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이끌며 유상증자 밀어붙여, CJ(주)-올리브영 합병 역할 관측…CJ(주) “중기전략 실행 적임자”
CJ그룹이 2024년 11월 허민회 CJ CGV 대표를 지주사 CJ(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허 대표는 올해부터 CJ(주)에서 경영지원대표직을 맡으며 김홍기 경영대표와 손발을 맞춘다. 그는 1986년 CJ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하기 전 제일제당 신입공채로 입사했다. 허 대표는 CJ푸드빌 대표이사, CJ올리브네트웍스 총괄대표,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CJ오쇼핑 대표이사, CJ ENM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허 대표는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거치며 그룹 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강점이다. 그는 그룹 내에서 ‘해결사’로 통한다. 재무통인 허 대표는 CJ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CJ ENM은 현재 자산 재배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9300억 원을 투입해 피프스시즌(미국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했는데, 인수 과정에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났다. 2023년 138.2%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158.4%로 늘었다. 지난해 7월 CJ라이브씨티 사업 무산으로 3200억 원을 비용으로 반영한 것도 재무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 김현준 수석애널리스트는 “피프스시즌 인수 후 CJ ENM의 차입부담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향후 재무구조 개선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 CJ제일제당도 바이오 사업부문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은 회사 내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지만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고, 중국 경쟁 업체의 저가 공세로 성장 둔화가 예상되면서 매각설이 불거졌다. 매각 시기는 현 시점이 적절해 보인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2791억 원을 기록해 전년 한 해 누적 영업이익 2513억 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 도는 매각가는 최대 5조 원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매각설이 나온 이후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바이오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2021년 3월부터 CJ CGV 대표이사로 재직한 허민회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위기에 빠진 CJ CGV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1조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 다만 당시 CJ CGV의 시가총액이 6000억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했다. CJ CGV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허 대표는 유상증자를 밀어붙여 마무리했다.
이 같은 성공 경험이 있는 허민회 대표가 현재 유력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CJ(주)와 CJ올리브영 합병의 리스크 관리를 맡을 것으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CJ올리브영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지분 11.04%를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다. 시장에는 이선호 경영리더가 CJ올리브영 지분을 활용해 CJ(주)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승계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CJ올리브영은 최근까지 상장 작업을 진행했지만 무산 수순(관련기사 역대급 실적에도…CJ올리브영 상장 회의론 커진 이유)을 밟으면서 CJ(주)와의 합병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CJ(주)와 CJ올리브영 합병이 현실화되면 합병비율을 두고 잡음이 일 수도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4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약 3조 5000억 원으로 판단했다. CJ올리브영은 평가 후 역대급 실적을 이어 가고 있어 현 시점에서는 더욱 높은 평가가 가능하다. 반면 CJ(주)의 지난 1월 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 8448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 16일 15만 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해 1월 3일 종가 기준 10만 원을 밑돌고 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기존 CJ(주) 소액주주들은 별다른 이득 없이 자신의 지분 가치가 크게 희석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경영진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할 경우 CJ(주)의 소액주주의 불만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최근 소액투자자의 권익이 향상되고 있는 상황이라 합병을 마무리하려면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주) 관계자는 “허민회 대표는 그룹 공채로 입사해 지주사 경영총괄 및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역임했다”면서 “이러한 경험과 전문성, 노하우를 토대로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대외업무 총괄과 그룹 중기전략 실행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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