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편성권 침해’ 비판 일자 보조금 감액 조항 추가, 7월 1일 시행 못 박아…부정 결제 문제엔 침묵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과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긴급 추경을 실시해 내수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월 14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내란 사태의 장기화로 소비동맥 곳곳이 막혔다. 소비 위축에 고환율, 고유가까지 겹치면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될지 모른다. 힘겨운 내수 시장을 심폐소생하기 위해선 추경이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예산의 조기집행만 되뇌고 있다. 예산의 총량, 총 지출에 변화가 없는데 어떤 효과가 있겠냐. 민생회복지원금과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긴급 추경으로 소비 심폐소생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1월 7일부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소속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에 대한 공동발의 서명 절차에 들어갔다. 지역화폐 운영에 필요한 정부의 재정·행정 지원을 ‘재량’에서 ‘의무’로 바꾸는 것을 그 골자로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매년 지역화폐 운영에 필요한 보조금 예산의 신청을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아 예산요구서에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법 시행 시기는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에서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으로 못 박았다.
지역화폐법은 민생지원금법과 함께 이른바 ‘이재명표’ 대표 법안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정책위와 원내지도부 협의를 거쳐 당론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016년 성남시장 시절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한 이후 주요 정치 무대마다 해당 정책들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이던 2020년 당시 재난지원금 보편 지원을 추진하면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선별 지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그렇게 ‘이재명 대망론’이 탄력받기 시작했다.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은 2021년 대선에 이어 2024년 총선에서까지 내건 공약이다.
앞서 2024년 9월 민주당은 지역화폐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왔고, 2024년 10월 재표결에서 의결정족수(200석 이상)에 미달해 부결 및 폐기됐다. 당시 정부·여당은 지역화폐 개정안이 지역화폐 발행을 강제하는 등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대통령령에 따라 지자체의 재정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해 보조금 신청 내용을 감액 반영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번 개정안에 추가했다는 입장이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조율에 따라 보조금을 인상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정안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1월 14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이재명 대표의 지역화폐 포퓰리즘 공략을 위한 ‘이재명 대선용’ 추경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결국 이 대표의 목적은 지역화폐를 통한 현금 살포 ‘포퓰리즘’뿐이다. 머릿속에는 온통 대통령 선거 플랜뿐, 국가 경제에 대한 고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현 경제 상황에서 막대한 재원 소요되는 지역화폐법을 추진해야 하냐는 의문이 곳곳에서 나온다. 1월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1월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4년 1~11월 누계 기준 81조 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세수 결손이 약 30조 원으로 예상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정부의 당초 전망인 91조 6000억 원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생회복지원금이 경제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코로나19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 가능 업종에서 재난지원금을 통해 증대된 카드매출액은 정부가 투입한 예산 14조 원의 26.2~36.1% 수준인 총 4조 원 규모에 그쳤다. 이에 KDI는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취약계층에 집중해서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보고서에서 김미루·오윤해 연구위원은 “매출 감소 피해가 큰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미미했다”며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수집·분석함으로써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 결제 예방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지급한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에서 발생한 부정결제 문제는 여전히 해결 안 된 상황이다. 2020~2021년 사용 제한 업종인 일부 업체에서 부정 결제된 재난지원금만 약 773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단독] 재난지원금 부정 결제 773억 원…지역사랑상품권도 들여다봐야).
일요신문은 2024년 7월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국회 행안위 소속인 박정현 신정훈 윤건영 이광희 이상식 이해식 윤건영 채현일 민주당 의원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게 지역화폐 및 민생회복지원금 부정결제 관련 우려에 대해 질의했다. 해당 의원들은 모두 어떤 의견도 밝히지 않으며 침묵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지역화폐법 개정안과 민생회복지원금 재추진에 나섰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
두 달째 산 넘어 산…버티는 윤석열 '탄핵 정국' 어디로 가나
온라인 기사 ( 2025.01.10 16:35 )
-
학계에서도 갑론을박…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내란죄 철회’ 공방
온라인 기사 ( 2025.01.10 16:02 )
-
자백과 다름 없다? 민주당-국수본 내통과 소통 사이
온라인 기사 ( 2025.01.10 1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