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매그니피센트7 쏠림, 닷컴버블과 비슷…과열 조짐”
하워드 막스 회장은 특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구 페이스북),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로 불리는 거대 기술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이들 7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S&P500 지수 전체의 32~33%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두 배나 높아진 수준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1960년대 후반의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시기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막스 회장은 25년 전인 2000년 닷컴버블을 정확하게 예견했던 ‘bubble.com’ 메모의 발행 25주년을 기념해 이번 메모를 작성했다. 그는 메모에서 시장의 버블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4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비합리적인 과잉 낙관론이고, 둘째는 특정 기업이나 자산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다. 셋째는 투자 기회를 놓칠 것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FOMO)이며, 마지막으로 ‘아무리 비싸도 괜찮다’는 왜곡된 인식이다.
특히 막스 회장은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버블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매력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만, 잠재적 위험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혁신 기업들도 경쟁사나 더 새로운 기술에 의해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하워드 막스 회장은 2000년 초 S&P500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중 현재까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 존슨앤드존슨, 월마트, P&G, 엑손모빌, 홈디포 등 단 6개사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의 매그니피센트7 중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만이 24년 전 상위 20개 기업에 포함되어 있었다.
막스 회장은 현재 S&P500 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이 22배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JP모건이 제공한 1988년부터 2014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처럼 높은 P/E 시점에서 투자했을 때 이후 10년간의 연평균 수익률은 플러스 2%에서 마이너스 2% 사이에 그쳤다는 것이다.
다만 막스 회장은 현재 상황이 1990년대 말의 닷컴버블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매그니피센트7의 P/E 배수가 닷컴버블 당시의 나이프티 피프티 기업들보다는 낮은 수준이며, ‘아무리 비싸도 괜찮다’는 식의 극단적인 낙관론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이 높은 가격대에 있고 과열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광기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막스 회장은 또한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2년간 465% 급등한 것도 투자자들의 신중함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 리스크가 없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라며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한편 1946년생 하워드 막스(Howard Stanley Marks)는 미국의 투자자이자 작가이다. 전 세계 부실 증권의 최대 투자자인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Oaktree Capital Management)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회장이다. 2022년 순자산 22억 달러로 막스는 포브스 억만장자 목록에서 1365위를 차지했다. 막스는 오크트리 웹사이트에 자신의 투자 전략과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메모’로 인해 투자 커뮤니티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또한 투자에 관한 3권의 책을 출판했다. 워렌 버핏에 따르면, “내 메일에서 하워드 막스의 메모를 볼 때 가장 먼저 열어서 읽는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배우는데, 이는 그의 책에 두 배로 적용된다”고 이야기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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