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격차 크게 줄어들어…지난 총선 참패 기억 생생, 중도층 공략 집중
#갑자기 찾아온 지지율 선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슬금슬금 올라오더니 올해 들어 급상승 추세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일부 조사에서는 여당이 민주당을 역전하는 골든크로스까지 나타났다. 전화 조사는 물론, ARS 조사까지 일관된 추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전부터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판결 전까지 3개월간 찬반 여론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 1월 16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33%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3%포인트(p) 상승했고 민주당은 3%p 하락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2024년 9월 넷째 주(국민의힘 28%·민주당 26%)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계엄·탄핵 영향이 컸던 2024년 12월 셋째 주에 국민의힘 26%, 민주당 39%로 크게 격차가 벌어졌던 것이 올해 1월 둘째 주(국민의힘 32%·민주당 36%) 좁혀졌고,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국면에서 역전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한 결과에서도 국민의힘 34%, 민주당 36%로 양당이 바짝 붙었다. 직전 조사인 3주 전과 비교해 국민의힘은 10%p 오른 반면 민주당은 12%p 떨어졌다. “양대 정당 구도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간 모양새”라고 한국갤럽은 설명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 국회의 탄핵소추안 내용 변경 관련 공방,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의 수사권 혼선 등이 여론 지형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의미다.
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리얼미터가 1월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40.8%, 민주당은 42.2%로 집계돼 양당이 박빙 국면으로 변했다. 일주일 전 조사와 비교해 국민의힘은 6.4%p 상승했고, 민주당은 3.0%p 하락했다. 10.8%p였던 양당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1.4%p로 좁혀졌다.
일요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3명을 대상으로 1월 12~1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44.8%로 민주당(31.7%)을 오차범위 밖인 13.1%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일요신문 여론조사] ‘윤석열 탄핵’ 찬성 51.8% vs 반대 46% 오차범위 내 응답).
이를 두고 여권은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잇따른 탄핵·특검 추진, 카카오톡 가짜뉴스 고발 등 민주당의 헛발질 덕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월 14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정권 찬탈 의욕이 앞선 나머지 그 반사이익으로 우리 당의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면서 “좋은 일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1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청년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근 2030세대에서 우리 당의 지지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면서 “(지지율 상승에는)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치권이) 합리와 이성을 되찾기를 바라는 청년들의 절절한 외침이 반영됐다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이제는 야당 복이 아니라 자강을 통해 다시 일어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우쭐하다 날린 기억이…
여당이 경계심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탄핵 심리와 사법 처리를 둘러싸고 윤 대통령에 대한 외부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스스로 무너진 기억이다. 2022년 대선에 이어 같은 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여당은 연거푸 찾아온 기쁨에 취해 있었다. 당시 여당은 여세를 몰아 사법 리스크에 빠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고 검찰은 이런 여론을 밑거름삼아 수사 강도를 높여갔다.
2022년이 지나고 2023년이 밝자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2023년 2월 27일 성남 백현동 개발 관련 특혜 등의 혐의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졌다. 검찰이 야당 대표에 대해 사상 첫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였다. 민주당의 단일 대오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수사의 칼날은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표결은 7개월 후인 2023년 9월 21일 이뤄졌다.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증인에 위증 요구(위증교사),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번엔 민주당 내에서 반란표가 나오면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찬성 149표로 가결(과반 148명)됐지만 예상치 못했던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영장 기각이 나왔다. ‘피의자 방어 보장 필요성과 증거인멸 염려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대표에 대한 토끼몰이식 수사는 상당수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권은 이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권의 강경 노선은 더욱 경로를 강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23년 6월 28일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서는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고 직격하면서 이념의 깃발까지 들어 올렸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만 붙잡고 늘어지면서 자만에 빠졌던 여당은 2023년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했고 이를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2024년 봄 총선을 앞두고는 헛발질이 더 심해졌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연관된 이종섭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설화 등 악재가 계속 튀어나왔다.
당내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긴급 투입했지만 한 위원장이 1호 당원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설에 휘말리면서 여당은 자중지란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결국 여당은 정권 출범 초기 호기를 종잣돈으로 사용하지 못했고, 어느 순간 빈털터리가 됐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2024년 봄 총선 참패로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부로 빠져들고 말았다.
#지렛대 삼을까, 날리고 말까
여당 내에서는 이번 기회에 체질 전환을 잘 하면 ‘윤석열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국민의힘은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피로감에 젖어 여당에 기대를 던지는 여론 지형이 최근 잇따라 확인되는 만큼 이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중도층 공략을 첫 번째 지렛대로 꼽았다. 그는 1월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말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걸 싫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오히려 중도에 있는 분들”이라면서 “요즘 여론조사를 보면 진보 40%, 보수 40%, 나머지 20% 정도가 중도인데, 이분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우리끼리 뭉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지지율 50%를 못 넘는다. 그렇게 되면 제일 지지자분들이 두려워하는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오히려 가속화시킨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이 ‘계엄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한 것도 중도층 공략 차원으로 읽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우리는 (계엄)특검법을 논의해야 한다. 당의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를 위한 길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인간적인 어려움도 호소했다. 그는 “참담하다. 체포당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특검법을 발의해 수사하겠다는 것이 정치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발언 도중 감정에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월 16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으로 조기 대선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대통령을 거저먹는 그런 사태는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지금 상황을 보니 (보수가) 안 흩어지고 뭉쳐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여당이 분열하지 않고 단일대오로 가자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줬다”며 “보수의 장점인 능력, 그리고 신뢰감을 보여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이 지지율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는 선순환을 보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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