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폭력 없었다는 사실 입증 안 돼”…검찰은 항소, 구단은 “밝힐 입장 없고 선수도 마찬가지”
1월 9일 광주지방법원 형사11단독(판사 김성준)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거짓으로 학폭 피해 글을 게시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유로결이 A 씨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되지도 않았다"고 판시했다.
#피고인 된 피해자
스포츠계에 학교폭력 이슈가 퍼진 건 2021년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학폭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소속 팀 흥국생명과 대한배구협회는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및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같은 해 3월에는 전 농구선수 현주엽의 학폭 의혹이 제기됐다.
이 무렵 A 씨도 자신이 학폭 피해자임을 알렸다. 그는 2021년 2월 19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한화 이글스 소속 야구선수에게 학창시절 폭행과 왕따를 당했다며 실명과 얼굴 사진이 포함된 글을 게시했다.
A 씨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심각할 정도로 따돌림을 당했다”며 “당시 야구부를 했던 사람이 지금은 한화의 야구선수가 되어 있었다. ‘유장혁(유로결의 개명 전 이름)’ 저를 괴롭혔던 수많은 이름 중에서도 지울 수 없는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쓰레기 청소함 안에서 갇혀서 나오지 못 했던 기억, 패거리들이 모여 단체로 집단폭행을 했던 기억, 가는 교실 곳곳마다 내 이름이 욕과 함께 적혀있던 기억들이 남아있고, 유장혁 또한 이 행위들에 참여했음을 제 이름 세 글자를 걸고 사실이라 할 수 있다”고 적었다.
A 씨는 2021년 2월 일요신문 인터뷰(관련기사 [단독 인터뷰] “당시 야구부는 권력집단이었다” 프로야구계로 번진 ‘학폭’)에서도 피해 사실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광주의 서림초등학교에 전학을 오게 된 뒤 심각할 정도로 따돌림을 당했다. 얼마 되지 않아 폭력이 시작됐다. 유장혁은 나를 괴롭혔던 애들 가운데 한 명이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은 주로 ‘냄새가 난다’ ‘몸이 약하다’ ‘잘난 척이 심하다’ 등의 이유로 A 씨를 괴롭혔다. 직접적인 물리적 폭행도 있었다. 무차별 구타 쪽이 많았다. 이 사건으로 A 씨는 우울증을 앓게 됐다. 그는 “폭행을 당한 기억이 우울증을 앓는 데 크게 일조했다”며 “과거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 그 시절 가해자들이 저를 부르던 기억이 떠올라 개명까지 했다”고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폭로 이후 유로결은 “학폭 주장은 허위”라며 A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경찰은 한 차례 보완수사 끝에 “A 씨가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 씨와 그의 모친이 피해 사실과 당시 상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점, A 씨의 동창생이 유로결로부터 유사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유로결 측이 경찰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다시 수사가 시작됐고 결국 A 씨는 피고인 신분이 돼 재판에 넘겨졌다.
#“학폭 근절 위한 공공 이익 인정”
법원은 A 씨가 거짓으로 폭로글을 게시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1월 10일 일요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A 씨가 따돌림을 당하였다는 내용의 상담확인서와 문자메시지, A 씨가 괴롭힘을 당한 것을 모든 학생이 알고 있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 야구부 학생들이 A 씨를 비롯한 학생들을 괴롭혔다는 동창생의 사실확인서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유로결이 A 씨에게 학교폭력을 가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위와 같은 증거들을 감안하면, 유로결이 A 씨에게 학교폭력을 가한 바 없다는 내용의 진술과 증거들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게시글이 비방 목적이 아닌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공공 이익을 위해 작성됐다는 사실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A 씨가 작성한 글이 거짓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유로결이 프로야구 선수로서 대중에 알려져 있는 점, 이 글의 목적이 유명인의 학교폭력을 폭로하고 사회의 관심을 유발시켜 궁극적으로 학교폭력 근절에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A 씨의 주요 동기가 공공 이익에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A 씨는 1월 13일 일요신문에 “학폭 피해를 말했을 뿐인데 허위 폭로자, 범죄자가 돼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정말 힘들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한화 이글스는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16일 일요신문에 “선수 개인이 명예회복을 위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단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니며, 유 선수 역시 재판 진행 중으로 현 상황에서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검찰은 1월 15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경문 감독이 ‘스타감’으로 점찍어 이름을 알린 유로결은 입단 때부터 외야수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으나, 2024년 9월 롯데 자이언트와의 경기에서 안일한 주루로 병살타를 당하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025년 현재는 1군 마무리 캠프에 합류해 훈련을 받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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