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측 시간 끌며 ‘비판여론 벗어나기’ 노려…공수처 신병 확보 여부가 심리에 막대한 영향 미칠 듯
하지만 윤 대통령이 헌재 통보와 공수처 소환 통보에 모두 불응하고 있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을 통해 “헌재 심리를 먼저 받는 게 맞다”며 공수처 수사에는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때문에 공수처가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헌재 심리 일정을 앞당기는 데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 27일 첫 변론준비 진행
12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건이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가 다루는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다.
이날 1회 변론준비 기일은 약 40여 분 동안 진행됐는데, 양측의 주장을 듣고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목록과 향후 재판 진행 일정 등을 조율했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다음 재판 기일을 1월 3일로 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국회 탄핵소추가 적법한지 여부도 재판에서 따지겠다고 밝혔다. 또 송달 문제도 지적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탄핵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을 다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의 대리인 배보윤 변호사는 “네, 있다. 구체적인 건 답변서로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또 윤 대통령의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송달이 적법했느냐 하는 부분은 적법하지 않다”며 “오늘 피청구인 측이 소송에 응했으므로 하자가 치유됐느냐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이 ‘지연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은 송달 거부부터 이미 점쳐졌다. 지난 16일부터 헌재는 윤 대통령 측에 사건 접수통지서와 답변서, 탄핵소추의결서, 준비절차 회부 통지서, 기일통지서, 출석 요구서, 준비명령 총 7종의 서류를 보냈다. 준비명령에는 입증계획과 증거목록, 계엄포고령 1호,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을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처는 서류 수취를 거부했고, 결국 헌재는 발송송달을 통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헌재 판단 먼저” 대통령 속내는?
그러면서도 윤석열 대통령 측은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먼저”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탄핵 심판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탄핵을 우리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공개법정에서 공방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수사는 밀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아직 현직 대통령 신분인 윤 대통령이 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국정농단 당시 현직 대통령 시절 검찰이 참고인·피의자로 대면조사를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고, 이후 헌재 파면 결정이 이뤄진 11일 뒤에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 서류 송달 등에 모두 응했던 터라 윤 대통령의 이번 대응을 놓고는 ‘시간끌기’ 전략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판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헌재 심리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비상계엄 비판 여론’을 벗어나려는 전략을 선택한 것 같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초반 지지율은 4%에 불과했지만 마지막에는 20%대 중후반까지 지지율이 회복하지 않았느냐, 그런 지점을 노리고 버티기를 선택한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공수처 ‘신병 확보 여부’가 최대 변수
결국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신병을 언제 확보할 수 있느냐’가 헌재 심리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구속영장 청구·발부가 이뤄질 경우 헌재 재판관들이 심리 및 판단에 속도를 붙이는 데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거꾸로 ‘헌재 심리 먼저’ 입장을 밝힌 윤 대통령이 25일 공수처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도 공수처에 구속영장 청구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공수처는 26일 윤 대통령 측에 29일 오전 10시까지 공수처에 나와 조사 받으라고 통지했다. 16일(18일 시한), 20일(25일 시한)에 이은 세 번째 출석 요구다. 체포영장 청구 등의 향후 절차에 앞서 사실상 최종 소환 통보로 보인다.
주목해야 할 점은 공수처에서 나오는 발언의 ‘톤’이다.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체포 영장이 가장 적법 절차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던 오동운 공수처장은 정작 24일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내비쳤다. 공수처 관계자 역시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건 너무 먼 단계”라며 “아직 검토할 것이 많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통상적인 형사 사건에서는 세 차례 소환에 불응하면 강제수사에 나서지만 공수처 관계자는 “대통령은 (탄핵심판 등)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 통상 절차에 따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공수처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지가 헌재의 심리 진행 속도와 결정 방향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받아내면 ‘실질적인 통치가 어렵다’고 보고 헌재가 파면 결정까지 내리기가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덧붙여 “거꾸로 만일 구속 등 신병 확보에 실패한 상태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 넘게 회복할 경우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워진다”며 “이를 모를 리 없는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에 더 적극적으로 시간을 끄는 동시에 헌재 심리에는 ‘불이익’을 받지 않는 수준부터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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