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시장 참여자에게 부동산을 인식하는 ‘의제(agenda)’와 ‘틀(frame)’을 제공한다. 먼저 특정한 이슈에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능력이 바로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이다. 평소 집값에 관심이 없거나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도 언론의 집값 보도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는다. 어느 한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면 자기도 모르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는 궁금증 속에 눈길이 가는 것처럼 말이다. 심리학적으로 계속 강한 자극을 주면 그 자극이 대단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현저성 편향 (Salience bias)’이 나타난다.
어떤 이슈가 연일 신문이나 방송에서 톱뉴스로 다뤄지면 진짜 중요한 사건인 것처럼 느껴지고 다른 뉴스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당연히 언론 보도 건수와 대중의 관심은 비례할 것이다. 결국 계속된 집값이나 전셋값 상승 보도로 말미암아 부동산 시장의 이슈나 상황을 파악하는 강력한 틀이 만들어지고, 시장 참여자들은 그 틀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걸까, 아니면 가격이 오른 사실을 사후 보고하는 중계 기능에 그치는 걸까.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론이 어떠한 형태로 든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바로 가격과 거래량의 진폭(변동성)을 확대하는 기능을 한다. 언론이란 옆 사람에게 하는 속삭임이 아니라 마이크에 대고 소리치는 외침 같은 것이다. 그래서 언론은 집값이나 전셋값이 오를 때에는 더 오르게 하고 내릴 때에는 더 내리게 한다.
대부분의 부동산 기사는 ‘집값이 이런저런 이유로 상승했다’는 사실 자체만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열 분위기이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등의 주의(注意) 코멘트를 덧붙인다. ‘신중’은 집을 사지 말라는 신호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승’에만 신경을 곤두세울 뿐 ‘신중’은 애써 무시한다. 집값 상승 뉴스는 아무리 신중을 강조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시장 과열에 한몫 거든 꼴이 된다.
물론 언론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이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부산에 사는 자영업자 A 씨는 2023년 서울 아파트 값이 급락했다는 인터넷 뉴스를 보고 해당 중개업소를 찾았다. 서울에 살고 있는 큰아들이 집이 없는데 가격이 많이 떨어진 시점이 집을 사주기에 좋을 때라는 생각에서다. A 씨는 “뉴스가 아니었다면 부산에서 서울 아파트 값 소식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 폭락”이라는 기사가 나오면 해당 주민들은 동요한다. 하지만 A 씨처럼 외지에서 시세를 지켜보던 대기 매수자들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저가 매수세에 나선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 얘기하는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점 매수 움직임은 가격이 한참 떨어지고 난 뒤에나 일어난다. 말하자면 언론의 정보 전달에 의한 자율 조정 기능이 작동하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언젠가는 제자리로 되돌아가겠지만 시장은 그사이에 큰 비용을 치른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에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부정확한 정보를 여과하고 시장에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폭락이나 폭등 같은 쇼킹 제목이라도 줄였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렇게 된다면 수요자들의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대응을 할 것이고 그만큼 시장 변동성을 유발하는 쏠림현상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테니까.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