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시범경기서 인정받아야 빅리그 로스터 진입…+2년 구단 옵션 걸린 건 아쉬워”
1월 4일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와의 계약을 발표한 김혜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현지 매체에서도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2루수 경쟁자인 개빈 럭스가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된 내용이 알려지면서 2025시즌 다저스 선발 명단 예상에 김혜성 이름이 거론될 정도다.
1월 7일(한국시간) 미 스포츠전문매체인 ‘ESPN’의 제프 파산 등 미국 현지 복수 언론이 LA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트레이드의 주인공은 김혜성의 가장 유력한 라이벌로 꼽힌 개빈 럭스다.
개빈 럭스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다저스의 지명을 받았고, 2019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다저스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개빈 럭스는 점차 경기 출전 기회를 늘리다 2022시즌 129경기 116안타 6홈런 42타점 타율 0.276 OPS 0.745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다 2023년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2024시즌 2루수로 활약하며 139경기 110안타 10홈런 50타점 타율 0.251 OPS 0.703을 기록했다. 개빈 럭스의 지난 시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이었고, 그래서인지 김혜성 계약 전부터 트레이드 소문이 나돌았는데 마침내 신시내티행이 결정된 것이다.
취재한 바에 의하면 김혜성과 에이전시인 CAA 스포츠는 LA 다저스와의 협상 과정에서 개빈 럭스의 트레이드에 대해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 측에서 내야 정리가 필요한 팀 상황을 설명하며 개빈 럭스의 트레이드를 언급했고, 그로 인해 김혜성의 출전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걸 어필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혜성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트레이드 된다면 LA 다저스에서의 생존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미국 매체인 팬사이디드는 2025시즌 LA 다저스의 예상 라인업을 소개하며 김혜성을 8번 타순에 올렸다. 팬사이디드는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무키 베츠(유격수)-프레디 프리먼(1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맥스 먼시(3루수)-윌 스미스(포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김혜성(2루수)-토미 에드먼(중견수) 순의 예상 라인업을 공개했다. 리드오프 오타니 쇼헤이부터 상위 타선 4명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라인업이다. 매체는 “김혜성은 상황에 맞게 뛰어난 타격을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ESPN은 김혜성의 예상 라인업 공개에 이어 첫 시즌 성적을 예측했다. ESPN은 ‘클레이대븐포트닷컴’의 분석 프로그램를 인용해 김혜성이 올 시즌 타율 0.270 9홈런 27도루 OPS 0.675를 해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김혜성의 미래가 마냥 순탄치는 않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계약 내용이다. 3+2년 계약에서 남은 2년은 구단 옵션이라 3년 보장 금액만 살펴보면 김혜성은 1년에 400만 달러 정도를 받게 되는데 LA 다저스에서 1년 400만 달러 규모는 절대 큰 금액이 아니다. 즉 선수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마이너리그로 내리거나 팀에서 내보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은 김혜성과 LA 다저스 계약에 대해 “전적으로 구단에 유리한 계약”이라면서 “차라리 +2년의 구단 옵션을 받지 말고 3년으로만 계약하는 게 선수한테 더 유리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혜성이 받는 40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에도 못 미친다. 2년 전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이 490만 달러였다. 한마디로 LA 다저스한테 400만 달러는 ‘껌값’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김혜성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력을 보인다고 해도 아쉬워하거나 손해 보는 계약이 아니다. 다저스의 선수단 운영을 보면 유망주로 꼽혔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로 내보낼 만큼 냉정한 면모를 보인다. 만약 김혜성이 3년 동안 굉장히 좋은 활약을 펼쳐 구단 옵션이 적용된다면 김혜성은 4년째부터 받는 연봉이 500만 달러밖에 안된다. 너무 구단 위주의 계약 내용이다.”
