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전투기-조류 충돌 포착, 인근 군산공항엔 떼까마귀 가득…무안보다 짧은 활주로 등 안전 우려 터져나와
이에 따라 유사한 형태의 사고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요소들이 전국 지방공항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탓이다. 현재 추진 단계인 공항도 사정이 비슷하다. 전북의 '군산공항'과 '새만금신공항'도 한 예다.
#"비행기 안 떠 조류충돌 없었을 뿐"
2024년 12월 31일 오후 1시 군산공항. 체크인 카운터를 비롯한 모든 시설이 텅 빈 채 한적했다. 이용객으로 추정되는 단 한 사람이 제주항공 참사 TV 뉴스특보를 켠 채 잠을 자고 있을 뿐이었다. 이날 이 공항에서 뜨는 비행기는 제주행 단 2대가 전부였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건 다름 아닌 겨울철새인 떼까마귀였다. 공항으로 들어서는 약 1km 길이 2차선 도로 '신연길'은 거리부터 하늘까지 전부 떼까마귀가 채운 상태였다. 가끔 들리는 공군 전투기 굉음을 제외하면 까마귀들의 "깍∼깍∼" 소리만 맴돌았다.
떼까마귀는 세계 모든 공항의 최대 적이다. 국내에선 제주공항의 2022년 통계를 보면, 까마귀는 이 공항에 연 1만9820마리가량 등장해 직원들을 초긴장에 떨게 했다. 떼까마귀 서식지와 가까운 울산공항도 매년 지방자치단체에 퇴치 협조를 구한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조류충돌이 지목되며 군산공항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이 더해졌다. 이 공항 바로 옆 산동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여기도 사방이 논밭이라 온갖 철새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편"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가운데 군산공항에서 여객기 사고를 듣거나 목격한 사람은 다행히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를 두고 "비행기가 뜨질 않으니 새와 부딪힐 일이 없을 뿐"이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공항 이용객 수와 여객기 사고는 상관관계가 없지 않다. 수요가 많은 대형공항과 비교해 소규모에다 만성 적자인 공항은 외부 감시 및 관리·감독이 적어 운영 매뉴얼을 소홀히 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무안공항만 보더라도 조류충돌 예방 전담 인원이 4명에 불과했다고 알려졌다. 이 밖에 포항경주공항·원주공항·양양국제공항 등도 조류 퇴치 담당 인력은 2~3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40명이다.
무안공항은 콘크리트 둔덕 위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설치 여부에 대한 적법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또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권고기준 미준수 등 '공항안전운영기준'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짙어진 상황이다.
조류충돌 발생률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무안공항의 운항 편수 대비 조류충돌 발생률은 0.09%였다. 운항 편수가 가장 많은 김해공항과 제주공항은 각각 0.02%, 0.01%였다. 이는 무안공항의 입지를 둘러싼 의문으로 이어진다. 무안공항 주변에 창포호와 무안저수지 등 군내 최대 철새 서식지가 있어서다. 2022년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사항이었다.
#'새들의 낙원'과 '신공항' 동시 개발
이런 가운데 전북 지역은 군산공항 약 1km 반경에 '새만금신공항' 건설도 추진 중이다. 사실상 군산공항에 또 다른 공항이 들어서는 셈이다. 지역균형 발전 등이 명분이지만, 불명확한 경제성과 환경 악영향 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 환경 영향의 경우 제주항공 참사로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기존에는 공항 건설에 따른 생태계 파괴 우려가 주를 이뤘으나, 이제는 조류 서식지 근방에 공항을 더 지었다간 조류충돌 등 여객기 사고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새만금신공항은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금강 하구에 위치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선 이 공항 부지인 '새만금 수라갯벌'에 저어새와 황새 및 민물가마우지떼 등 수많은 조류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게다가 새만금신공항 부지에선 실제 조류충돌 사례가 눈으로 확인된 적이 있다. 2021년 10월 이 공항 부지 상공에서 F16 전투기가 민물가마우지떼를 치고 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새만금신공항은 군산공항과 달리 국제선도 띄울 계획이다. 전북지역 거점 공항으로서 군산공항보단 수요자 및 항공 편수도 많을 수밖에 없는 만큼, 조류충돌 등에 따른 사고 가능성 예방이 필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히려 새만금신공항이 세워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단 시각이 적지 않다. 갯벌에 공항을 세우는 것 자체도 위험 가능성을 높이지만, 공항 부근에 대규모 농지 개발까지 이뤄지고 있어서다.
