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160명에게 일일히 전화 ‘계란으로 바위치기’ 성공…ABS 도입·중1 이중 등록 해결 공약 내걸어
제7대 한국리틀야구연맹 신임회장에 당선된 배우 김승우의 선거 운동은 ‘바위에 계란 던지기’였다. 비야구인 출신이 행정가로 나서는 모습이 선입견을 갖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약점을 안고 시작한 선거 운동이 순조로울 리 없었다. 김승우는 선거권을 가진 160명의 대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투표를 독려했다. 리틀야구 감독으로 구성된 대의원들의 반응은 엇비슷했다. 배우 김승우가 왜 리틀야구연맹 회장 선거에 나서는지, 그리고 진짜 그 김승우가 맞는지를 궁금해했다.
김승우는 12월 18일 경기도 화성 드림파크에서 열린 신임회장 선거에서 153명의 선거인 중 총 86표를 얻어 경기인 출신 유승안 회장을 제치고 당선됐다. 4년 전에도 출마를 고려했다가 유승안 회장의 존재감을 인지하고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김승우 신임회장은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야구광’이다. 지난 22년 동안 사회인 야구팀 ‘플레이보이즈’ 구단주를 역임했고, 여전히 선수로 활약 중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은 정말 많지만 김승우 회장처럼 체육단체장으로 나선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여전히 방송인으로,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는 중년 연기자가 프로야구도 아닌 리틀야구연맹 회장이 된 사연이 궁금했다. 김 신임 회장은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이자 소중한 자산인 리틀야구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회장 선거에 뛰어들었다”라고 말한다.
“리틀야구가 대중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다면 리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선수들이 프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성인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대만한테까지 밀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김 신임회장은 2024년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을 넘겼지만 ‘양’보다는 ‘질’적인 면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성인 야구가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과거 미국, 일본과 견주어 우승을 일구던 한국 대표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대만에 쫓기거나 이미 추월당한 상태다. 프로야구가 성장하려면 리틀야구의 초석이 잘 다져져야 한다. 그 일념 하나로 리틀야구연맹 회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지인들의 만류도 있었다고 한다. 회장 선거에 당선되기도 어렵겠지만 괜한 오해와 구설에 오르내릴까봐 걱정한 것이다. 그러나 김 신임회장의 신념은 확고했다.
“물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진심이 통할 거라 믿었다. 리틀야구연맹 회장이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이 일을 통해 나중에 정치 입문을 도모하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재원을 잘 마련해 아이들이 야구하는데 신바람을 내길 바랄 뿐이다. 그거 하나 보고 선거 운동을 시작했는데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가능한 현실로 나타나 깜짝 놀랐다.”
김 신임회장이 선거 운동 기간에 내세운 공약들은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가장 눈에 띈 건 ‘리틀야구에 ABS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하지만 프로야구에 ABS가 도입된 후로 심판 판정 논란이 줄어들지 않았나. 멘털이 약한 어린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흔들리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 리틀야구 전 구장으로 확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메인 구장인 화성 드림파크에 ABS를 도입해 판정은 ABS에 맡기고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중학교 진학 후 이중 등록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떠오른다. 김 신임회장은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중1 선수 이중 등록 관련 해결책 마련’을 내걸었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세계리틀야구연맹의 가맹 단체다. 세계리틀야구연맹은 중학교 1학년까지 리틀야구 활동을 허용한다. 한국은 이전까지 중학교 진학 후 1학년까지 리틀야구 출전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중학교(대한야구협회)와 리틀야구연맹 이중 등록 선수로 분류돼 리틀야구 출전이 어려워진다. 미국과 한국의 학기제 차이로 인해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중1 선수들의 이중 등록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김 신임회장은 2014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극적인 감동을 선사했던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의 활약을 떠올렸다. 당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어린 선수들의 무한 성장과 도전을 응원했던 그는 앞으로 한국 리틀야구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리틀야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선수들이 대폭 감소하는 추세다. 야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환경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앞서 말한 대로 리틀야구는 한국 야구의 초석이다. 잠재력 있는 선수들의 성장이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과 확신을 갖고 일할 것이다.”
다행히 김 신임회장 주변에는 도움을 자청한 지인들이 많다. 그들 중에는 야구를 사랑하는 연예인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럼에도 가장 큰 조력자는 아내 김남주 씨다.
“아내는 내가 이 일에 얼마나 진심인 줄 잘 알고 있다. 회장에 당선되자 아내가 축하를 보내면서도 선거 공약을 잘 지켜야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우리 둘 다 부모 입장이라 선수 부모님들이 어떤 마음으로 아들을 야구선수로 키우는지 이해할 수 있다. 회장 선거에 당선된 후 선수들보다 어머님들이 더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구장 가면 사인받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셔서 무조건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한국의 리틀야구 역사에 연맹 회장이 이토록 화제를 모은 건 처음이다. 김 신임회장도 회장 당선 후 연예 기자들보다 스포츠 기자들을 더 많이 만났고, 스포츠 뉴스에도 출연했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의 또 다른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스폰서 유치다. 김 신임회장은 자신의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스폰서 유치에 나설 것이고, 국제 교류전을 큰 폭으로 늘리며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 신임회장은 2025년 1월 1일부터 한국리틀야구연맹 제7대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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