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이탈·보수 결집, 민주당 ‘뚝’ 국민의힘 ‘쑥’…이재명 사법리스크 탓 민주당 강공전략 부작용 지적
#민주당, 지지율 흡수 실패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월 9~1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에게 지지하는 정당을 물어 본 결과, 국민의힘은 40.8%, 민주당은 42.2%였다. 일주일 전 같은 조사에서 10.8%포인트(p)였던 양당 지지도 격차는 2024년 9월 셋째 주 이후 16주 만에 오차범위 내인 1.4%p로 좁혀졌다. 특히 차기 대선에서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를 택한 의견은 52.9%로 전주보다 5.6%p 하락했다.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을 선택한 답변은 41.2%로 전주 대비 6.4%p 상승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5.9%였다.
한국갤럽이 1월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36%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3주 전과 비교해 국민의힘은 10%p 올랐고 민주당은 12%p 떨어졌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은 찬성 64%, 반대 32%로 집계됐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과 비교하면 11%p가 찬성에서 반대로 선회했다. 주관적 정치 성향별 탄핵 찬성 기준으로 보면 진보층은 97%에서 96%로 1%p 낮아져 한 달 전과 비슷하다. 반면 중도층은 83%에서 70%로 13%, 보수층은 46%에서 33%로 낮아졌다. 중도층이 이탈하고, 보수층이 결집하며 3주 만에 거대 양당 구도가 비상계엄 이전으로 되돌아간 모양새다.
한국갤럽 측은 “그동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 국회의 탄핵소추안 내용 변경 관련 공방, 수사권 혼선과 체포영장 집행 불발 등 난항 속에 진영 간 대립이 한층 첨예해졌다. 이는 기존 여당 지지층의 정권 교체 위기감을 고취하는 한편, 제1야당에 힘 실었던 중도·진보층의 기대감을 잦아들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초기 여당 지지도 낙폭이 크지 않았고,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시종일관 유지하며 분당 조짐이 없었던 점 또한 8년 전 탄핵 정국과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탈 보수층 및 중도층이 민주당 강공 일변도에 비토 의사를 표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자 민주당에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분위기다. 1월 10일 ‘친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여당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라면서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현 국면을 해결하고 국정 안정과 경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데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통령이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여당과 문제 해결 과정에서 적극적인 대화를 저희가 하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원조 친명계’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이 지속되는 것으로부터 오는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민주당도 적절하게 이 문제를 관리해 나가는 부분들이 좀 부족했던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의 문제 등 과도하게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절제하고, 전략적 인내를 통해서 국민의 목소리도 잘 듣고, 더 큰 위험으로 나가지 않게끔 관리하는 것도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박근혜·윤석열’ 탄핵 정국 뭐가 다른가
국민의힘은 “우리가 잘해서 오른 게 아니다”라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1월 13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탄핵 폭주, 특검 중독, 국가 핵심 예산 삭감으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이재명 세력에 맞서 싸우며 올바른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절규 어린 호소”라며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겸손한 자세와 신중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야당의 내란·외환 특검법에서 외환죄 위반,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내 이탈표 방지를 자체 특검법 발의 이유로 들었지만,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전략기획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외연 확장에도 시동을 걸었다.
1월 14일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2016년(박근혜 탄핵 정국)을 계속 반추해 보는 거다. 그때 대통령 지지율, 새누리당 지지율이 워낙 많이 떨어졌었고 흔들렸었다”며 “사실 탄핵은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될 상수로 보는 것 같은데 문제는 조기 대선에서 괴멸하지 않으려면 당시에 흔들렸던 모습은 보이면 안 된다. 그렇게 판단을 하고 전략적으로 승부수를 계속 던지고 있는 건데 그게 먹히고 있다고 봐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인해 민주당이 성급하게 내란죄 수사 및 탄핵심판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도 지지율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1월 14일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대표는 대선 조급증이 있다면 대통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야 한다. 그런데 되게 뭔가 불안하고 쫓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이해를 할 수 없다. 이건 결국은 이 대표의 재판 말고는 다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민주당은 민심을 못 따라가서 답답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현재는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재판은 원칙에 따라 진행되면 5월 안에 확정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2024년 11월 15일 이 대표는 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현행법에 따라 2025년 2월 15일 전 항소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면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선거법은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안에 재판이 마무리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재명 대권’ 행보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진다. 한국갤럽이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발표한 2024년 12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인 11월 4주차보다 8%p 하락했지만, 2016년 탄핵 정국 때만큼 지지도 낙폭이 크지는 않았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지지도는 2016년 4월 총선 직후부터 10월 초까지 29~34%였으나, 국정농단 사태 이후 12%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은 “탄핵 가결 전후 새누리당 지지도는 거의 변함없었고, 제1야당이던 민주당 지지도는 가결 후 추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민주당’과 달리 ‘이재명 민주당’은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월 13일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박근혜 탄핵 당시) 중도층이나 보수층 일각에서도 1당과 3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대안세력으로 봤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이건 야당으로 넘어가도 된다 이런 생각이 좀 있었다”며 “지금은 뭐가 다르냐 하면 상황이 이렇게 된 데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계속 탄핵을 하고 일방적으로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였다. 이런 거에 대한 공동 책임론이 좀 있다. 지금 1, 3당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중도층이나 보수층에서는 대안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내란 혐의로 전격 체포되면서 이후 여론의 변화도 귀추가 주목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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