송재우 위원은 개빈 럭스의 트레이드 후에도 김혜성이 주전 2루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테일러, 미겔 로하스와 김혜성이 2루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크리스 테일러는 장타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타격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35세란 나이도 걸림돌이다. 미겔 로하스는 다저스 선수들 중 내야 수비가 가장 뛰어난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수비가 뛰어난 선수가 지난해 공격 부문에서도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김혜성이 이 두 선수보다 유리한 건 나이와 스피드다. 다저스가 30대 중반인 크리스 테일러와 미겔 로하스가 있음에도 김혜성을 영입한 건 젊은 나이와 빠른 발을 인정하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혜성한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는 굉장히 중요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거기서 인정받지 못하면 빅리그 로스터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송재우 위원은 그럼에도 김혜성한테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성이 시범경기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지 않는다면 개막전 로스터 진입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다저스 선수들 중 김혜성과 같은 유형의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도루가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지난해 다저스 라인업을 보면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하고는 도루하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이전에는 크리스 테일러와 무키 베츠가 도루를 많이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인지 지금은 도루 횟수가 줄어들었다. 김혜성은 빅리그 로스터에 진입해서 당장 주전으로 뛰지 못하더라도 대주자, 대수비, 대타로 출전 기회를 쌓으면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 벽을 넘어선다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활약한 김하성처럼 주전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김혜성과 LA 다저스 계약이 발표됐을 때 미국에서 활동 중인 에이전트 A 씨는 김혜성 계약 내용 중 3년 1250만 달러를 보장받은 건 그래도 좋은 조건이라면서도 +2년 구단 옵션이 걸린 걸 무척 아쉬워했다.
“김하성처럼 상호 옵션이거나 선수 옵션으로 계약했다면 부담이 덜했을 것이다. 구단 옵션이라고 해도 +2년 연봉을 아주 높게 책정했어야 한다. 지난 시즌 다저스에서 활약한 키케 에르난데스의 2024년 연봉이 400만 달러였다. 그 선수는 내야 전 포지션과 중견수, 좌익수까지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다저스는 김혜성에게 키케 에르난데스 정도의 활약을 기대할 것이다.”
에이전트 A 씨는 김혜성이 LA 다저스란 월드시리즈 우승 팀을 선택한 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저스 선수들 중 4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선수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기 어렵다.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딛는 선수라면 주전 기회가 더 오픈돼 있는 팀을 선택하는 게 좋았을 텐데 그 점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던 김하성도 2021시즌 초반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주전 자리는 언감생심이었고 대타, 대수비로 기회를 늘리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2년 차 때 다른 선수들의 부상과 사생활 문제가 겹치며 김하성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김하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실력을 인정받으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에이전트 A 씨는 김혜성이 김하성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지만 구단 뎁스와 팜이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매일 시합에 나가던 선수가 일주일에 서너 경기 출전하거나 그것도 대타로 나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부담감은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김혜성이 주연이 아닌 조연 역할만 충실히 해내도 다저스에선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인정해준다. 선수 몸값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면 말이다.”
한편 김혜성과 LA 다저스의 계약을 지원한 LA 다저스 한국 담당 국제 스카우터 딘 킴 씨는 다저스가 김혜성과 포스팅에 나선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가 김혜성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봤다. 나 또한 한국에서 김혜성 경기를 챙기며 열심히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했다. 김혜성이 시즌 종료 후 에이전시 CAA스포츠가 마련한 LA 훈련장에서 연습했는데 마침 거기 계신 코치들을 우리 구단도 잘 알고 있고, 다저스 선수들도 그 훈련장을 이용하고 있어 김혜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체크할 수 있었다. 그 점이 크게 작용했다.”
김혜성은 이번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5개 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다른 팀과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LA 다저스는 김혜성의 선택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봤을까. 딘 킴 씨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한다.
“김혜성이 갖고 있는 툴과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는데 다저스도 그에 맞는 제안을 한 터라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다. 물론 다른 팀에서 선수 측에 어떤 규모의 오퍼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선수의 선택을 믿고 기다렸다.”
LA 다저스에서 김혜성한테 기대하는 건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그러나 김혜성은 최근까지 2루수로만 활약했다. 김혜성은 1군 무대에서 3루수로 단 19경기, 95이닝만 소화했다. 유격수에서 284경기 1924이닝을 뛰었다. 하지만 송구 능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는 유격수, 3루수로서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딘 킴 씨는 이와 관련된 지적에 대해 “선수를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수비만 잘한다고 인정받지 못한다. 공격이 앞서 나가야 한다. 김혜성은 기본적으로 파워가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어차피 장타 욕심을 내기 어려운 스타일이라 빠른 발을 이용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이정후는 지난해 시범경기에서부터 공을 골라내는 선구안을 발휘했는데 김혜성이 타석에서 인내심을 갖고 공을 골라낼 줄 아는 능력을 보일지도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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