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동일 기종 98% 운용하는 제주항공 등 LCC 업계 후폭풍 고심
‘보잉 737-800’ 기종은 국내에서 주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운용 중이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국내에서 모두 101대가 운용 중인데 제주항공이 39대로 가장 많다. 이외에도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등 99대를 LCC에서 운용 중이며 대한항공이 2대를 운용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직후 ‘737-800’ 기종이 유독 사고가 잦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제주항공 참사 하루 전인 12월 28일(현지시각)에도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공항에서 출발해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향하던 보잉 737-800 기종의 KLM 여객기가 오슬로 토르프 산데피요르드 공항에 비상 착륙하는 사고가 있었다. 유압 장치 고장이 원인이었다.
2024년 3월에는 미국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800 여객기가 피닉스로 향하던 도중 객실에서 연기가 감지돼 포틀랜드 공항으로 회항했으며, 7월에는 미국 아메리칸 항공의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이륙 도중 바퀴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사고로 활주로에서 긴급 정지하는 사고가 있었다. 또한 10월에는 인도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의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인도 티루치라팔리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회항하는 사고도 있었다. 랜딩기어에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국내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보잉 737-800 기종의 안전성을 두고 다양한 의문점이 제기됐다. 그만큼 발 빠른 점검이 불가피했다. 이에 항공안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12월 30일에 열린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보잉 737-800 기종을 대상으로 한 전수 특별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잉 737-800 기종에 대해 국내 항공사를 상대로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기종의 가동률, 항공기 운항 전후 이뤄지는 점검, 정비 기록 등으로 전반적인 안전성 점검을 진행해 여러 규정들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해군도 해상초계기-Ⅱ ‘P-8A 포세이돈’ 6대 등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다. P-8A은 세계 최강의 잠수함 킬러로 불리는 최신예 해상초계기로 737-800 여객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기종이다.
보잉 737-800 기종은 1997년 출시된 뒤 현재까지 5000대 넘게 팔린 인기 기종이다. 737 기종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종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워낙 판매 대수가 많아 사고도 많아 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품질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판매가 많이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737-800 기종은 보잉의 737 넥스트 제너레이션(NG) 시리즈(737-600/700/800/900)에 속하는데 보잉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까지 보잉 737 NG 시리즈의 비행 100만 회당 기체 손실 발생 사고 비율은 0.17%, 사망자 발생 사고 비율은 0.08%로 낮은 편이다.
연이은 대형 사고로 화제가 된 보잉 여객기 역시 넓게 보면 737 기종이지만 737-800이 포함된 737 NG 시리즈가 아닌 737 맥스(MAX) 기종이다. 737-800을 비롯한 보잉의 737 NG 시리즈의 후속 모델인 보잉 737-맥스는 엔진 등을 업그레이드해 NG 시리즈보다 크기를 더 키웠다. 문제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나 추락 사고가 벌어져 346명이나 되는 희생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설계 결함과 소프트웨어 결함 등이 드러난 보잉 737-맥스 기종은 현재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운항이 중단됐다. 국내 항공사에서 운용 중인 항공기 가운데에는 737-맥스 기종이 없다.
문제는 국민들의 불안감이다. 게다가 국내에서 운용되는 ‘보잉 737-800’ 기종의 대부분(98%)을 LCC에서 운용 중이다. 제주항공이 39대로 전체의 39% 가량을 운용하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졌다. 제주항공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제주항공을 넘어 ‘보잉 737-800’ 기종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LCC 시장 전체가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사실 ‘보잉 737-800’ 기종이 5000대 넘게 팔린 만큼 국내 LCC들만 주로 운용하는 여객기는 아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737-800 기종을 주력 기종으로 사용하는 항공사가 무려 180여 개 이상으로 미국 3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을 비롯해 유럽 최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도 여기 포함된다.
다만 ‘보잉 737-800’ 기종에는 연료 방출기능(Fuel Dumping)이 없다. 이로 인해 제주항공 7C2216편이 동체착륙 이후 로컬라이즈가 설치된 둔덕에 충돌하는 과정에서 대형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보잉 737-800’ 기종은 중·단거리에서 주로 쓰이는 비행기인데 중·단거리 투입 비행기에는 연료방출 기능이 없어 긴급 상황 발생 시 착륙지 항공을 돌며 연료를 소모한 뒤 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워낙 급박해 연료를 소모할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정확한 사고원인이 파악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잉 737-800’ 기종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지만 아직 기체결함 가능성을 논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규명돼 현재 상황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의혹과 불안감이 조속히 해소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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