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문자 수신 불가’ 상태…강신욱 후보 “절차적 공정성 배제가 특정 후보에 유리한 것 아닌가 의심”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1월 14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강신욱 대한체육회장 후보가 1월 8일 대한체육회장 선거 진행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다. 강신욱 후보가 낸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인용한다면, 선거 일정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강 후보는 선거인단 추첨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과 투표 장소 및 시간이 제한적인 점과 관련한 보편적 선거권 침해 등을 근거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진행 금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상황과 유사한 전개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임혜지 부장판사)는 1월 7일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후보의 선거 진행 중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1월 8일로 예정돼 있던 축구협회장 선거에 제동이 걸렸다.
허 후보는 전지훈련 등 일정으로 프로축구 지도자 및 선수들이 선거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부분과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미제출’을 사유로 규정보다 21명이 적은 선거인단이 구성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법원은 선거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허 후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더 큰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강신욱 대한체육회장 후보는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대한체육회장 선거 진행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선거인단으로 추첨된 유권자 중 최소 54명이 문자 발송이 불가능한 연락처가 기재된 채 선거인단 명부에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엔 지금은 쓰이지 않는 016이나 019로 시작하는 휴대폰 번호가 연락처로 기재된 선거인단도 있었다.
최소 54명 선거인단의 연락처가 △착신 가입자가 없음 △이동통신사 가입 만료 △발신 및 착신 전화번호 에러 △MMS를 수신할 수 없는 단말기 △가입자의 일시 정지 등 사유로 문자를 받을 수 없는 연락처였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발송실패는 아예 문자를 받을 수 없는 번호라는 것”이라면서 “번호 변경 등 사유로 문자메시지가 오배송된 경우까지 전수조사한다면 더 많은 선거인단이 선거에 대한 공지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음이 드러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인단 명부에 이름과 연락처가 동기화되지 않은 이들이 포함된다면, 그 수에 비례해 투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거인단 추첨 절차를 통해 투표율을 낮추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가 절차적 공정성을 따지는 데 있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선거인단 구성을 살펴보면 37.2%(834명)가 대한체육회 및 지자체 체육회, 종목단체 임원이다. 선수 30.5%(684명) 지도자 22.1%(497명) 심판 8.3%(186명) 선수관리담당자 1.9%(43명)의 비율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거인단 2244명 중 2.4% 비율을 차지하는 선거인단(54명)이 선거 안내 메시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초유의 6자구도로 펼쳐지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락을 가를 만한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신욱 대한체육회장 후보는 1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체육회장 선거인단 구성이 특정 후보에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될 정도로 엉터리”라고 밝혔다.
강 후보는 “2024년 12월 26일 후보 등록 후 대의원 명단을 받아 선거운동을 시작했는데, 이상한 사례가 잇따랐다”면서 “이미 사망한 분을 명단에 올려놓거나, 군에 입대해 투표할 수 없는 레슬링 선수를 대의원으로 선정하기도 했으며, 이미 사퇴한 임원이 명단에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선거인단 중 37%에 해당하는 임원과 대의원은 투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했다”면서 “선수, 지도자, 심판 등 직군에 대해선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경기인 등록 시스템만 확인하면서 투표 의사가 없는 선거인단이 다수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가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작성하는 절차가 선거인단 분류에 따라 다르다는 점은 가처분신청 주요 쟁점이다. 체육단체 임원은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먼저 제출한 뒤 추첨을 통해 선거인을 확정했다. 선수, 지도자, 심판 등 선거인단은 일단 무작위 추첨을 거친 뒤 1월 7일부터 선거인 본인인증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본인인증절차 이후 실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인단 규모가 변동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선거인단에 대한 ‘보편적 선거권 침해’ 논란도 불거졌다. 선관위 위탁을 통해 실시되는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유권자들이 전국에 분포해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장 선거 투표소는 서울 송파구에 단 한 곳 설치될 계획이다. 또한 선거가 가능한 시간은 후보자 소견 발표 이후 2시간 30분(150분)으로 제한돼 있다. 선거 계획 곳곳에 투표 참여 제한 요소가 숨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신욱 후보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은 시간싸움이 될 전망이다. 1월 14일 투표 이전까지 법원이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단을 완료할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1월 10일 오후 심문기일을 잡았다. 가처분신청 관련 판단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체육 대통령’을 뽑는 선거 판도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처분신청을 낸 강신욱 대한체육회장 후보는 1월 10일 일요신문에 “체육이든 체육회장을 뽑는 선거든 결과만큼 중요한 것이 과정”이라면서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공정한 과정을 바탕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어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선거의 절차적 공정성을 배제하고 투표율이 낮추는 것이 특정 후보에 유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체육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대한체육회장 선거 선거인단 추첨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체육회가 선거인단 연락처가 맞는지조차도 확인하지 않고 선거를 졸속으로 진행하는 것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각종 체육단체 선거 시스템이 공정한 과정을 되찾는 쇄신에 돌입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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