일요신문이 확인한 새만금개발청의 '새만금 기본계획'을 보면, 새만금신공항 부지는 1권역으로 분류됐는데, 그 바로 옆은 '농생명권역'으로 개발이 추진 중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동측의 농업과 농촌관광 등 기능을 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새만금에는 이를 포함한 1500만 평 규모의 환경생태 용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새만금 전체 면적의 무려 17%에 달한다. 새만금 안에서만 철새들의 낙원과 신공항 건립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활주로도 문제다. 새만금신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2500m로 계획됐다. 무안공항 2800m보다도 300m 짧다. 인천·김포·김해공항 등은 3000m가 넘는다. 활주로가 짧으면 속도를 줄일 기회도 그만큼 적어진다. 제주항공 참사를 키운 요소에 짧은 활주로 거리가 꼽힌 이유다.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새만금신공항 개발의 여러 요소를 재검토할지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2019년 국토교통부의 이 공항 사전타당성 연구 결과 경제성(B/C)이 표준치('1') 이하인 0.479로 나왔음을 확인하고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바 있다.
일각에선 국토부 등이 문제를 인지하고도 '꼼수'로 공항 설립을 추진한다는 논란도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국토부의 2022년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현황' 자료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국토부는 환경부와 환경단체 등의 조류충돌 우려 및 보완요구에 대해 "조류보호구역은 현행법상 야생생물보호구역을 관리중이고, 철새도래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을 내놓았다. 철새 서식지가 빤히 존재하는데도 현행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법'이 철새도래지까지 관리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2021년 전투기와 새떼 충돌이 카메라에 포착되기까지 했는데 '도요물떼새'와는 충돌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에선 환경·경제 효과를 담보하지 못한 채 정치 논리로만 공항 건립이 추진된단 비판이 나온다. 제주항공 참사를 야기한 구조·현상적 원인과 상당부분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지만 보면 무안공항보다 위험하다는 분석마저 있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한승우 정의당 전주시의원은 지난 12월 31일 일요신문에 "입지 환경은 새만금신공항이 무안공항보다도 위험한 곳"이라며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고 추진하는 것은 정치 논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시의원은 "당장 군산공항 바로 옆에도 민물가마우지 1만여 마리의 서식지가 있고, 이를 가로지르면 새만금호와 서천갯벌 등이 있다"며 "철새 등이 무리지어 살 수밖에 없는 위치여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공항 설립을 반기는 표정은 아직 읽히지 않는다. 인근 한 주민은 "글쎄, 공항이 새로 지어지네 마네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지금 군산공항도 썰렁한 마당에 그보단 주민들 버스나 먼저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새만금신공항은 현재 시민단체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을 중심으로 1307명의 시민이 추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공항의 경제성이 낮게 전망된 데다 환경파괴도 불가피하므로 새로 설립해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게 골자다. 소장에는 "현재 텃새화된 민물가마우지만 1만 5000개체가 공항 부지에 서식하고 있다"며 "이는 항공기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방공항이 당기손이익 적자를 기록한 사실도 강조했다.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은 12월 31일 "소송에 돌입하기 훨씬 이전부터 환경부와 국토부 등에 참사 가능성 등을 경고했었다"며 "새만금 외 흑산도와 가덕도 등에서도 신공항 건립이 추진 중인데 인명 사고 위험을 담보로 정부가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산=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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