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100억 수준이지만 미래가치 1900억 인정…LS전선 “지배주주와 무관, 가치만큼 지분 출자 결정”
LS전선은 지난해 11월 가온전선에 미국 배전케이블 생산법인 LSCUS(LS CABLE & SYSTEM U.S.A.) 지분 82% 전부를 현물출자하기로 했다고 19일 공시했다. 가온전선은 LSCUS 지분을 양수하는 대가로 668만 4736주를 신주 발행해 LS전선에 교부한다. 해당 지분 가치는 2041억 원으로 1주당 3만 542원으로 책정됐다.
LSCUS는 LS전선과 가온전선이 각각 지분 82%, 18% 지분을 출자해 2017년 설립됐다. 가온전선은 이번 지분 양수로 LSCUS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 LSCUS 지분 양수일자는 오는 2월 28일이다. 출자 후 LS전선의 가온전선 지분율은 77.91%까지 확대된다.
가온전선은 LSCUS 자회사 편입으로 미국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전력청 발주 전력망, 플랜트 분야 등 사업을 확장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당시 정현 가온전선 대표는 "현지 수요에 맞춘 제품 개발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이번 인수를 글로벌 시장 진출의 중요한 발판으로 삼아,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물출자를 위해 LSCUS의 기업가치를 산정한 결과,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순자산(자산-부채)은 666만 2000달러였다. 1월 14일 환율(1464.1원)을 적용하면 97억 5383억 원 수준이다. 2021~2013년 LSCUS는 완전 자본잠식 상황이었다. 이 기간 자본총계를 보면 2021년 마이너스(-) 154억 원, 2022년 -165억 원, 2023년 -88억 원 등을 기록했다.
2000억 원이 넘는 가치 중 1900억 원가량은 영업권 포함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가치다. 삼일회계법인은LSCUS의 2025~2029년 실적을 추산했는데, 이 기간 추정 영업이익률은 8.06~9.42%다. 이는 LS전선과 가온전선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 4.47%, 2.8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거래로 가온전선은 미국 시장 내 공략을 주도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다른 측면에서 이득을 본 것은 지배주주 일가다. LS전선의 경우 지배주주 일가가 92.64%(LS 92.31%, 그외 지배주주일가 지분 0.33%)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상장사인 가온전선은 모회사 LS전선이 48.7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지분 매입으로 지분율을 크게 늘린 셈이다.
이번 현물출자에서 LSCUS의 기업가치 평가를 맡은 삼일회계법인 측이 제시한 세전영업이익 추정으로 계산하면 LSCUS의 인수가격에 수긍이 가는 대목도 있다. 삼일회계법인 측이 제시한 추정 영업이익은 2025년 250억 원, 2026년 275억 원, 2027년 333억 원, 2028년 377억 원, 2029년 394억 원 수준이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LSCUS이 제시한 사업계획 등 제반 가정의 합리성과 기초자료의 타당성을 평가했다”면서 “이를 근거로 LSCUS의 가치를 평가해 주식양수 거래 가격에 대한 참고자료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평가 기관이 내놓은 추정치대로 이익이 늘어나면 지분 가치가 2000억 원이라는 평가가 그렇게 비싸 보이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한 회계사는 “(기업인수합병 추진 시)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기업실사를 요청하는 쪽이 매수 희망자인지 매도 희망자인지에 따라 요구사항이 다르다”면서 “이들이 원하는 미래 기업 가치 평가 모델을 적용하면 기업의 가치에 변화를 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식 전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변호사)은 “시장성이 있는 독점적 기술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순자산의 10배 넘는 가격에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특히 해당 거래는 지배주주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회사가 지배력이 낮은 회사에 순자산 대비 10배 넘는 고가에 지분을 넘긴 거래라 일반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돼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LS전선 관계자는 “LS전선과 가온전선의 현물출자 거래는 지배주주와는 무관하다”면서 “LSCUS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턴어라운에 성공했고 미국에서 해저케이블을 비롯한 여러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 미래 성장성도 밝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가온전선의 주가는 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제 가온전선이 오는 3월 LS전선에 교부하는 신주를 상장하면 대규모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이번에 발행하는 신주 668만 4736주는 기존 전체 지분 985만 8379주의 67.8% 수준이다. 신주의 보호예수 기간은 1년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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