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와 S.E.S 필두 ‘K-팝 문화’ 만들어…스파르타식 트레이닝과 노예 계약 등 논란 이어져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잡음도 적잖다. 스파르타식 트레이닝 방식은 여전히 논쟁적 주제이고, ‘노예 계약’ 문제도 수차례 불거졌다. 30주년 공연을 앞두고 몇몇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이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SM엔터가 진두지휘한 K-팝 시장의 명과 암을 짚어본다.
#K-팝의 출발선
SM엔터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1995년 이 회사를 설립했고, 이듬해 1월 H.O.T.가 데뷔했다. ‘10대들의 승리’라는 뜻을 가진 이 그룹은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고 ‘오빠부대’를 넘어선 조직적인 팬덤 문화를 태동시켰다. 또 1년 뒤에는 S.E.S를 선보이면서 원조 남녀 K-팝 그룹을 완성했다. 이후 혼성그룹은 거의 자취를 감춘 것도 사실상 SM엔터가 만들어 놓은 K-팝 문화라 할 수 있다.
SM엔터는 해외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오리콘의 신성’이라 불린 보아가 일본 열도를 점령했고, H.O.T.는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을 열었다. ‘한류’라는 표현도 이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쓰였다.
SM엔터의 가장 큰 역할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곧 콘텐츠인 쇼비즈니스 시장은 리스크가 많다. 인간의 욕구와 행동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스타가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등 리스크가 크다. 결국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또 다른 스타를 빚어내는 ‘시스템’이 필요했고, SM엔터는 이를 성공시켰다. 그 결과 2000년에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코스닥 상장도 가능했다.
2024년 12월 기준 SM엔터에서 데뷔한 아티스트 수는 약 166명이다. 그룹으로 분류하면 33팀 정도다. H.O.T., 신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엑소, NCT, 라이즈가 보이그룹 라인이었고, S.E.S., 소녀시대, 에프엑스, 레드벨벳, 에스파가 걸그룹의 계보를 이었다. 물론 실패한 그룹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SM엔터가 K-팝 시장에서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주류에서 밀려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SM엔터가 단순히 K-팝 그룹만 배출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K-팝 문화도 만들었다. 팬덤 관리를 체계화하며 아티스트와 팬덤 간 소통 방식을 구축했다. ‘세계관’ 역시 각 멤버들을 초능력자에 대입시킨 엑소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그룹 멤버들을 나눠서 작은 단위의 그룹으로 재편성하는 ‘유닛’ 활동 역시 SM엔터가 출발선이다.
#끊이지 않는 정산 잡음·비인간적 트레이닝
지난 30년 동안 SM엔터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가 강했던 반면 그늘도 짙었다. K-팝 그룹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은 H.O.T. 시절부터 입증됐다. 그러자 정산 등의 문제가 불거졌고 이는 전속계약 해지를 둘러싼 다툼으로 비화됐다.
H.O.T.는 결국 멤버 토니안, 장우혁, 이재원이 SM엔터를 떠나며 팬들의 반대 속에서 뜨거운 시대의 막을 내렸다. 이후 SM엔터를 나온 세 사람은 JT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2009년에는 당대 최고의 K-팝 그룹이었던 동방신기를 둘러싸고 잡음이 불거졌다.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이 SM엔터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세 사람은 정산 외에도 계약 기간을 문제 삼았고, 이때 ‘노예 계약’ 논란이 불거졌다. 재판부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며 SM엔터의 부당한 처사가 사실상 공식화됐다.
K-팝 그룹은 ‘공장형 아이돌’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자생적으로 음악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소속사와 트레이닝 시스템 안에서 춤, 노래를 배우고 무대 위에서 이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몇몇을 제외하면 생명력이 짧고, 더 젊고 어린 후배들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식이다.
트레이닝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문제도 매번 불거진다. 미성년자들에게 과도한 식단 조절 및 휴대폰 사용 금지, 이성 교제 금지 등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물론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어느 정도의 욕구는 조절할 필요가 있지만, 몇몇 멤버들은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기도 했다. 최근 타 소속사에 속한 그룹의 외국인 멤버는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의 이러한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며 자국에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SM엔터는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얼마 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을 열었다. 이를 앞두고 소녀시대 태연, 레드벨벳 웬디가 공개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냈고 결국 공연에 불참했다. 창업자인 이수만 전 프로듀서 역시 오지 않았다. 3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들이 또 다른 30년을 준비하며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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