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리 자극한 TC본더 테스트 통과 소식 없어…식품보다는 해외 확장성 있는 M&A 필요 지적도
한화인더를 이끄는 인물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다. 김동선 부사장은 2024년 10월 한화인더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에 취임했다. 재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향후 한화인더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 부사장이 맡고 있는 유통과 식음료 사업은 성장성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한화인더까지 김 부사장 몫으로 떼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의 제조 계열사는 크게 방위산업과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된다. 이는 모두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한화인더는 방산이나 에너지와 관련성이 낮다. 김동선 부사장의 한화인더 승계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화인더 기대감은 높았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인더의 분할 비율은 0.9 대 0.099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규모가 한화인더보다 10배가량 큰 셈이다. 그러나 일부 펀드매니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매각하고 한화인더 주식을 매수했다. 한화인더의 성장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해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분할 초반에는 해당 펀드매니저의 선택이 옳은 것으로 보였다. 특히 한화정밀기계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 테스트를 받는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의 TC본더 장비는 그간 한미반도체가 독점 공급해왔다. 한화정밀기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였지만 분할 후 한화인더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정밀기계가 계속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로 있었다면 방산 사업에 가려져 이 같은 이슈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화정밀기계 입장에서는 회사 분할로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시장 개척은 쉽지 않았다. 한화정밀기계의 TC본더 테스트 통과 소식은 2024년 말까지 들리지 않았다. 한화정밀기계 테스트와 관련해 ‘통과 임박’ ‘사실상 실패’ 등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난무하면서 한화인더 주가는 요동을 쳤다. 한화인더 출범 이후 12월 20일까지 주가가 3% 이상 변동성을 보인 날은 39거래일이나 됐다. 변동 폭이 3% 미만이었던 날은 19거래일에 불과했다. 그러는 사이 엔비디아 주가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현재는 테스트 통과 소식이 전해지더라도 유의미한 수준의 급반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소송전에도 휘말렸다. 한미반도체는 2024년 12월 한화정밀기계를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한화정밀기계는 입장문을 통해 “한화정밀기계는 30년 넘는 반도체 장비 관련 연구개발(R&D)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며 “개발과정에서 선행기술 조사과정을 거치고 있으므로 특정사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화인더는 실적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고, 담당하는 증권사 연구원도 없어 2025년 실적 추정이 쉽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인더를 둘러싼 영업 환경에 불확실성이 많아 당장은 실적을 추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NICE신용평가는 한화정밀기계가 아닌 시큐리티(한화비전) 분야가 한화인더의 실적을 이끌 것으로 분석했다. 한화비전은 2025년 1월 1일자로 한화인더에 흡수합병된다. 안수진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시큐리티 부문은 2021년 이후 적극적인 판촉 및 중국제품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며 “한화인더는 산업용 장비 부문의 부진한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시큐리티 부문의 이익 창출력을 바탕으로 연결기준 영업수익성은 우수한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인더는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혜택을 입고 있다. 국내 시장은 CC(폐쇄회로)TV가 포화 상태인 데다 규제가 많아 신규 공략이 어렵다. 이런 가운데 미국 고객사들이 중국산 CCTV를 거부하면서 한화인더의 시장이 열린 것이다.
#한화인더의 활용법 고민해야
한화인더를 이끄는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인더보다 다른 영역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부사장은 2024년 한 해 동안 식품 사업에 집중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파이브가이즈’는 5호점을 냈고, 2025년 하반기 중 일본에도 점포를 열 계획이다. 또 한화갤러리아는 2024년 9월 비알코올음료 전문 업체 퓨어플러스를 인수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 중 아워홈 인수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의 기업가치를 1조 5000억 원으로 측정했다. 1조 5000억 원은 CJ프레시웨이와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인더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워홈을 1조 5000억 원에 인수한다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나 한화갤러리아에 너무 큰 짐을 짊어지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시큐리티 영역이나 반도체 영역은 모두 인공지능(AI)이 화두다. 1조 원대의 재원이 있다면 한화인더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선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관심이 식품 영역 쪽인 것 같다”면서도 “최근 K푸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식품은 기본적으로 해외 개척이 쉽지 않다. M&A를 한다면 해외로 확장성이 있는 분야를 공부한 뒤 추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화는 사모펀드 손을 잡고 아워홈 인수를 추진할 계획인데 선뜻 나서는 사모펀드가 별로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인더는 향후 M&A 계획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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