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53.87% 예상보단 저조…선거인 그룹 순서로 진행 “비효율적” 비판, 절차 두고 뒷말
#선거는 예정대로
투표 전날까지도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선거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1월 8일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로 출마한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가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선거 진행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까닭이었다(관련기사 [단독] 축구협회에 이어? 강신욱 후보, 대한체육회장 선거 진행 금지 가처분신청 예고). 서울 동부지방법원은 속전속결로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동부지법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선거 일정이 차질을 빚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법원의 가처분신청 기각이 다소 의외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한 체육 지도자는 “대한축구협회 가처분신청과 상당히 유사한 케이스여서 선거 일정에 변동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것이란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장과 대한체육회장 선거 진행 중지 가처분신청은 비슷한 듯 다른 요소가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의 경우 대한축구협회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선거인데,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동부지법이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는 선거라는 요소를 근거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탁 선거이기 때문에 법원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법적 분쟁 소요를 차단한 셈”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관이 맡는다”면서 “동부지법에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주요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선거 막판 주요 변수로 여겨졌던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서, 선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선거 시스템 공정성 이슈가 제기되면서, ‘반 이기흥 표심’ 결집이 이뤄질지 여부가 선거 판도를 좌우할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투표하러 1박2일
1월 14일 정오 즈음부터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홀 정문 앞에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선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선거인 비표를 받는 절차가 진행되는 지점 바로 근처에서 막판 표심이 결정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자 캠프 관계자들이 막판 표심 결집에 주력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서울에만 투표소가 설치된 데에 대한 불만도 거론됐다. 일부 선거인들은 “선거 전날 가처분신청 결과를 보고 서울에 올라왔다”면서 “1박 2일 일정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선거인들의 불참 소식을 알리는 목소리도 들렸다. 투표율이 60%는 넘기지 않겠느냐는 낙관론과 투표율이 60% 미만일 것이라는 비관론이 교차했다.
같은 광역 지자체 소속 체육회 관계자들이나 같은 종목단체 관계자들이 곳곳에 모여 입장을 대기하고 있었다.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투표 전인 만큼 묘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2025년에 체육관 선거?
투표는 오후 2시 40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거인단은 8개 그룹으로 나뉘어 1~8선거인 순서로 투표를 진행했다. 이런 절차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한 선거인은 “왜 선착순이 아니라, 선거인 그룹에 따라 순서대로 선거를 진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비효율적인 한국 체육계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선거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25년에 벌어지고 있는 ‘체육관 선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거인은 “투표장에 오기는 왔는데 오후에 다른 공식 일정이 있어서, 투표에 참여하고 귀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경기 일정이 겹쳐서 투표에 참석하지 못하는 선수, 지도자, 심판들도 적지 않다”면서 “동호인들의 경우엔 연차까지 내고 투표에 참여할 만큼 관심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미리 모여 있던 선거인들은 오후 4시 이전 대부분 투표를 마쳤다. 오후 4시 이후엔 시시각각 도착한 선거인들의 투표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총 투표자 수가 1100~1300표 정도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락을 가르는 기준으로 ‘400표’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최종 투표율은 53.87%로 집계됐다. 총 1209명의 선거인이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표를 던졌다. 예상보다 저조한 투표율이었다.
#투표 후 캠프 기류
이번 선거 최대 쟁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연임 여부였다. ‘반 이기흥 진영’에서 5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완전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최대 변수로 꼽혔다. 표심이 사분오열할 것인지, 아니면 교통정리가 될 것인지를 두고 선거인들도 확신을 하지 못하는 양상이었다.
다만 ‘반 이기흥 정서’가 지난 선거보다 강해진 현상은 두드러졌다. 선거에 참여한 한 체육단체 관계자는 “지난 선거 때는 이기흥 회장 지지율을 40% 이상으로 봤고, 실제로 40%를 상회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면서 “이번에는 이 회장이 30% 지지율을 사수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지방에서 이 회장에 대한 민심 변화가 심상치 않다”면서도 “도전자들 사이 단일화가 불발되면서 선거 결과는 그야말로 깜깜이인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선거인단이 특정된 선거다. 선거 특성에 따라 각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속된 표’가 ‘실제 득표’로 이어지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몇몇 캠프에서 400표 이상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중립 성향이 강했던 선거인들이 ‘비밀투표’ 원칙을 확고히 세운 가운데, 각 후보 캠프에서 돌린 확인 전화를 우호적으로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후 5시 10분 투표가 종료된 뒤 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올림픽홀 참관인석 분위기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꽃다발 등장한 유승민 측
개표가 진행되는 도중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한 광역지자체 체육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올림픽홀 밖으로 나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3선 연임이 무산됐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란 이야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승민 후보가 당선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유승민 당선인 캠프 관계자들이 꽃다발을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각 캠프 관계자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심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400표에 못 미치는 379표를 얻었다. 이 회장 득표수가 공개되자 몇몇 인사들이 줄지어 올림픽홀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유승민 당선인 득표수가 공개됐다. 417표라는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때 본격적으로 참관인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올림픽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강태선 후보와 강신욱 후보 득표수가 공개된 뒤엔 해당 캠프 관계자들의 탄식 소리가 들렸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기흥 회장이 3선을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한 선거인들 사이에서 ‘당선될 후보를 찍자’는 심리가 투표 결과로 강하게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립 성향 스윙보터가 거의 대부분 유승민 당선인을 찍는 쏠림 현상이 대이변을 만들었다”고 바라봤다.
#낙선 이후 사라진 후보들
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행사 사회자는 “다시 한번 6명의 대한체육회장 후보들을 무대 위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무대로 등장한 건 두 명뿐이었다. 유승민 당선인과 강신욱 후보였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무대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강태선 오주영 김용주 등 나머지 후보들도 선거 결과 발표 이후 무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유일하게 무대에 오른 낙선자 강신욱 후보는 유승민 당선인과 포옹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 체육인은 “결과야 어찌됐든 간에 대한체육회장 후보로 나설 정도 유력 인사들이라면, 결과에 승복하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낙선한 대부분 후보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은 부분이 ‘스포츠 정신’과 맞닿아 있는지는 다시 한번 곱씹어볼 부분”이라고 했다.
유승민 당선인은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해 체육계와 국민의 변화 요구에 화답할 것”이라면서 “정부와도 협력적으로 체육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유 당선인의 소감 발표로, 치열했던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마침표를 찍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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