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추단에 ‘반윤’ 이성윤·박은정, 김이수 전 재판관 지원…윤 측 첫 변론기일에야 배보윤 배진한 윤갑근 선임
#‘윤과 악연’ 의원들 다수 포진
12월 1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은 국회 탄핵소추단이 활동을 시작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단장을 맡았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간사 겸 대변인으로 선임됐다. 박범계 이춘석 이성윤 박균택 김기표 박선원 이용우 민주당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소추단에 합류했다.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소추단엔 윤 대통령과 악연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진했다. 이성윤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서울고검장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윤석열 사단’을 군 사조직 하나회에 비유해 징계 대상이 됐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에는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했다.
박은정 의원도 대표적인 ‘반윤’ 검사다. 박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감찰담당관으로 임명됐다. 이때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업무를 담당했다. 윤석열 총장 징계 국면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박 의원은 줄곧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조기 종식’을 외치며 윤 대통령을 공격했다. 박 의원이 몸담은 조국혁신당 슬로건은 ‘(윤 정부) 3년은 너무 길다’이다.
개혁신당과 윤 대통령의 악연도 깊다. 20대 대선 때 윤 대통령은 ‘개혁신당 간판’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을 빚었다. 친윤계는 당원권을 정지시킨 다음 대표직에서 축출했다. 이후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준석 의원과 함께 국민의힘을 나와 개혁신당을 차렸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을 ‘방구석 여포’ ‘법꾸라지’에 빗대며 각을 세웠다.
#'소추단 지원' 법률대리인단 17명 임명
국회는 12월 19일 탄핵소추위원 법률대리인단을 구성했다. 법률대리인단은 소추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총 17명이 임명됐다. 노무현·박근혜 탄핵 때보다 많은 숫자다. 사건의 중대성과 신속 재판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전보다 많은 수의 대리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인단은 헌법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공동 대표는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송두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이광범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특별검사 등 3명이다. 실무 총괄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 김진한 변호사가 맡았다. 박혁·이원재·김남준·장순욱·권영빈·서상범·이금규·김정민·김선휴·김현권·성관정·전형호·황영민 변호사가 대리인단에 참가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김이수 전 재판관이다. 김 전 재판관은 ‘탄핵 경력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재판관으로 참여했다. 이진성 재판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대통령의 불성실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등의 불행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두환 전 위원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한 인사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역임했다. 이재명 대표를 변호한 전력도 있다.
이광범 전 판사도 진보적인 성향의 법조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전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창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여권은 우리법연구회를 좌편향 단체로 규정했고, 날선 비판을 해왔다. 2012년에는 ‘이명박 내곡동 사저 특검’을 이끌었다. 실무총괄을 맡은 김진한 변호사는 헌법연구관을 역임했고, 헌법 관련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다.
#버거운 내란죄
국회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은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12월 16일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류한 변호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측근인 석동현 변호사조차 변호인단에 합류하지 않았다. 임시로 언론브리핑을 맡았을 뿐이다.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 구성과 법리 검토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변호인단 구성과 관계없이 일정을 진행한다고 못을 박았다.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린 12월 27일 오전 변호인단 윤곽이 드러났다. 변론준비기일은 양측 대리인들이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선임계를 제출한 대리인은 배보윤 배진한 윤갑근 변호사다.
헌법재판 전문가는 배보윤 변호사가 유일하다. 배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헌재 소장 비서실장, 기획조정실장, 연구교수부장 등을 역임한 헌법 전문가다. 박근혜 탄핵 때는 헌재 공보관을 맡았다. 그는 줄곧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019년 4월 ‘자유와 법치를 위한 변호사연합’ 출범식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대구고검장 출신 윤갑근 변호사는 공보를 담당한다. 윤 변호사는 2008년 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역임한 특수통이다. 박근혜 정부 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다.
배진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배 변호사는 1991년 서울민사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지법 동부지원, 춘천지법 영월지원에서 일했다. 윤 대통령이 대학 시절 ‘전두환 모의재판’에서 전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는 일화를 밝힌 인물이다.
변호인단 사령탑 김홍일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특수통’ 선배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을 맡았다. 중수부장으로 있을 때 윤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변호인단 합류 전 법무법인 세종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이 구성됐지만, 추가로 변호사가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내란죄’ 변호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법조계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12월 2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실무를 할 주니어급 변호사들이 합류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 원내대표는 “후배들 위주로 섭외하고 있다 하는데, 후배들이 전부 손사래 친다는 것”이라며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상황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 나쁘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 전 대통령 때는 탄핵소추안 통과 일주일 뒤 본격적으로 변호인단이 구성됐다. 당시에도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 변호를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래도 12일여 만에 변호사 9명이 모였다.
윤 대통령이 변호인단 구성에 난항을 겪자, 진보성향의 변호사가 자원하기도 했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배의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세력’과 ‘종북세력’은 현존하는 위험이라 생각한다”며 “석동현 변호사께 연락드려 만났고, 윤 대통령을 돕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갑근 변호사는 일요신문에 배 변호사는 아직 선임되지 않았다고 했다. 변호인단 명단도 확정되지 않았고, 변호인 선임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
[단독] “이재명이 뭐라든 ‘배수구’ 강조” 윤석열 대선 TV토론 전략 문건 입수
온라인 기사 ( 2024.12.26 15:45 )
-
‘대안’ 없어 더 불안…민주당에서 고개 든 이재명 회의론
온라인 기사 ( 2024.12.26 15:07 )
-
[단독] 보도 이어지자…흔적 지우는 ‘코바나’ 사무실 입주 투자사 대표
온라인 기사 ( 2024.12.26 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