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영 전 장관 사퇴 후 5일 공석이 최대…윤석열 탄핵 심판 끝난 후 인사 가능성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2024년 12월 5일까지 국방부 장관 직이 공석이었던 기간은 총 7일이다. 남북이 분단된 특수한 상황에 놓인 대한민국에서 국방부 장관 자리는 공백이 생겨선 안 되는 자리로 인식돼 왔다.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면서도 국방부 장관 인사는 신속하게 이뤄졌었다.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역사는 새로 쓰이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튿날인 2024년 12월 4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발의 30분 만에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12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면서 초유의 국방부 장관 장기 공백 사태가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 사표를 수리한 뒤 최병혁 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장 출신 국방부 장관 인사였다. 그러나 최 대사는 직을 고사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육군 중장 출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재지명하려 했지만, 한 의원도 이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부 장관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대행하게 됐다.
2024년 12월 14일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직무배제됐다.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안도 12월 27일 가결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으며 국정 운영을 맡게 됐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끝날 때까지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통수권자와 군 컨트롤타워가 동시에 부재중인 이례적 현상에 대한 해결 기미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군 내부에서 계엄에 가담했던 주요 부대 사령관직도 공백상태다.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정보사령부(정보사) 등 핵심 부대가 사령관 직무배제로 인한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전례 없는 ‘스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소장 직급인 정보사령부의 경우 사령관 직무배제 및 전직 정보사 여단장 전출 등 각종 이슈로 인해 ‘원스타’ 계급장을 단 장군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방사를 제외한 계엄 가담 사령부는 기존 사령관보다 한 계급 낮은 직무대행이 부대를 통솔하고 있다.
전직 군 관계자는 “국방부 장관이 이렇게 오랜 기간 공석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 자체가 현재 혼란한 정치 상황의 방증”이라면서 “그렇다고 정치권 협의를 통해 신임 국방부 장관을 내세우는 것도 군 통수권자에 대한 탄핵 정국에선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 차관이 장관을 직무대행한 것도, 장관 공백이 길어지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격동의 근현대사에서도 벌어지지 않았던 초유의 사태”라고 우려했다.
사상 처음 국방부 장관직이 공백이었던 날은 6·25 전쟁 기간이었다. 1951년 5월 5일 신성모 제2대 국방부 장관이 사임했고, 이튿날인 5월 6일 하루 동안 공석이었다. 신 전 장관은 미진한 초기대응과 더불어 성급한 한강철교, 한강대교 폭파로 책임론에 휩싸였음에도 현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51년 거창 양민 학살사건 합리화와 ‘최악의 군수비리’ 국민방위군 사건 배후로 신 전 장관이 지목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전쟁 중이었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은 신 전 장관을 해임했다. 신 전 장관 후임자로는 이기붕 제3대 국방부 장관이 임명됐다. 둘의 이·취임 사이 공백은 하루였다.
10년 뒤 또 하루의 국방부 장관 공백이 발생했다. 1961년 5월 16일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다. 현석호 제11대 국방부 장관 재임 시절이었다. 현 전 장관은 장면 내각에서 제9대 국방부 장관을 지낸 뒤 약 4개월여 만에 제11대 국방부 장관으로 컴백한 이력을 지녔다. 장면 내각 에이스로 불리며 차기 총리로 내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5·16 군사정변 이후 이틀 만인 1961년 5월 18일 그는 국방부 장관에서 내려오게 됐다.
1961년 5월 19일 국방부 장관은 공석이었다. 그리고 장도영 제12대 국방부 장관이 1961년 5월 20일 취임했다. 장 전 장관은 5·16 군사정변 당시 계엄사령관 출신으로 국방부 장관과 초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지냈다. 그는 장관 취임 18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1961년 7월 2일 장 전 장관은 반혁명 혐의로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체포됐다. 장 전 장관이 군부 권력 장악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판단 아래 전격 숙청이 이뤄졌다. 장 전 장관이 체포될 당시 그를 계호(용의자를 경계 및 지키는 것을 일컫는 말)했던 방첩대 실무자는 노태우 대위였다.
장 전 장관은 체포되기 한 달 전인 1961년 6월 6일까지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했다. 장 전 장관이 물러난 뒤 국방부 장관 직은 5일 동안 공석이었다. 최근 계엄 사태 이전까지 최장기간 국방부 장관 공백 사례다. 1961년 6월 12일 ‘타이거 송’이라고도 불렸던 송요찬 제13대 국방부 장관이 취임했다. 송 전 장관 취임 이후 2024년 12월 5일까지 국방부 장관 자리가 공석인 경우는 없었다.
이처럼 모든 사례를 다 합쳐도 국방부 장관 자리가 공백이었던 기간은 7일이다. 그러나 2024년 12월 5일 이후 이어진 국방부 장관 공백 사태는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후임 국방부 장관은 빠른 시일 내에 인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용현 전 장관이 사임한 뒤 이어지고 있는 국방부 장관 공백 사태는 탄핵 심판이 끝난 뒤에야 해결 실마리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그때는 권한대행이 국방부 장관을 지명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길 것”이라면서 “조기 대선이 펼쳐진 뒤엔 새로운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새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임시적인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채 교수는 “탄핵이 기각된다면 윤 대통령이 다음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다시 인선하는 데 문제가 없어진다”면서 “그러나 국방부 장관 임명 과정서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점은 또 다른 변수”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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