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사업 부진, 메모리 경쟁력도 약화…저가 매력과 밸류업 호재 제한적일 전망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핵심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비메모리 사업의 실패다. 증권가의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만 2조 원 이상 적자를 내 2023년 이후 2년간 적자만 8조 원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지난 12월 초 발표한 3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는 9.3%로 전분기(11.5%)보다 2%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매출도 12.4%나 줄었다. 대만 TSMC는 62.3%에서 64.9%로 점유율을 높이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렸다. 특히 3위인 중국의 SMIC는 5.7%에서 6%로 점유율을 확대한 것은 물론 매출액 증가율까지 주요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14.2%를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투자를 했는데 장사는 더 안 됐던 셈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비메모리에 진행된 막대한 투자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셈”이라며 “이제 더 급한 것은 본진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선두와의 격차를 어떻게 좁히느냐”라고 지적했다. 비메모리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면서 주력 사업이었던 메모리 부문의 경쟁력까지 약해졌다는 뜻이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칩에 들어갈 HBM 개발이 늦어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진단이다. 이를 입증하듯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북미가전쇼(CES)에서 “삼성전자 HBM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다”면서도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일침을 날렸다.
전문가들은 HBM 기술 경쟁력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줄이고 못하다고 있다는 사실을 젠슨 황이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젠슨 황 CEO는 자사 게임용 칩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삼성전자가 아닌 마이크론으로 착각하기까지 했다. 삼성전자로서는 굴욕이다. 영토 확장 원정에 나섰다 크게 패해 본국까지 위태로워진 모양새다.
그렇다고 휴대전화나 가전 등 비반도체 부문 실적 역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애플과 LG전자 등 동종업계 경쟁사들도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대부분의 전문기관들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대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휴대전화나 가전제품 교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그나마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저가 매력과 밸류업이다. 삼성전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역사적 저점인 0.8배까지 떨어졌다. 주가수익비율(PER)도 10배마저 위태롭다. 올해 매출과 이익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크고, 부진한 실적도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투자자들이 저가 매력에 주목할 때가 됐다는 관측이다. 실제 외국인 매수가 집중되며 새해 들어 지난 1월 9일까지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5.5%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5.1%를 조금 앞선다.
지난해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가운데 주가가 하락한 곳은 인텔(-60%)과 삼성전자(-32.2%)밖에 없다. 반도체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이 크게 낮아진 만큼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비중 조정을 위해 일정 부분 주식을 사들일 여지도 있다. 하지만 비중 조정을 위한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서만 17.9% 오르며 삼성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한 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도 변수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면 고질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유발했던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다. 현 정부는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국회 탄핵소추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다면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
신흥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던 인도 증시가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코스피 밸류에이션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기대로 신흥시장 투자자금 중 일부가 코스피에 대한 저가 매수에 나서 자금이 유입된다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수혜를 누릴 만하다.
부진한 것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삼성그룹의 주력인 전자부문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의 늪에 빠졌고 삼성전기도 이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단기간에 실적부진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것이 증권가의 예상이다.
삼성SDI 주가는 2021년 고점(82만 8000원) 대비 70% 이상 폭락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2022년 고점(62만 9000원) 대비 57%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더 비참한 모습이다. 2021년 22만 30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기 주가도 현재 13만 원을 밑돌며 거의 반토막이 났다. 그나마 경쟁사인 LG이노텍 주가가 16만 8000원으로 고점(41만 4500원) 대비 40%인 것보다는 나은 모습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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