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등장한 포르노 수백 편을 제작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작은 물론 유통까지 담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지만 극구 부인하는 상태다. 특히 이 포르노는 상대 여성들이 모두 직장인, 대학생 등 일반 여성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피해 여성만도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술 확보가 어려워 경찰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당시 피의자를 검거한 경찰관은 그의 모습이 ‘카사노바’ 같은 미남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평범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11월 20일, 서초경찰서 사이버수사대는 김포공항에서 귀국하는 진 아무개 씨(39)를 검거했다. 진 씨는 2005년부터 일본의 호스트바에서 일하다가 추방돼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그는 수백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섹스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진 씨는 호스트바 접대원 출신으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만난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으며 동영상을 촬영했다. 불법 성인사이트를 통해 공급된 영상은 ‘haja10’이라는 마크를 달고 유통됐다. 처음에는 유료로 가입된 회원에게만 영상을 제공했지만 원본 영상이 웹하드와 파일 공유사이트 등으로 유출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2000년대 중반은 PJ(포르노자키)의 등장으로 한국에서 자체 제작한 성인방송이 성행하던 시기였다. 이에 진 씨가 찍은 영상 역시 큰 인기를 얻으며 일파만파 확산된 것. 특히 기존 성인방송은 전문 배우인 PJ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진 씨의 영상은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촬영됐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성인방송이 사회문제가 되자 경찰은 모든 포르노 영상 제작 업체를 수사했고, 당시 여러 명의 PJ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진 씨는 일본으로 출국해 법망을 빠져나갔다.
그는 성관계 영상을 찍으면서 자신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상대 여성의 얼굴은 그대로 노출시켰다. 동영상에 나온 한 여성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보고 수군대는 이웃집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웃집 사람들이 자신이 나온 동영상을 보고 얼굴을 알아본 것. 결국 남동생에 의해 동영상 유포 사실을 알게 된 이 여성은 큰 충격에 휩싸였고, 고민 끝에 2007년 진 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진 씨의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이 입수한 진 씨의 동영상이 200여 건에 이르고, 피해 여성 역시 100여 명으로 추정되지만 피해 여성들이 조사에 쉽게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의 연락이 닿은 피해자 10여 명도 “조용히 살고 싶다”며 증언을 거부한 상태다.
결국 경찰 조사에는 두 명의 피해자만이 응했다. 이들은 진 씨가 “혼자 있을 때 보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싶다”는 말에 넘어가 동의하에 촬영을 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진 씨가 찍은 영상에서도 한 피해 여성이 계속 촬영을 거부하자 진 씨가 “이제 오빠(진 씨 본인을 가리킴)가 출국하면 당분간 만나지 못할 테니 그 때 혼자 보고 싶어서 찍는 것”이라고 설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진 씨는 “영상은 2005년 출국 전에 모두 파기했으며, 유포한 적이 없다”고 혐의 전체를 부인했다.
공소시효 역시 진 씨의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데 장애 요인이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의 공소시효는 3년인데, 현행법상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한 경우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그러나 진 씨는 고소되기 전인 2005년에 출국했기 때문에 도피가 아니었고, 따라서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도피를 위해 출국한 증거가 없다”며 지난 23일,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 씨에 대해서는 이 사건(2007년의 고소) 외에도 여러 건의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최소 2~3개의 캠코더와 삼각대, 조명 등을 동원해 영상을 촬영한 점으로 보아 동영상 유포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경찰 측의 입장이다.
한편, 진 씨의 동영상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엽색 행각들이 담겨 있다. 영상만 놓고 보면 출연자가 일반 여성이라고 믿기 힘든 부분도 꽤 있어 전문 배우인지의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이 더욱 궁금해 하는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된 진 씨의 정체였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저렇게 많은 여성들이 진 씨와 섹스를 하며 동영상 촬영에 응했느냐 하는 반응이 많았다.
인천공항에서 직접 진 씨를 연행해 온 담당 형사는 진 씨의 외모에 대해 “평범하다”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묻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기억에 남을 정도로 눈에 띄는 외모가 아니라 그냥 흔하게 생긴 얼굴이었다”라고 답했다.
진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직장 여성, 여대생 등 500명 이상과 성관계를 가진 것 같다”고 진술했다. 평범한 외모의 진 씨가 어떻게 이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앞으로의 경찰 조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우중 인턴기자 woojo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