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남삼거리보도육교 C 등급으로 “현재 상태 안전”…“A 등급도 무너졌는데…사람 몰리는 만큼 더 살펴야”
1998년 준공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북한남삼거리보도육교는 집회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육교다. 왕복 10차선 도로를 잇는 이 육교는 길이 55m, 폭 3.5m로 용산구에서 가장 긴 육교로도 알려져 있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격해지면서 북한남삼거리보도육교에 인파가 몰리자 흔들림을 느낀다는 시민이 많다. 지난 1월 3일 한 50대 여성 집회 참가자는 "안전이 우려된다. 집회 참여자들을 위해 횡단보도를 따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용산구청 측은 실제로 육교 안전 관련 민원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시설물 정리 점검이나 안전점검을 지속적으로 하는 중"이라면서 "지난 3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들을 모셔서 긴급 점검을 실시했고, 현재 (북한남삼거리보도육교) 상태가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해당 안전점검은 비정기 점검으로 진단 결과서는 따로 없고 의견서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청 측은 2024년에 정밀 안전점검을 시행했으며 C 등급(보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길이가 50m가 넘는 긴 육교다 보니 흔들림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요신문i'는 지난 8일 안전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북한남삼거리보도육교로 향했다. 5일 전 방문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육교 자체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육교 위에서 만난 한 시민은 "너무 울렁거려 멀미가 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시민은 "구청에서 안전하다고 하니 믿어야겠지만 무섭다"는 심정을 밝혔다.
북한남삼거리보도육교 외 집회 현장 인근의 다른 육교에도 흔들림이 느껴지는지 비교하기 위해 '한남초앞보도육교'와 '한남오거리앞보도육교'도 함께 들렀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한남초앞보도육교 등에 대한 민원도 제기됐다고 한다.
한남초앞보도육교는 길이 33m, 폭 5m로 3개의 육교 중 가장 길이가 짧다. 집회 현장에서 다소 거리가 있어 인적이 드물고 흔들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북한남삼거리보도육교에서 약 800m 떨어진 한남오거리앞보도육교는 왕복 10차선 도로를 횡단하며 길이 49m, 폭 4m의 육교다. 해당 육교는 피켓을 든 집회 참여자보다 일반 시민들의 이동이 더 많았으며,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육교가 실제로 무너진 사례도 있다. 2023년 1월 3일 새벽 1시 40분쯤 영등포구와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붕괴 2주 전 한 누리꾼이 지역 카페에 "육교 가운데가 주저앉은 느낌이 들었다"는 글을 올리고 같은 내용의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접수했지만 관할인 영등포구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 사고를 두고 안전등급이 실질적인 시설물의 안전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육교는 2016년 5월 개통 이후 연 2회 시행되는 정기 안전점검에서 지속적으로 양호한 상태를 확인받았다. 2022년 10월 28일부터 12월 15일까지 진행된 점검에서는 A 등급(안전 이상 없음)을 받기도 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A 등급을 받아 시설물에 이상이 없다고 했음에도 육교 붕괴 사고가 나는 것을 2년 전 목격했다"면서 "용산구청이 시행했다는 두 차례 점검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하고, 시민들이 (북한남삼거리보도육교를) 이용했을 때 흔들림이 많았다면 무조건 이상이 없다고 하기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현재 상태로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지만 인파가 많아질 경우 시설물 하중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인파를 분산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육교에 안내담당자를 배치해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인원 수를 조정하고, 육교 중앙에 방호벽을 설치해 통행을 편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경찰 측에 사람이 많이 몰릴 경우 임시 건널목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남삼거리보도육교에는 경찰 외에도 약 4~5m 간격으로 노란색 조끼를 입은 안내담당자가 배치돼 있다.
최재원 교수는 "육교의 흔들림이 차량이 지나가면서 발생하거나 내진 설계로 인한 진동일 수 있다"며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관련 기관이 육교 안전성 문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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