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어리숙한 모습서 ‘투사’로 변모…“수상한 001번 신뢰? ‘믿음’은 기훈이 가져가야 하는 설정 아닐까요”
“역대 가장 많은 시청 가구 수를 기록한 콘텐츠” “‘왕좌의 게임’을 넘어선 대중성과 파급력” “역대 넷플릭스 시청 시간 TV 부문 1위”… OTT 플랫폼이 그간 써낸 역사를 새로운 기록으로 전부 갈아치웠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주역 이정재(52)가 또 한 번 ‘성기훈’으로 돌아왔다. 청록색 트레이닝복과 아침마다 울리는 기상 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까지 익숙한 배경들을 뒤로 한 채 낯선 얼굴로 시청자들을 맞이하는 성기훈은 ‘오징어 게임2’ 속에서 이 살인 게임을 끝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다시 참가번호 456번 플레이어로 게임장에 선다.
“저도 시즌 2 촬영 전에 시즌 1을 두 번이나 다시 봤어요. 시즌 2에서는 그동안 기훈이 가지고 있었던 목적이 워낙 강력하게 바뀌다 보니까 그 톤을 어떻게 이어나갈지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죠. 시즌 1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후반부 기훈이 게임에서 살아나온 다음부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요. 그런 모습이 시즌 1의 후반에 벌써 나와 있었기 때문에 그걸 잘 이어받아서 가는 게 시즌 2에서 제가 해야만 하는 역할이었던 거죠. 시즌 3에서는 기훈의 또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어수룩하고 마냥 철없어 보였던 시즌 1에서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시즌 2 속 성기훈은 한없이 진지하고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감싸여 있다. 어떻게 해서든 이 게임을 끝내고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살아서 밖으로 나가고자 하지만, 주변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몇 번의 죽음을 겪으면서도 눈앞의 돈에 혹해 다시 게임 판 위의 ‘말’이 되기를 자처하는 이들을 보며 성기훈 역시 스스로가 믿어온 ‘정의’와 ‘인간의 선의’를 고민하게 된다. 이정재는 그가 연기한 성기훈의 이 같은 변화와 고뇌가 가장 안타깝고 안쓰러운 지점이었다고 지목했다.
“기훈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 게임을 막아보려고 해요. 하지만 그런 그의 신념이 과연 올바른지를 이 작품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묻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토록 옳다고 믿어왔던 그 신념이 가장 소중한 친구인 정배(이서환 분)를 죽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거기서 느끼는 처참함을 보여주는 거죠. 이렇게 나락까지 떨어진 기훈은 그다음에 어떻게 행동할까, 이게 시즌 3에서 펼쳐져요. 사실 저는 시나리오에서 정배가 등장하는 파트를 보며 ‘설마설마’ 하면서 너무 불안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더라고요. (황 감독이) 너무 잔인하셨어요(웃음).”
게임 내내 성기훈을 ‘시험’에 들게 만드는 인물은 전편의 흑막을 대신해 게임을 이끄는 프런트맨이자 참가자 001번, 오영일(이병헌 분)이다. 성기훈 이전의 게임 우승자인 프런트맨은 참가자로 위장해 게임 판 안에 숨어든 뒤 교묘하게 성기훈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미 수없이 ‘돈에 눈이 먼 인간의 악의’를 목격해 온 프런트맨과 그럼에도 ‘인간의 선의’를 믿으려는 성기훈은 서로의 안티테제로 이야기의 극과 극에 자리 잡고 있다.
“후반부에 기훈이 다른 참가자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키는 건 무모하고 바보 같아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최선을 다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이것도 감독님의 의도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든 선의라는 마음만 가지고 하는 이 행동을 과연 당신들은 어떻게 보는지. 옳은지, 그른지’를 묻고 있는 거죠. 여기에 오영일이란 캐릭터를 이용해서 기훈의 선한 면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또 부각시켜요. 영일은 ‘네가 이래도 계속 착한 척할래? 너 영웅놀이 하는 거 맞잖아’라면서 계속 기훈을 시험에 들게 하고, 그의 변화를 바라보며 비웃고 있죠. ‘여러분들 보시기에 얘가 지금 잘하는 걸로 보입니까?’라는 얼굴로요.”
