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이면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는 K리그 연봉 현황을 발표한다. 각 구단이 한 시즌을 치르며 선수단 연봉에 지출한 금액을 종합해 발표한다.
현대 스포츠에서 자본력은 곧 성적을 상징한다. 세계적으로도 레알 마드리드, 뉴욕 양키스 등 부자 구단이 성적을 내는 명문 구단으로 통한다. 국내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계산대로만은 되지 않는 것이 스포츠의 묘미다. 구단이 지출하는 돈에 따라 자로 잰 듯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2024시즌 K리그는 선수단 연봉이 성적에 얼마나 영향을 줬을까.
#통 큰 투자에 따른 성과
연맹 발표 자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울산의 지출 1위 등극이다. 지난 수년 동안 선수단 연봉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구단은 전북이었다. 2013년 K리그 연봉 현황이 공개되기 시작한 이래 전북은 2014년부터 최다 지출 구단 자리를 지켜왔다. 올해만큼은 지출 순위가 역전됐다.
전북이 독주를 하는 동안에도 울산은 꾸준한 투자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 전북의 리그 5연패 기간(2017~2021) 중 마지막 3년 동안 울산은 호각세를 이루며 라이벌로 자리매김했다. 결실을 본 것은 2022시즌부터다. 2005년 이후 17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시점이었다.
울산은 2024시즌 선수단 연봉에 약 209억 원을 쓰며 전북과의 격차를 5억 원가량 벌렸다. 타이틀 방어를 위해 아끼지 않는 투자에 나선 것이다. 지난 시즌 약 183억 원에서 25억 원 이상을 더했다. 결국 염원하던 3연패를 이뤄냈다.
적지 않은 금액을 쏟았기에 '효율'이 좋지는 못했다. 울산은 21승 9무 8패로 승점 72점을 기록, 승점 1점당 약 2억 9000만 원을 썼다. 하지만 스포츠의 세계에서 효율만을 따질 수는 없다. 울산은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따내며 '왕조'를 구축했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성과를 일궈낸 것이다.
#'가성비 1위'는 강원
울산이 가장 많은 돈을 쓰며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반면, 강원 FC는 적은 비용으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효율적인 운영을 선보였다. 강원의 이번 시즌 연봉 지출은 약 83억 원이었다. 연봉 지출 금액으로는 리그 10위였다. 약 83억 원만을 쓰면서도 승점 64점을 따내 승점 1점당 1억 3000만 원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운영을 선보였다.
강원은 이번 시즌 돌풍의 중심에 있던 팀이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악몽을 겪었으나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팀으로 달라졌다. 시즌 초반부터 반전의 군불을 때던 이들은 한때 리그 1위 자리에 오를 정도로 돌풍이 거셌다. 시즌 말미까지 경쟁력을 유지하며 결국 준우승을 차지했다.
강원의 효율적 운영에는 양민혁이 큰 역할을 했다. 시즌을 '준프로' 신분으로 시작했다. 정식 입단한 신인 선수보다도 적은 연봉을 받는 계약 형태다. 그럼에도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서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시즌이 마무리되고 나서는 MVP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시즌 중 정식 프로 계약으로 전환이 됐으나 38경기 12골 6도움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구단으로선 '염가'에 선수를 기용한 셈이 됐다.
또한 강원은 2024시즌을 앞두고 대형 영입이 적었다. 저마다 이름값 있는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며 이적 시장을 보냈으나 강원은 차분히 K리그2에서 선수들을 수급했다. 지난 시즌의 부진한 성적에 우려가 따랐으나 강원 유니폼을 새롭게 입은 김강국, 김이석, 박청효, 이상헌 등은 각자의 자리에서 팀의 선전에 힘을 보탰다. 이들 모두 직전시즌 2부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다.
이외에도 또 다른 '시도민구단 돌풍'을 일으킨 수원 FC도 높은 가성비의 시즌을 보냈다. 이들은 강원보다 단 5억 원이 많은 88억 원만을 쓰고도 최종 5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승점당 비용 면에서는 1억 6000만 원으로 강원에 이어 적은 비용을 썼다.
#최악의 효율 구단
강원, 수원과 달리 큰 비용을 지출하고도 만족하기 어려운 성적을 낸 구단도 존재한다. 대표 격은 '부자구단' 전북이다. 전북은 선수단 연봉으로만 204억 원을 쓰며 울산에 이어 연봉 지출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이 받아든 성적은 10위였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기에 하마터면 2부리그로 향할 수도 있었다. 이들이 승점 1점당 지출한 금액은 약 4억 8000만 원이었다.
