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페이 혐의 상당 분량 “권, 한국 규제당국 기만”…공동창업자 신현성 국내 재판에 영향 미칠 전망
권 씨 공소장은 총 79쪽이다. 권 씨가 받는 사기 등 혐의 내용은 한국에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신현성 씨 등의 혐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검찰과 한국 검찰 모두 테라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결함을 문제 삼았다. 루나 공급량 조절을 통해 테라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스테이블 코인 알고리즘이 불완전했다는 지적이다.
신현성 씨는 권 씨 미국 공소장에 공범으로 기재되지 않았다. 신 씨는 ‘공동창업자’로 표현됐다. 신 씨는 2020년 3월 자신이 테라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 뒤 권 씨 운영 방식이 폭락 사태를 야기했다는 입장이다. 신 씨는 테라·루나 스테이블 코인 알고리즘에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검찰의 권 씨 공소장에 적시된 권 씨 혐의 중 일부는 신 씨가 테라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2020년 3월 이전에 발생했다. 미국 검찰은 권 씨가 2019년 6월 출시한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페이’와 관련해 허위 광고를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차이페이 관련 혐의 내용 분량은 공소장 79쪽 중 10쪽에 달했다. 미국 검찰은 “권 씨는 2019년 6월경부터 차이페이를 통해 테라 블록체인이 현실 세계에서 사용된다고 투자자에게 선전했다”며 “실제로 권 씨는 한국의 전자결제사업자 규제 때문에 차이페이에 테라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검찰은 차이페이 관련 혐의를 설명하면서 ‘한국 규제당국에 거짓말을 했다’는 소제목을 달았다. 미국 검찰은 “권 씨는 차이페이가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이라고 자신이 투자자를 속인 것을 한국 금융 규제당국이 알아챌 것을 걱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검찰은 이어 “권 씨는 기만적인 행위를 숨기고자 했다. 권 씨는 한국 금융 규제당국에서 2019년 3월 차이페이의 금융 라이선스 실사를 나왔을 때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사무실에 들어오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테라폼랩스 고위 임원은 직원들에게 테라와 관련된 내부 장식이나 물품은 보이지 않도록 제거하라고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신현성 씨 등에 대한 재판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나왔다. 테라폼랩스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A 씨는 “차이페이 인허가 현장 실사를 나올 때 테라 사무실 와이파이 비밀번호까지 차이로 바꿨다는 이야기를 회식 자리에서 들었다”고 2024년 4월 22일 증인 신문에서 말했다.
미국 검찰은 권 씨 공소장에서 “권 씨는 투자자와 규제 당국에 서로 다른 거짓말을 했다”며 “테라폼랩스 직원들은 상충하는 허위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미국 검찰은 "권 씨는 2019년 4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차이페이가 전자결제사업자 승인을 받았다고 알리면서 차이페이는 이러한 라이선스를 받은 최초의 암호화폐 회사라고 선전했다”며 “메일을 보낸 직후 테라폼랩스 직원들은 이메일 내용을 한국 규제당국이 알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차이페이에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됐는지 여부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신현성 씨 등에 대한 재판에서도 주된 쟁점이다. 한국 검찰도 미국 검찰과 비슷한 수사 결과를 내놨다. 한국 검찰은 차이페이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와 별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검찰은 신 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신 씨 등은 투자자 등 암호화폐 시장을 상대로는 차이페이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결제 시스템이라고 홍보하며 루나 코인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며 “반면 금융당국을 상대로는 차이페이는 블록체인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일반 결제 시스템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전자금융업 등록을 이끌어냈다. 소위 이중 플레이를 했다”고 밝혔다.
신현성 씨 등은 차이페이에 테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는 입장이다. 규제 공백 과도기 상황이라 소위 ‘미러링’ 방식으로 테라 블록체인을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차이페이 이용자 입장에선 결제 방식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과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차이페이 결제 정보는 테라 블록체인에 기록됐다는 것이다. 또 신 씨 등은 미러링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차이페이 이용자들에게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이페이에 테라 블록체인 기술을 간접적으로 활용했음을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밝혔다”며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검찰 공소사실도 신 씨 등은 정면 반박했다. 신 씨 측은 “기관투자자에 보낸 투자설명서에도 미러링 방식을 설명했다”며 차이페이의 작동 방식에 대해 “속이거나 감추려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한국 검찰은 “미러링은 테라폼랩스에서 자체 비용을 들여서 블록체인 거래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자전 거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검찰은 “신 씨 등은 미러링 등 사람을 현혹시키는 단어로 할인 재원을 마련했다고 말한다”며 “그렇게 획기적인 사업이었다면 지금도 누군가 그 사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검찰의 권 씨 공소장엔 2022년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권 씨 행적도 담겼다. 미국 검찰은 “권 씨는 사기를 통해 번 돈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믿고 해외로 도피했다”고 밝혔다. 미국 검찰은 “권 씨는 2022년 8월경 동료에게 테라·루나 폭락 사태 수사에 대응하는 자신의 전략은 ‘그들(수사기관)에게 꺼지라고 하는 것’(Tell them to fuck off)이라고 말했다”며 “권 씨는 정치적 보호를 받기 위한 조치를 여러 나라에서 취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권 씨에 대한 미국 재판은 1년 뒤인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증거 자료가 방대하고 한국어 번역도 필요하다며 미국 검찰은 재판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요구했다. 권 씨 변호인은 지난 1월 2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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