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신 이상식 “메신저 역할” SNS 글 논란…국민의힘, 직권남용 혐의 검찰 고발 등 공세
내통 논란은 이상식 민주당 의원이 1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이 의원은 자신이 민주당과 국수본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적었다. 이 의원은 “어제만 해도 무지 바빴다”며 “체포영장 만기를 하루 앞두고 저희 당과 국수본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하느라 전화기에 불이 나고 회의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저녁이나 내일 체포영장이 나오면 다시 폭풍 같은 날이 이어질 것”이라며 “국수본과 경찰 후배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조언해서 내란수괴 윤석열을 반드시 체포할 것”이라고 했다.
1월 8일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의원이 ‘사실상 민주당과 국수본 간의 불법 내통 정황을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은 “이상식 의원은 국수본의 누구와 전화하고 회의를 했는지, 지금 즉시 밝히기를 바란다”며 “국수본도 위법·무효 논란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 시도를 포함해 지금까지의 모든 편향적·탈법적 행태가 사실상 민주당의 지시와 지침으로 이뤄진 것인지, 또한 국수본 간부 중 누가 이상식 의원과 불법 내통했는지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사퇴를 촉구했다. 김종양 김상욱 배준영 이달희 이성권 정동만 조승환 조은희 의원은 이상식 의원이 ‘오늘 저녁쯤 체포영장이 다시 나온다’고 적었고, 실제로 같은 날 저녁 체포영장이 재발부됐다고 짚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청부와 청탁에 국가수사본부와 공조수사본부가 응답해 왔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어 “이 의원과 내통자는 변호사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등으로 사법처리 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언제부터 누가 내통해 왔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도 가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월 8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민주당과 국수본 수사내통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이 경찰과 내통해 사실상 국가수사본부를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백했다”고 했다.
여권은 경찰 출신인 이지은 민주당 서울 마포갑 지역위원장 글도 문제 삼았다. 이 위원장은 1월 6일 페이스북에 경찰특공대, 특공대 장갑차, 기동대 버스, 드론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담긴 ‘윤석열 체포 방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권 원내대표는 이 글을 두고 “이 역시 민주당이 경찰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지금 민주당은 국정 혼란을 틈타 경찰 일부 인사와 내통하면서 대한민국 경찰을 정치경찰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월 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만약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지휘를 받아 대통령 체포 작전에 나서고 있다면 이야말로 심각한 국헌 문란 행위”라며 “(이상식 의원이) 체포영장 발부·집행 시점까지 적어놨는데, 경찰은 물론 법원까지 내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1월 9일 이상식 의원과 신원을 알 수 없는 국수본 관계자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이들을 직권남용, 청탁금지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이상식 의원은 경찰대 5기로 경찰청 정보국장과 부산경찰청장을 거쳤고, 스스로 ‘민주당과 국수본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하느라 전화기에 불이 나고 회의가 이어졌다’고 했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려고 민주당과 경찰의 내통 사실을 실토해 놓고 문제가 되자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황급히 지웠다. 범인이 증거 인멸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 논란을 지렛대 삼아 국수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앞서 국민의힘은 1월 6일 국수본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 출신인 ‘친윤계’ 이철규 의원은 우종수 본부장에게 “훗날을 생각하라”는 ‘반협박성’으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본부장은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철규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1월 9일 국민의힘 행안위 소속 의원들과 경찰 출신 의원들은 다시 국수본을 찾았다. 이들은 우 본부장에게 민주당과 국수본 내통 의혹과 관련된 질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종수 본부장은 “연락을 나눈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함께 배석한 국수본 기획과장은 “필요하다면 감찰까지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식 의원은 1월 9일 오전 10시 국수본 메신저 논란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잠정 보류한다고 공지했다. 이 의원은 올렸던 글은 현재 페이스북과 블로그에서 모두 삭제된 상태다.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개별 의원 차원에서 내통이 아닌 소통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명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월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내통이 아닌) 소통이 맞겠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오해받을 수 있는 그런 표현들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며 “여당 의원이나 야당 의원이나 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에 있는 분들하고 소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상식 의원은 기자회견을 취소했고, 민주당은 아무런 해명도 없다”며 “민주당은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며,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사건의 본질에 침묵하면서 상대 당 의원을 윤리위 제소하는 것은 옳은 처신인가”라고 되물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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