서로의 간극을 절대 좁힐 수 없는 두 캐릭터지만 시종일관 긴장감만 안겨줬던 것은 아니었다. 두 번째 게임인 5인 6각 근대 5종 경기에 참가할 때 만큼은 성기훈과 오영일은 한마음이 돼 서로를 응원하고 얼싸안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짝꿍’처럼 모두의 승리를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오영일이 극 중 가장 환하게 웃고, 엄청나게 ‘업(up)’돼 있기까지 한 이 신을 모니터링하면서 이정재는 “우리 이렇게까지 신나도 돼?”라며 고민했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신을 찍을 때 감독님이 모두가 굉장히 기뻐하는 장면이 나오도록 기쁨을 막 끌어올리라고 말씀하셨어요. ‘와, 우리가 함께해냈다!’라는 느낌을 원하셨는데 나중에 저하고 (이)병헌이 형의 엄청나게 좋아하는 얼굴을 모니터링하다가 ‘이렇게까지 좋아해도 되는 건가?’ 싶어서 감독님께 몇 번이나 괜찮냐고 물어봤죠(웃음). 아마 그 시점에선 하나의 팀으로 뭉쳐졌다는 걸 강하게 표현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도 그다음에 다시 배신하고 서로를 적으로 둬야 하는 걸 극대화 시키는, 그런 과정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었던 거죠.”
한편으론 시즌 1부터 시즌 2까지 3년의 시간동안 변모한 성기훈이 여전히 아무 의심 없이 게임장 안의 사람들을 믿는다는 것을 지적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전편의 흑막 오일남(오영수 분)과 비슷한 이름, 001번이라는 똑같은 번호에 언뜻 비치는 ‘싸늘함’까지 갖추고 있는 수상한 참가자 오영일을 너무 깊이 신뢰해 반란의 중책까지 맡겼다는 게 영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었다. 이에 대해 이정재는 “기훈이가 원래도 그렇게 똘똘한 인물이 아니라 그렇다”라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시즌 1에서 심각한 상황을 겪었기에 사람이 심각해질 수는 있어도 그것 때문에 갑자기 똘똘해질 수는 없잖아요(웃음). 기훈은 워낙 사람을 잘 믿는 친구고, 그래서 시즌 1에서 오일남에게 ‘자네는 아직도 사람을 믿나’라는 질문을 받아요. 사람에 대한 믿음은 기훈이 끝까지 가져가야 하는 설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선 각자의 취향에 따라 기훈이 ‘이런 식으로 변화했으면 좋았을 걸’이란 마음이 다 달랐을 수 있죠(웃음).”
‘오징어 게임’ 시리즈로 할리우드에서도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2021)의 인기를 디딤돌 삼아 디즈니+(플러스) ‘애콜라이트’(2024)를 통해 한국 배우 최초로 ‘스타워즈’ 시리즈에, 그것도 동양인 제다이 마스터로 출연하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번 ‘오징어 게임2’ 역시 시즌 1에 버금가는 흥행 신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올 상반기 공개될 시즌 3까지 마치고 나면 이정재가 과연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 지에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해외 활동은 저희 에이전시에서 계속 제게 뭔가 시키려고 노력 중이시고요(웃음). 미국 영화 연출 관련 제안도 있었고, 반대로 제 시나리오를 보내주기도 하고 그랬죠. 아무래도 지금 많은 분들이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아직 다 읽히지 않은 숨은 의도들이 남은 상태로 시즌 2가 끝났고, 그게 시즌 3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스포일러를 할 수 없어서 말씀도 못 드리고(웃음)…. 시즌 3에서는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고, 서로 누가 배신할지를 가르는 심리게임도 훨씬 더 다양하고 강렬하게 펼쳐질 거예요. 저도 그래서 시즌 3가 빨리 공개되길 기대 중입니다(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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