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티브’ 인수 이후 부채 가중, 재무구조 개선 기대…KCC “실리콘, 진행 중인 사업이라 판단 어려워”
KCC는 지난해 12월 24일 토지와 투자 부동산 등 1조 7427억 원 규모의 자산을 재평가하기로 결정했다. 평가는 중앙감정평가법인이 맡았다. KCC 측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자산의 재평가를 거쳐 실질가치를 반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계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자산재평가를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KCC와 같이 지배구조 최상단에 놓인 회사는 자산재평가 실시에 소극적”이라면서 “자산재평가를 통해 기업 규모가 커지면 주가 상승요인이 될 수 있는데 향후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승계 작업을 진행할 때 비용이 더욱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재무구조 개편 작업이 절실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몇 년간 KCC의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 원인으로 정몽진 회장 주도로 2019년 진출한 글로벌 실리콘 사업이 거론된다. KCC는 수조 원 규모의 현금을 투자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당시 KCC는 MOM홀딩컴퍼니를 설립해 글로벌 실리콘 점유율 3위 수준인 모멘티브를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차입금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KCC는 인수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1조 1348억 원을 투입해 MOM홀딩컴퍼니 지분 60%를 확보하고, 나머지 지분 40%는 SJL파트너스와 만든 사모투자 합작회사 MOM PEF를 통해 매입했다. 그 과정에서 KCC는 채무보증을 통해 모멘티브의 1조 923억 원 규모의 채무까지 떠안아야 했다.
기대와 달리 글로벌 실리콘 사업은 부진했다. 모멘티브의 실적이 반영된 MOM홀딩컴퍼니는 인수 후 매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555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시작으로 2020년 718억 원, 2021년 180억 원, 2022년 130억 원, 2023년 305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MOM홀딩컴퍼니의 2021년 이후 당기손익에는 모멘티브의 자회사로 편입된 KCC실리콘의 실적까지 반영됐다. KCC실리콘은 2021년 475억 원, 2022년 745억 원, 2023년 35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룹 차원에서 KCC실리콘을 MOM홀딩컴퍼니의 밑으로 편입시키며 지원사격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 영향으로 KCC의 부채 규모는 2018년말 3조 2240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조 3920억 원으로 160.2% 확대됐다. 부채비율도 2019년 110.6%를 기록한 이후 2020년 135.3%, 2021년 139.5%, 2022년 136.3%, 2023년 145.1%, 2024년 9월 164.1%로 상승세다. 부채가 급증하면서 이자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KCC는 지난해 이자비용으로 2546억 원을 지출했다. 이는 2018년 607억 원 대비 약 319.4% 증가한 수준이다.
KCC는 지난해 모멘티브를 지원하기 위해 1조 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 우선 SJL파트너스의 자금을 되돌려 주는데 4000억 원대의 비용이 발생했다. 당초 KCC는 SJL파트너스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지난해 5월까지 미국 시장에 상장하기로 약속하고 만약 기한 내 상장에 실패하면 SJL파트너스에게 모멘티브 지분 동반매도요구(드레그얼롱) 권리를 부여했다. KCC는 SJL파트너스가 드레그얼롱을 행사하기 전에 MOM PEF의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받아 SJL파트너스의 권리 행사를 방어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모멘티브가 약속된 기한 내에 상장에 실패하자 KCC는 MOM PEF가 가지고 있는 MOM홀딩컴퍼니 지분 전부를 되사들여 MOM홀딩컴퍼니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때 발생한 비용이 4059억 원가량이다. 지난해 12월에는 MOM홀딩컴퍼니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5578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KCC는 글로벌 실리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9500억 원을 웃도는 비용을 사용한 셈이다.
지난해 KCC의 글로벌 실리콘 사업은 적자 가능성이 있다. KCC는 지난 4월 모멘티브의 부채 5578억 원을 상환하면서 매년 400억 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보면 총 1조 원가량의 부채가 있는 모멘티브는 매해 800억 원에 가까운 이자비용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분기까지 실리콘 사업 부문 누적 영업이익은 470억 원이다. 만약 4분기 실리콘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300억 원을 넘어서지 못하면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올해도 실리콘 사업 부문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
KCC 관계자는 “자산재평가를 거치면 자산과 자본 증대 효과를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실리콘 사업과 관련해서는 “KCC의 미래먹거리 사업인 KCC실리콘 사업은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평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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