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차례 변론준비기일 미리 정하고 ‘내란죄 제외’로 변수 줄여…빠르면 3월 중 결과 나올 듯
다만 일련의 흐름이 탄핵 일정에는 아직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월 18일 이전에는 안 된다’는 타임 라인까지 제시했지만 헌재가 이에 응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법조계에서도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헌재가 ‘다소 정치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법적 절차에서 비판의 명분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논란 진화 나선 헌재
헌재를 둘러싼 가장 뜨거운 이슈는 윤 대통령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 철회 논란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시키자고 국회 측 대리인단이 요청하고, 이를 헌재가 받아들이는 과정이 ‘깔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정형식 수명재판관의 “윤 대통령의 내란혐의를 형법이 아닌 헌법으로 재구성하겠다는 입장인가”를 묻는 질문에 동의한 국회(청구인) 측 대리인은 “헌법재판이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고 헌법재판 성격에 맞는 주장과 입증이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함이 재판부가 권유하신 바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헌재가 국회 측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논란이 커지자 헌재는 7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고 있다. 여야를 떠나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헌재는 당초 빠르게 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1월 3일로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을 마무리했고, 오는 14일 오후 2시를 시작으로 16일과 21일, 23일, 다음 달 4일 등 다섯 차례 변론 기일을 미리 정했다. 설 연휴를 제외하고는 주 2회씩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기에 헌재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이 나왔다. 헌재는 심판 진행을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기록도 요청한 상황. 국방부 검찰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검찰 특수본 세 곳에 수사기록 송부를 요청했다.
빠른 진행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면서 헌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대 이호선 법과대학장은 헌재재판관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권한대행 탄핵과 검사들의 탄핵을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민주당 다선의원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의 151석 이상 찬성이면 족하다는 일방적 주장과 무권해석을 헌재가 사후승인하고, 보증해 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먼저 파면하고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민주당의 탄핵권 남용, 입법부에 의한 행정부 마비 시도 행태에 대해 헌재가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은 “변론기일 사전지정 행위는 무효”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헌재는 단심제이기 때문에 헌재가 판단하면 브레이크를 걸 방법이 없어 그 권한은 상당히 강력하다”면서도 “다만 헌재가 만들어진 뒤 사법기관에서 점차 정치적 이슈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정치 성향을 띨 수밖에 없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면서 ‘모두에게 공정하다’는 이미지를 지키고 있는지는 조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4월 18일 전 선고 가능성 높지만
4월 18일 문형배 헌법재판관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헌재가 그 전에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모두 대통령의 임명 몫이기 때문에 공석이 되면 최상목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럴 경우 현재 8인 체제의 헌재는 6인 체제가 된다. 1명이라도 파면에 반대하면 기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헌재가 ‘빠른 심리’로 이미 가닥을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4월 18일에 근접해 결론을 내릴 경우 무리하게 시일을 앞당겼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3월 말이나 4월 초 중 선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헌재가 ‘내란죄 제외’를 결정한 것은 변수들을 줄였다는 측면에서 빠른 심리가 가능해 윤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시간을 더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 입장문에서 “헌재가 재판 진행의 신속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졸속 재판의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신속 재판을 강조하는 청구인 측의 주장에 지나치게 편중된 재판을 진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우려를 표했다.
앞선 법조인은 “내란죄 여부를 다투려면 헌재가 형사재판의 성격까지 진행해야 하는데 이 경우 법원의 판단과 다르게 나올 경우 부담이 있다”며 “특히 내란죄 여부를 따지기 위해 적지 않은 심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제외하면 비상계엄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만 따지면 되기 때문에 재판관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헌재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헌재는 스스로 밝혔듯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관인데 51%가 원하면 하고 49%가 원하면 할 수 없는 곳”이라며 “근데 대통령 탄핵은 재판관 3분의 3인 6명 이상이지 않나. 국민의 66.6% 이상이 원하면 파면을 하고, 국민의 33.3% 이상이 원하지 않으면 탄핵을 인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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