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친윤’ 인선 비판 봇물, 지지율 반등엔 고무…당 일각 ‘출구전략’ 목소리 고개
2024년 12월 30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의에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이 최종 의결됐다. 전국위원 787명 중 546명이 투표, 이 가운데 48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한동훈 전 대표가 물러난 지 14일 만에 새로운 당의 수장이 임명됐다. 국민의힘 6번째 비대위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론 5번째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함께 당 투톱을 이루게 된 권영세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둘 다 검사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권 위원장 임명 소식 후 당의 비주류 인사들이 날 선 반응을 내놨던 것도 이 때문이다.
권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당일 취임사를 통해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진정성이 부족한, 위장 사과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사흘 뒤인 12월 7일 했던 사과와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 위원장은 2024년 12월 31일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권 위원장은 “현직 대통령이 증거 인멸의 염려 있거나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더군다나 애도 기간에 (영장을) 청구해서 발부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권 위원장 발언은 당 주류인 친윤계 스탠스와 그 궤를 같이 한다. 한 초선 의원은 “쇄신을 위해선 우선 안정이 필요하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면서 “지지층을 중심으로 똘똘 뭉칠 때”라고 했다. 이에 대해 친한계 핵심으로 꼽히는 한 원외 인사는 “모든 의원들이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비대위원장이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를 비판하고 있다. 지금이 어느 정도 위기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정가의 시선은 비대위 인선에 모아졌다. 결과에 따라 권영세 비대위의 지향점을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낙제점은 면했다’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우선 비대위원으론 임이자(3선) 최형두(재선) 김용태 최보윤(초선) 의원이 발탁됐다. 당연직인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유임됐다. 여기에 권영세·권성동 2인을 합쳐 7인의 비대위가 꾸려졌다.
비대위원 중 ‘친한계’는 최보윤 의원 정도다. 김용태 최형두 의원,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중립 성향으로 분류된다. 임이자 권영세 권성동 3인은 친윤계다. 당초 원외의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국민의힘은 모두 현역으로 비대위를 채웠다. 이 역시 쇄신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권 위원장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엔 3선 이양수 의원, 조직부총장과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엔 각각 초선인 김재섭·강명구 의원이 임명됐다. 김재섭 의원은 탄핵 찬성 목소리를 냈던 소장파 인사다. 강명구 의원은 대통령실 출신의 ‘친윤’계다. 강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와 공개석상에서 충돌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략기획부총장엔 조정훈 의원이, 수석대변인엔 신동욱 의원이 발탁됐다. 둘 다 친윤계에 가깝다.
선수와 지역을 안배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계파만 봤을 땐 친윤 색채가 강하다. 최보윤 김재섭 의원의 기용에 대해선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권 위원장 고민이 느껴진다. 이양수는 계파를 떠나 신망이 두터운 정치인이다. 또 김재섭은 친윤계가 비토하는 인물”이라면서도 “비대위 전반을 당 주류가 장악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당초 권 위원장 내정 소식 후 당 안팎에선 ‘쇄신형 비대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주류인 친한동훈계, 원외 인사들을 요직에 발탁해야 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친윤계가 주장했던 ‘안정형’에 방점을 둔 인선이 이뤄졌다.
앞서의 초선 의원은 “권 위원장이 비록 친윤이라고는 하더라도 여러 정권을 거치며 합리적 인사로 알려져 있어 나름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번 인선은 실망스럽다”면서 “당 주류의 의견들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윤석열 탄핵의 강을 어떻게 건널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권영세 비대위, 그리고 친윤계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리얼미터가 2024년 12월 26~27일 조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45.8%였다. 직전 같은 조사에 비해 국민의힘은 4.9% 상승을, 민주당은 6.6% 하락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박근혜 탄핵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지지율이 한동안 10% 초반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으로선 고무적인 수치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이 이러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박근혜 탄핵을 겪었던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박근혜 탄핵 때 우린 속수무책으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정권을 내줬다. 당시의 트라우마, 여기에 이재명 비토 여론이 더해져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은 여당 곳곳에서 나온다. 한 원로 인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살 길은 윤석열을 끊어내는 것이다. 이재명이 싫은 것과 윤석열을 탄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윤석열은 앞으로 탄핵 심판, 수사, 재판 등을 몇 년간 받아야 한다. 계속 국민의힘을 괴롭힐 텐데 선거를 도대체 어떻게 치를 셈이냐. 지금 당장의 지지층만 바라보고 있다간 영남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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