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못 낸 ‘퀵커머스’로 다시 승부 전망…‘집 앞 즐비한 편의점에 맞을까’ 지적도
GS그룹은 지난해 말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허서홍 GS리테일 전사 경영전략SU(서비스유닛)장 부사장을 GS리테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허 신임 대표는 허광수 삼양이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다.
허 대표는 2002년 삼정KPMG 기업금융부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2005년 GS홈쇼핑 신사업팀 대리로 입사했다.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GS그룹 미래사업팀장을 역임하며 GS그룹의 신사업을 이끌었다. 미래사업팀장 당시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휴젤’을 인수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경험 등으로 ‘신사업 전문가’로 통한다. 2024년부터는 GS리테일 경영전략SU장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본부, 전략 부문, 신사업 부문, 대외협력 부문 등의 조직을 맡았다. 앞으로 신규 먹거리 사업 발굴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GS리테일의 신사업 투자가 사실상 모두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우선 이들 사업에 대한 재정비 주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은 2021년 편의점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며 5000억 원을 들여 다양한 퀵커머스(신속 배송) 기업에 투자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요기요’다. GS리테일은 2021년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부터 배달 플랫폼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 지분 30%를 인수했다. 문제는 요기요가 2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에는 655억 원, 2023년은 111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2022년 864억 원에서 2023년 4841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배달플랫폼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도 쿠팡이츠에 내줬다.
같은 해 배달대행업체 메쉬코리아에 투자한 508억 원 전액은 상각됐다. 반려동물 사업 강화를 위해 2021년 325억 원을 들여 투자한 ‘펫프렌즈’, 2022년 550억 원을 들여 인수한 푸드 스타트업 ‘쿠캣’, 2021년 지분 인수(1.4%)한 카카오모빌리티 모두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
견고하게 버티던 편의점 등 본업 실적도 안심하기 어렵다. GS리테일의 2024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 547억 원, 영업이익은 806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4.1% 줄었다. 순손실은 631억 원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사업부(GS25)는 같은 기간 매출 2조 3068억 원, 영업이익 72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1% 감소했다. 신규 점포 출점으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운영점 증가로 인한 감가상각비와 광고‧판매촉진비 등으로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홈쇼핑사업부(GS홈쇼핑)는 매출 2510억 원, 영업이익 186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4%, 영업이익 2.7% 각각 감소했다.
퀵커머스 관련 기업에 투자했던 포트폴리오는 모두 실패 기록을 냈지만 허 신임 대표는 여전히 퀵커머스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듯하다. 먼저 편의점·슈퍼마켓의 퀵커머스 전담 조직을 승격시키고 홈쇼핑과 모바일 조직을 통합한 온라인 조직을 개설한다.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O4O·Online for Offline) 부문 내 마케팅 업무 조직을 마케팅 부문으로 승격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GS리테일은 편의점 사업이 중심인 기업이라 퀵커머스도 편의점 중심으로 해보려고 하는데 이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슈퍼마켓(SSM)에 비해 소규모의 구매가 일어나는 데다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은 퀵커머스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GS리테일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변화를 시도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된 게 없다”며 “본업이 잘되다 보니 전사가 힘을 모아 절박한 마음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십 년간 이어온 기업 문화를 통째로 바꿔 새로운 산업을 받아들이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퀵커머스를 이어 가고 싶다면 투자보다는 잘하고 있는 회사와 협업을 통해 확대하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장기 경기 침체와 더불어 포화된 편의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 마련도 허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성장률 전망치는 -0.3%로 역성장이 예상된다. GS리테일의 몽골과 베트남 법인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해외 사업 부문에서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수경제가 어렵고 편의점도 정체기를 맞았으니 타 업체 투자보다는 피봇팅(기존 사업 아이템이나 모델을 바탕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 전략으로 편의점에서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 홈쇼핑, 슈퍼마켓 등 주력사업을 기반으로 한 내실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편의점은 질적 성장 중심의 차별화 경쟁력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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