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2월 연임이 확정돼 2010년까지 임기를 보장받게된 이구택 회장에 대한 루머가 업계에 돌고 있다. | ||
그러나 최근 들어 포스코 내 이구택 회장 체제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정보기관들과 대기업 정보팀이 입수한 내용에 따르면 포스코 내 일부에 이 회장에 대한 비토론이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올 2월 이구택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기까지 정보기관들과 몇몇 재벌그룹 정보라인은 이 회장과 포스코 관련 정보 수집을 열을 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정보 담당자들이 수집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골자는 다음과 같다.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비토세력이 이 회장에 대한 음해소문을 퍼뜨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보 담당자들이 주목했던 이 회장 비토 소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2004년 당시 이 회장이 포스코 전직 고위 인사를 접촉했는지 여부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무언가 큰 것이 오간 것처럼 소문나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당시 이 회장의 회장 취임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때 아닌 로비설이 튀어나온 것에 ‘황당무계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측은 “내부에 이 회장에 대한 그런 식의 소문이 나돈 적조차 없다”고 못 박는다.
그러나 일부 업계 인사들은 지난 2004년 이 회장이 첫 연임에 도전할 당시 무리수를 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당시는 유상부 전 회장이 로또 사업 관련 구설수에 올라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낙마하고 이 회장이 신임 회장직에 오르는 등 포스코 안팎이 어수선하던 때였다. 유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기 위해 회장직에 올랐던 이 회장은 연임을 위해 대외협력팀 강화를 통한 각계와의 우호적 관계 조성에 힘썼던 것으로 알려진다. 결과적으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식의 연임 추진 과정에서 포스코 전직 고위인사를 비롯한 포스코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들과의 접촉 가능성에 많은 정보 담당자들이 주목하게 된 것이다.
업계 인사들은 이 회장 체제에서 친 이구택 라인에 밀려난 인사들을 주목하기도 한다. 포스코 내 이 회장 비토론 확산 가능성을 지난해 현대차 비자금 사태의 배경과 비교하는 것이다. 현대차 비자금 사태의 단초는 정몽구 회장의 수시인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실세 자리에서 밀려난 인사들 혹은 그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인사들 중 일부가 수사당국에 현대차 비자금과 관련된 결정적 제보를 했다는 소문이 한동안 온 재계를 들끓게 만들기도 했다.
업계와 정보기관의 인사들은 현대차의 경우처럼 포스코에서 이구택 회장 시대 개막과 친정체제 구축과정에서 밀려난 세력이 이 회장의 연임과정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양산해내는 것이라 보기도 한다.
게다가 3연임 확정 직후라는 시점도 뒷말을 낳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연임 확정 이전에 ‘작업’을 하지 왜 확정 이후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포스코를 중심 축으로 하는 ‘생태계’를 주목하기도 한다. 포스코는 국내 철강 사업의 중심이다. 포스코에 납품하거나 부산물을 받아 재가공하거나 하청 또는 대리점 등의 방식으로 거대한 생태계가 포스코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 생태계는 ‘상층부’의 기류에 따라서 ‘먹잇감(일감)’이 줄 수도 늘 수도 있다. 때문에 ‘변화’를 도모하는 이 회장에게 ‘생태계’ 어딘가에서 ‘견제구’를 날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그것이다.
현재까지 이구택 회장의 대외적 위상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난 2003년 포스코의 당기순이익은 1조 9800억 원이었으나 이 회장 체제가 자리 잡은 2004년 순이익은 3조 8000억 원으로 올라섰으며 지난해까지 연 순이익 4조 원대를 꾸준히 기록해 왔다. 이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성장세에 대해 포스코 지분구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이 회장 연임의 교두보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4월 12일 종가기준으로 포스코 주가는 38만 6000원을 기록했다. 1년 전 24만 5000원에 비해 35%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이 회장의 경영실적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회장에겐 ‘안정적 경영권 확보’라는 숙제가 놓여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60%가 넘는 상황에서 포스코를 둘러싼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돼 온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외국인 주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는 있지만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은 이 회장에게 양날의 칼인 셈이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연임 확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M&A에 적극 나설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 등 인수전에 적극 참여할 것이란 소문도 파다하다. 친정체제 구축과 실적 향상을 바탕으로 사세 확장을 도모하려는 이 회장에겐 그를 향한 업계와 정보기관 인사들의 비토론 정보 수집이 그리 달가울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