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봉쇄·의원 체포 ‘길잡이’ 역할 맡았을 가능성…국방부 “구체적 지시 내용 파악 못해”
검찰이 작성한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는 김 전 장관이 국회 봉쇄 임무를 받은 군 병력에게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의 도움을 받으라는 지시를 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협력단은 국방부 관련 국회의 업무·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 본청에 설치한 조직으로, 장군 계급인 단장과 대령·위관급 장교(육·해·공군) 등 약 9~10명이 파견돼있다. 이들은 평소 장관의 지시를 따르면서 국회의 질의에 대한 답변 업무, 국회의원의 군 관련 현장 방문 지원 등 임무를 수행해왔다.
‘일요신문i’가 최근 국회를 통해 입수한 검찰의 김 전 장관 공소장을 보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김 전 장관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국회 본관‧의원회관 출입을 차단해 봉쇄하되 필요시 국회에 파견된 국회협력단장의 도움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이후 군사경찰단 경찰대대장은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기동중대는 국회 바깥으로 순찰을 돌아라(중략). 특임중대는 비무장으로 담을 넘어 국회 안으로 들어가 국회협력단장을 만나 게이트를 하나 받은 다음 그곳을 차단해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삼단봉으로 무장한 군사경찰단 부대가 다음 날(4일) 새벽 1시 40분쯤 국회 1문 좌측 담을 넘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이때는 국회 본회의에서 새벽 1시 1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약 4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계엄이 해제됐는데도 군병력이 국회 접수 재시도에 나선 정황으로도 풀이된다.
당시 장관 등 군 지도부가 군사경찰단에 국회 봉쇄 임무를 주면서 국회협력단장을 만나라고 한 것을 보면 국회협력단이 계엄군의 국회 접수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며 관련 지원 임무도 이미 전달받은 상태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 내부 구조와 상황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침투 병력의 본회의장 진입, 국회의원 체포 시도 등을 돕는 ‘길잡이’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다.
군 내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 본청 내부 구조를 잘 아는 국회협력단을 통해 의원 체포, 국회 봉쇄를 원활히 진행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법무관 출신 김정민 변호사는 “계엄군의 안내자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협력단이 (국회 봉쇄 임무를 함께 수행했을 것으로)충분히 의심된다”고 전했다.
국방부 등에 대한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계엄 선포 당시 국회협력단 소속원들은 국회 내 사무실(본청 109호)에 있었다. 국방부 내부규정에 따르면 평소 근무지가 국방부 청사가 아닌 인원들은 비상소집 발령 시 해당 근무지로 이동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돼있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계엄 당시 국회협력단 인원들이 국방부의 비상소집에 응했다”, 다른 군 내부 관계자도 “(계엄 선포 후)국회협력단이 근무지(국회 본관)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협력단이 계엄 선포 전부터 이를 미리 알고 국회 안에 체류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국회협력단은 국회에 있으면서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나 타 의원들이 군에 방문할 때 조율하는 등의 업무를 하기 때문에 (장관이)연락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여건이 된다. 그래서 (어떤)지시를 하려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엄 당시 어떤 내용의 지시가 국회협력단에 전달됐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면서 “현재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외부 수사기관의)수사를 통해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당시 국회협력단장이었던 양재응 준장이 단장에 임명된 지 한 주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여서 국회 내부에서 정교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국회협력단장은 계엄 선포 직전인 11월 말 교체됐다. 신임 양 단장은 육사 53기 출신으로 지난해 11월까지 육군 제97보병여단장을 역임한 뒤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하며 신임 국회협력단장에 임명됐다. 전임자인 정재열 전 단장은 육군 제3사단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12월 1일 취임식을 가졌다. 다른 군 내부 관계자는 “들리는 말로는 양 장군이 비상계엄 선포 후 국방부 지침대로 국회 본관에 있었지만 (본관)내부에서 동서남북도 잘 몰랐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국회협력단의 자세한 임무 수행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 전 장관이 국회 장악에 국회협력단을 동원하려 한 것만으로 거센 비판이 나온다. 김정민 변호사는 “국회 무력화에 국회협력단을 앞장서게 하려고 했던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협력단 사무실은 폐쇄된 상태다. 출입문에는 국회사무총장 명의로 ‘비상계엄령 수사 종료시까지 출입을 금함’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국회 관계자는 “비상계엄 이후로 국회 본관에 군인과 경찰에 출입을 금하면서 국회협력단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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