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m 영공 내 비행 관련 산업 총칭…올해 시장 규모 299조원 추산, 많은 사람에 저렴한 서비스 제공 목표
중국은 2021년 저공경제를 국가단위 발전계획에 포함시켰다. 2023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선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분류했다. 2024년 초엔 저공경제가 정부 업무보고에 처음 채택됐다. 2024년 5월엔 저공경제 기술표준을 발표했다. 4년여 동안 저공경제는 국가 주도 하에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당국에 따르면 2025년 저공경제 시장 규모는 1조 5000억 위안(299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2035년엔 3조 5000억 위안(69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졌다. 업계에서는 향후 10년간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한 드론 생산업체 대표는 “그 어떤 산업보다 가파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베이징이 2024년 발표한 저공경제 발전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기업 수는 5000개를 넘어섰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만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으로, 실제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까지 베이징의 저공경제 산업은 1000억 위안(2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봤다.
베이징의 저공경제는 선전, 우한, 하이난 등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드론의 도시’로 불리는 선전은 일찌감치 저공경제 육성에 힘을 쏟았다. 우한은 중국 최초로 저공비행 시범 항로 18개를 지정했다. 하이난은 저공경제 발전 로드맵을 수립,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에 이어 광둥, 안후이, 상하이 등도 저공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1급 도시부터 시급까지, 심지어 현 단위까지 앞을 다퉈 저공경제에 뛰어들고 있다. 전 중국이 저공경제 열풍에 휩싸인 셈이다. 희망직종 1위에 오른 것도 어떻게 보면 이런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서도 저공경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TV, 신문, 인터넷 등에서 저공경제 관련 뉴스는 제일 중요한 자리에 배치된다. 검색어 순위에도 저공경제 관련 키워드가 상위권에 올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요 대학들도 저공경제와 관련된 학과 개설을 서두르는 흐름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선 저공경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딸과 어머니의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대화’가 큰 인기를 끌었다. 여러 장면 중 어머니와 딸이 저공경제를 두고 대화하는 장면이 주목을 받았다. 딸은 인공지능을 핵심기술로 하는 드론시스템 제작 및 응용 서비스 회사에 다닌다. 딸은 “나는 지금 같은 큰 유행이 되기 전부터 드론에 관심이 많아 이곳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1963년생인 어머니는 2024년 10월경 딸의 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좀처럼 딸을 볼 수가 없었다. 회사 일이 바빠 집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매일 출장을 갔다. 밤새기도 일쑤였다”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딸을 붙잡고 “저공경제가 뭐니. 왜 이렇게 바쁜 거야”라고 물었다. 출근하려던 딸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면서 어머니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마침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둘이 고향에 갈 때 이제 곧 자가용 비행기를 탈 수 있어.”
현재 저공경제 주역은 1000m 이하의 공역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행활동이다. 드론, 전자동 항공 등이 대표적이다. 이 비행물체에 탑재되는 수많은 장치들, 그리고 각종 인프라 등이 합쳐진 대규모 산업 생태계가 저공경제의 핵심이다. 딸은 어머니가 이해하기 쉽도록 자가용 비행기를 예로 들었다.
딸의 답에 어머니는 다시 “날 수 있는 자가용은 너무 비싼데, 우리가 어떻게 타느냐”고 되물었다. 어머니가 무심코 던진 말에 딸은 놀랐다. 저공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핵심을 짚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딸은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으로, 크고 작은 동네를 가득 채우는 게 저공경제의 요점”이라면서 집을 나갔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저공경제의 3가지 중점 사항도 이와 맞닿아 있다. 첫째는 경제적 가치와 효율성, 둘째는 이를 응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 셋째는 거대한 시장 규모다. 즉 많은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저공경제의 목표다.
저공경제가 발전하면 생산과 생활공간은 2차원 지상에서 3차원 저공 영역으로 확장된다. 이는 2차원 경제가 3차원 경제로 변경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저공비행 인프라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는 “도시 공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상, 전자기적 환경, 건축물, 장애물, 비행금지구역, 지형지물 등 복잡한 데이터와 계산 요소들이 얽혀 있다”면서 “사람들의 생산과 생활을 재구성하기 위해 이러한 정보를 모두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전자동 드론 순찰 시스템 ‘세인트 폴링라이트’는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한 대규모 농장은 이 시스템을 도입해 큰 효과를 거뒀다. 실시간 기상 체크, 화재 예방, 황사 방지 등 전 과정을 드론이 촬영하고 분석해 알려준다. 여기에 인력은 필요하지 않다. 항로를 입력하면 드론은 자동으로 이륙해서 착륙까지 마무리 짓는다. 사람은 드론의 배터리만 교체해주면 된다.
현재 저공경제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행사에서도 활용됐다. 신에너지, 스마트 임업, 문화 관광 등에도 이젠 필수적 요소가 됐다. 많은 도시들은 저공경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앞서의 ‘대화’에 출연한 딸은 다큐멘터리 마지막 부분에서 “지금 어머니 휴대전화의 동영상 앱을 보면 드론 영상 등이 부쩍 많아졌다. 관심이 생겨서 이런 영상들을 찾아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저공경제는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고, 향후 중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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