전북은 선수단 내 고액 연봉자들을 효율적으로 기용하지 못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매년 발표하는 자료에는 구단별 지출 외에도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 연봉 최상위 5인이 공개된다. 전북은 김진수(13억 7000만 원), 이승우(13억 5000만 원), 박진섭(11억 7000만 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팀 내 최고연봉자 김진수는 여름부터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부상에 팀 내 징계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기대가 쏠린 영입이었으나 전 소속팀에서만큼의 포인트를 생산해내지는 못했다. 박진섭은 팀이 부진을 이어간 가운데 긍정 평가를 받는 몇 안 되는 자원이지만 병역 혜택에 따른 훈련소 입소로 팀에서 빠져 있는 기간이 아쉬웠다.
또한 전북의 이번 시즌 성적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원인으로 손꼽힌다. 안타까운 점은 전북이 외국인 선수단에 많은 돈을 지출한 구단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 시즌 동안 외국인 4.6명을 기용하며 1인당 평균 12억 3000만 원을 썼다. 총액 면에서는 전북보다 앞서는 구단도 있지만 1인당 평균 연봉은 전북이 가장 높았다.
전북 다음으로 승점 1점당 지출 금액이 많은 구단은 인천(3억 2000만 원)이었다. 전체 연봉 지출에서는 126억 원으로 5위에 올랐으나 승점당 비용은 전북 다음으로 많았다. 인천은 이번 시즌 단 9승(12무 17패)만을 기록하며 2부리그 강등을 면치 못했다.
대구는 전북, 인천과 함께 힘겨운 생존 싸움을 펼친 끝에 가까스로 1부리그에 살아남았다. 최종 순위표에서 최하위 인천과는 승점 단 1점 차이였다. 다만 '효율'면에서는 이들과는 달랐다. 대구는 연봉 지출 약 79억 원을 기록, 리그에서 가장 돈을 적게 쓴 구단이었다. 승점 1점당 지출 비용은 약 1억 9000만 원이었다.
현재의 구단별 연봉 지출, 승점 당 지출 금액 등은 1년 뒤면 또 달라질 수 있다. K리그 특유의 연속성을 가져가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 축구인은 "K리그는 계약기간을 장기로 하더라도 그 기간 내 연봉은 매년 새롭게 협상하는 방식이 있다. 해외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라며 "예를 들어 3년 계약을 해도 첫 1년을 마치고선 선수 연봉이 깎일 수도 인상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제도는 올 시즌 연봉 자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23시즌 당시 광주는 선수단 연봉 약 59억 원만으로도 3위에 올라 찬사를 받았다. 이후 고과가 반영되며 이번 시즌 약 96억 원으로 지출이 커졌다. 일부 핵심 선수가 떠났음에도 선수단 연봉이 급격히 올라간 것이다. 이에 앞의 축구인은 "시도민구단들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며 기대치도 올라갔지만 2025시즌에는 비교적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K리그1 '가성비' 현황
구단 | 승점 1점당 지출 | 승점 | 선수단 연봉 총액 |
강원 | 1억 3106만 4547원 | 64 | 83억 8813만 1000원 |
수원FC | 1억 6670만 5189원 | 53 | 88억 3537만 5000원 |
대구 | 1억 9812만 1150원 | 40 | 79억 2484만 6000원 |
광주 | 2억 557만 4234원 | 47 | 96억 6198만 9000원 |
포항 | 2억 2705만 3643원 | 42 | 95억 3625만 3000원 |
제주 | 2억 5529만 82원 | 49 | 125억 921만 4000원 |
서울 | 2억 5589만 3155원 | 58 | 148억 4180만 3000원 |
대전 | 2억 8882만 3854원 | 48 | 138억 6354만 5000원 |
울산 | 2억 9044만 9583원 | 72 | 209억 1237만 원 |
인천 | 3억 2463만 5256원 | 39 | 126억 6077만 5000원 |
전북 | 4억 8694만 2357원 | 42 | 204억 5157만 9000원 |
1 울산 조현우 14억 9000만 원
2 울산 김영권 14억 5000만 원
3 전북 김진수 13억 7000만 원
4 전북 이승우 13억 5000만 원
5 전북 박진섭 11억 7000만 원
▲외국인선수 연봉 TOP 5
1 서울 린가드 18억 2000만 원
2 대구 세징야 17억 3000만 원
3 인천 무고사 15억 4000만 원
4 인천 제르소 14억 4000만 원
5 서울 일류첸코 14억 3000만 원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