X'의 이야기
살짝 아쉬운 지점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2'에는 전작보다 더욱 많은, 특히 국내 시청자들의 관심과 눈길이 모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데엔 '현 시국'의 영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희한하게도 지금 한국의 상황과 묘하게 딱 들어맞는 서사와 그 장치들을 두고 "황동혁 감독이 작두를 탔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예컨대 '오징어 게임2'의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인 '투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상정부터 표결까지의 숨막혔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시즌 1에서는 두 번째 게임 시작을 앞두고 단 한 차례 '게임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를 물었던 OX 투표가 이번엔 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진행되는 식이다. 살인이 난무하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X파와 최대한 많은 이들의 죽음을 이끌어 내 더 높은 액수의 상금을 얻고자 하는 O파는 한 명이라도 자기 집단으로 데려오기 위해 회유와 협박을 거쳐 폭력과 살인마저 불사하게 된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황동혁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게임 속 투표와 현실 세계의 상황을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 감탄이 나오는 지점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2025년 공개될 시즌 3을 향해 달려가는 '오징어 게임2' 세계관 속, 이 같은 OX 투표를 비롯해 한국은 물론 세계가 공감할 만한 여러 장치들을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시청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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