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매각 요구에도 통합 추진 전망, 에어부산 인수 방식 관건…대한항공 “3사 협의 후 계획 수립 예정”
#“대한항공, 통합 LCC 쉽게 포기 안 할 것”
2024년 12월 11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신주 인수 대금 잔금 8000억 원을 지급해 지분 63.88% 확보했다. 대한항공은 계약금 3000억 원과 중도금 4000억 원 등 1조 5000억 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다. 2020년 매입한 전환사채 3000억 원을 합하면 총 인수 금액은 1조 8000억 원이다.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대한항공 손자회사가 됐다.
다음 과제는 LCC 통합이다. 부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통합 LCC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서다. 현재 항공기 보유 대수는 진에어가 31대, 에어부산이 21대, 에어서울이 6대로 총 58대다. LCC 1위인 제주항공(41대)을 뛰어넘는다. 진에어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나 인수 작업을 총괄해온 최정호 대한항공 부사장은 진에어 대표 시절 항공기를 60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2024년 12월 삼일PwC가 발간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항공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LCC 시장은 2023년 별도 매출 기준 제주항공이 27.9%로 1위, 티웨이항공과 진에어가 각각 22.1%와 21%로 2, 3위다.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합산점유율은 약 20%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된다면 시장점유율 41%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된다.
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서 신규 채용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3사가 통합해도 잉여 인력이 생기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조종사로만 한정해서 생각해보면 진에어와 에어서울·에어부산의 기장 승격 기준이 다른 점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통합되더라도 오히려 조종사는 모자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통합 LCC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은 202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영하고 허브는 인천국제공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합 LCC 출범은 유력해 보인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LCC인 에어아시아에 버금가는 LCC를 출범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합 속도 FSC보다 더 빠를 수도"
통합 LCC 출범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통합 FSC(대형 항공사)와 통합 LCC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한항공의) 뉘앙스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항공업계 관계자도 “LCC는 덩치가 작고 통합됐을 때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통합 속도가 FSC보다 더 빠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합 LCC 출범이 가시화된다면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문제는 지분 처리 방법이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지분 54.91%를 보유한 자회사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대한항공 손자회사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의 100% 자회사라 진에어가 흡수합병을 추진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에어부산은 소액주주 지분이 41.91%에 달한다. 16%는 부산시와 부산상공계가 갖고 있다. 상법상 합병은 특별결의 요건으로 전체 주주 3분의 1 이상이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한 회계사는 “통상 신주를 발행해 주식 교환을 하는 방식으로 합병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합병비율이 소액주주나 기타 주주에게 불리하다면 저항이 클 수 있어 합병 과정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최대한 부산시 등 지역사회와 협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부산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합병이 추진된다고 했을 때 지역 주주들이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는 아직 논의한 바 없다”며 “분리매각이나 에어부산을 독립법인으로 남겨두는 방안 등을 대한항공 등이 전향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진에어가 아시아나로부터 에어부산 지분을 인수한 뒤 합병을 점진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의 증권사 연구원은 “예측하기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진에어가 아시아나가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을 산 뒤 합병 추진을 위해 다른 기타 주주들 지분까지 매입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2024년 3분기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진에어의 유동자산은 6054억 원이다. 2024년 12월 27일 오전 11시 기준 에어부산 시가총액은 2607억 원이다. 아시아나 보유 지분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으면 1090억 원 정도다.
아직은 진에어 등 LCC 직원들에게 통합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공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신임 대표로는 정병섭 대한항공 여객영업부 상무와 송명익 대한항공 기업결합TF 총괄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3월 임기 만료인 박병률 진에어 대표는 연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향후 세 사람이 LCC 통합 방법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LCC 출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향후 LCC 3사가 협의해 수립 및 추진할 예정”이라며 “LCC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기단 규모 확대와 원가 경쟁력 확보가 필수인 만큼 3사 통합운영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통합 FSC 산하에 통합 LCC를 배치해 각각의 사업 시너지를 확대하고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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