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된 변호사들 중 3심 재판부와 ‘사법연수원 동기’ 인연도…막대한 소송비는 누가 낼지 관심 쏠려
함영주 회장은 하나은행 은행장 시절인 2015~2016년 사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2018년 6월 접수된 이 사건은 현재까지 종결되지 못했다. 함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유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2023년 12월 접수된 상고심은 지난해 2월 21일 주심 대법관과 재판부가 배당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6일 ‘법리·쟁점에 관한 종합적 검토 중’으로 심리 진행 상황을 전했다.
함영주 회장은 3심에서 변호인단을 대거 교체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함 회장의 2심 변호는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 △법무법인 율촌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이 맡았다. 3심에서는 케이에이치엘과 율촌이 빠지고 법무법인 화우와 법무법인 지평이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법무법인 송우가 지난해 8월 26일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며 총 4개 법무법인에서 함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다. 함 회장 변호인 수는 2심 10명에서 3심 28명으로 대거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의 배경이다. 화우의 이인복 변호사와 김앤장 김용덕 변호사는 대법관 출신이다. 사건이 지정된 재판부의 대법관들보다 선배인 변호사들이 함 회장의 변호를 맡은 것이다. 지평은 서울사무소가 아닌 부산사무소 변호사들이 선임됐다. 이 중 김문희 변호사는 함 회장 3심을 맡은 신숙희 대법관과 사법연수원 동기(25기)다. 송우 이재희 변호사는 3심 재판부 노경필 대법관과 사법연수원 동기(23기)다.
이 밖에도 함영주 회장 3심 변호인단의 대다수가 대법원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2심에서도 함 회장을 변호했던 김앤장 김의환·김동석·이효제 변호사는 모두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이다. 화우에서도 양호승·박상재·이민걸 변호사가 대법원 재판연구관 이력을 갖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대법원에서 대법관을 보조하는 보직으로 사건의 쟁점과 법리를 검토해 대법관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연구관은 법률 지식과 뛰어난 재판 능력을 두루 갖춘 이른바 ‘에이스 판사’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보직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연구관이 대법관에게 올리는 보고서가 대법원 재판 결과를 상당 부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라는 인식이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들은 대법원 법리에 밝아 선호하고,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전관예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또 재판을 맡은 대법관들과 연수원 동기라면 친분을 통한 예우를 노렸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게다가 함 회장 재판은 하급심에서 결론이 서로 엇갈렸기 때문에 대법원 재판부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재판 결과의) 안전성을 위해 최대한 거물급 변호사들을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함 회장은 앞서 DLF 징계 취소 소송에서도 3심에 접어들자 대법관 출신인 김용덕 변호사를 선임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김의환·김동석·이효제 변호사도 함께 선임됐다. 함 회장은 이 소송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로 결과가 바뀌었다. 3심에서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으로 원심이 확정됐다.
함 회장보다 먼저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법무법인 엘케이앤비파트너스 변호사들을 선임했다. 이 중 이광범 엘케이앤비파트너스 대표 변호사가 대법관 재판연구관 출신으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조 전 회장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3심에서 대법관 출신인 이상훈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상훈 변호사는 이광범 변호사와 형제다. 조 전 회장은 결국 3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대법원 판결은 2심 결과와 달라 이목을 끌었다.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는 2심에서 금고 4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했다.
홍지호 전 대표의 경우 3심에서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새로 선임된 변호사 중 법무법인 광장 성창호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 부장판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김영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법무법인 태평양 권오석 변호사도 대법원 형사총괄재판연구관 출신이었다.
이외에도 홍 전 대표는 홍승면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는데 홍 변호사는 수년간 대법관 후보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로, 대법원 수석·선임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홍 변호사는 현재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3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로 비춰볼 때 ‘막강 변호인단’으로 무장한 함영주 회장이 3심에서 2심 파기환송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현재 함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음과 동시에 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추천돼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회장 재임 중 만 70세를 넘겨도 임기 3년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내부 규정을 개정했다. 1956년생인 함 회장은 연임 성공 시 새 규정에 따라 2028년 3월까지 3년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 기간에 있는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지 못한다. 함 회장은 2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았으며 3심에서 형이 확정되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더라도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
함 회장은 신입사원 채용 관련 업무방해 혐의 사건의 같은 피고인인 하나은행과 1심부터 3심까지 거의 동일한 변호인단에 법률 대리를 맡기고 있다. 대법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가 대거 포진해 있어 변호사 선임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작성한 ‘사법부 전관예우 분석: 경제학의 관점에서’ 논문에 따르면 대법관 출신 한 변호사의 경우 불과 수개월 만에 10억 원 이상의 수임료를 번 사례가 있다. 함 회장과 하나은행은 변호인단을 꾸리는 데 적지 않은 돈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함 회장이 자신의 소송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 거리다. 만약 하나은행이 함 회장의 3심 소송 비용을 대납할 경우 업무상 배임·횡령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과거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소송 비용 대납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사례가 여럿 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뿐 아니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DLF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 당시 비용을 사측에서 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측은 조 전 회장, 손 전 회장 모두 자신이 직접 소송 비용을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회사가 공동 피고인이면 회사 업무상 발생한 사유로 보고 회삿돈으로 함 회장의 소송 비용을 지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회삿돈으로 임직원 소송 비용을 처리하면 관련 임직원들이 업무상 배임·횡령으로 걸릴 가능성이 있으나 내부 검토를 통해 문제의 소지를 제거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8일 ‘일요신문i’는 함영주 회장과 하나은행 변호인단의 배경, 소송 비용 규모와 납부 주체 등에 대해 하나금융그룹에 질의했지만 그룹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구체적 답을 피했다. 함 회장과 하나은행 법률 대리를 모두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하나은행과 함 회장 개인은 이번 소송 위임 계약을 각각 별도로 체결했다”며 “그 밖에 추가적인 사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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