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기 포스트시즌 5승으로 승리 기여…온승훈 감독 KBF리그 2회 우승 명장 반열에
12월 26일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막을 내린 KBF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산 이붕장학회는 정규리그 1위 전라남도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두며 최종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규리그에서 6승 4패로 5위를 기록한 부산 이붕장학회는 포스트시즌에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18일 충청북도를 4-0(1빅)으로 완파한 뒤, 부안 붉은노을과 부천시를 각각 3-2로 꺾으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이어 정규리그 1위 전남을 상대로 1차전 3-2, 2차전 4-1의 성적으로 우승을 확정 지었다.
우승의 중심에는 채현기 선수가 있었다. 정규리그에서 3승 5패로 부진했던 그는 포스트시즌에서만 5승을 거두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임지혁과 윤남기도 각각 4승 1패로 맹활약했으며, 김기백과 조은진도 중요한 순간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MVP를 수상한 채현기는 “정규리그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 반드시 포스트시즌에서 팀에 기여하고 싶었다”며, “팀원들이 합심해 이뤄낸 결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붕장학회의 ‘이붕(利鵬)’은 고 김영성 선생의 아호다. 열렬한 바둑애호가였던 선생은 1970년대 30대 시절부터 2004년 작고할 때까지 부산 바둑계의 대부를 자처하며 바둑계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
부산 삼원섬유 대표였던 고인은 30년간 (재)한국기원의 이사로 재직하며 유소년 바둑 보급과 바둑꿈나무 발굴에 크게 기여했다. 고인이 1980년대 부산에서 처음 개최한 ‘이붕배 전국어린이대회’는 바둑 꿈나무들의 등용문으로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등의 바둑스타와 프로기사를 숱하게 배출했다.
‘이붕장학회’는 김영성 선생의 아들인 (주)삼원 김한상 대표가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영재 육성 및 바둑 발전을 위해 설립된 장학회다. 김한상 대표는 2016년부터 내셔널바둑리그와 KBF바둑리그에 부산 이붕장학회 바둑팀을 출전시키고 있으며, 2020년에는 이붕배 신예 최고위전을 창설해 선친의 뜻을 계승하고 있다. 이붕배 전국어린이바둑대회가 2006년 중단된 후 14년 만에 신예들을 후원하는 대회가 재탄생한 것이다.
2022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후 2년 만에 팀을 다시 정상으로 이끈 온승훈 감독(40)은 “단장님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은 결과”라고 후원자에게 영광을 돌렸다.
그는 “회사에서 현재 이붕배 신예 최고위전 외에 KBF바둑리그와 챌린지리그에 이붕장학회 팀을 만들어 참가시키고 있다. 거기에 부산 유소년연맹대회도 후원 중이다. 연간 1억 원 이상을 바둑에 후원하고 있는 셈이다. 솔직히 회사 규모에 비해 바둑 관련 후원이 많은 것 같아 꼭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KBF바둑리그 2회 우승으로 명장 반열에 올라선 온승훈 감독은 이붕장학회에서 2016년부터 19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고, 2020년부터 올해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다. 연구생 출신으로 일찍부터 전국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그는 누구보다도 현장을 잘 이해하는 ‘선배 리더십’으로 부산 이붕장학회 팀을 명문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수년간 승부의 현장을 떠났던 선수들을 다시 컴백시켜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게 한 지도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승리를 따낸 김기백은 2년 이상 바둑을 떠났던 선수이고, 포스트시즌에서 5승을 거둬 MVP가 된 채현기는 연구생 1조 출신이지만 무려 10년 동안 바둑돌을 잡지 않았던 중고 선수들(?)이었다.
온 감독은 “정규리그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는데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정말 잘해줬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우승까지 일궈낸 선수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남자선수 중 2명이 새로 바뀌었다. 임지혁 선수는 에이스급 선수이니 그렇다 쳐도, 김기백 선수가 이렇게 잘해줄 줄은 정말 몰랐다. 사실 김기백 선수는 최근 2~3년간 바둑을 쉬었던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해줘 팀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채현기 선수에 대해서도 “연구생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라 이미 실력은 알고 있어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나이가 많아서 연일 계속된 포스트시즌 일정이 힘에 부쳤을 텐데, 5전 전승이라니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
온 감독은 우승의 기쁨 속에서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프로들의 바둑리그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지만 아마추어 바둑 최고의 무대인 만큼, 2025년에는 좀 더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회가 치러졌으면 한다. 최소 4~5월에는 대회가 출범해야 하고, 팀 수도 지금보다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4 KBF바둑리그는 각자 30분의 제한시간에 3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지며 포스트시즌 우승팀에게는 2000만 원, 준우승 1800만 원, 3위 1600만 원, 4위 1500만 원, 5위 1400만 원의 상금이 책정돼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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