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원·달러 환율, 소비심리는 위축…권한대행 체제 정책 추진 동력 상실 우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환율 시장은 요동쳤다. 비상계엄 이전인 지난해 12월 2일 원·달러 환율은 1401.3원이었다. 이후 정국 불안이 가중되면서 12월 27일에는 1467.5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는 물론 국책연구기관도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3~4%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소비심리마저 위축된 상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11월(100.7) 대비 12.3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2022년 11월(86.6) 이후 최저치다. 이와 관련,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들어 급부상한 대내 정치 불확실성에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크게 하락했다”며 “당분간 잔존하고 있는 경기 제약 요인에 내수 회복 시점의 지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참사는 경기를 한층 경색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기업과 가계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경제심리지수(ESI)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참사 이후 국가 애도 기간 선포에 따라 각종 행사, 회식 등이 취소돼서 연말연시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당초 고물가로 지출을 아끼려는 심리가 있었던 가운데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과 고환율 등 여러 악재가 맞물렸다”며 “불안정한 사회적 분위기도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제주항공 참사 이후 여행업계 등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정부 리더십 약화로 경제 정책 추진 동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우려가 가시질 않고 있다. 실제로 주택 공급, 그린벨트 해제 등 부동산 정책과 친원전 정책 등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제 분야 주요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과 기술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인 ‘반도체특별법’과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인 ‘전력망확충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입법 추진이 목표였으나, 올해로 미뤄지게 됐다.
1월 2일 발표된 2025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전망 대비 0.4%p 낮은 1.8%로 발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는 미국 신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상황이 맞물리며 어느 때보다 큰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무엇보다,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허인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권한대행 체제가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경 예산 편성이 쉽지 않고,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리라고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정치 불확실성을 해결해야 정부의 경제 정책 추진 동력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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